중고차딜러협회 "정의선 지배력 강화 차원"... 현대차 "특별한 입장 없다"

[법률방송뉴스] 현대·기아차 그룹의 중고차 시장 진출 여부를 두고 3년째 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완성차 업체의 입장을 대변하는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현대·기아차 그룹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공언하고 있고, 기존 중고차딜러협회 측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는 건데요.

키를 쥔 중소기업벤처부가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아 논란이 지속되며 논의가 공전되는 측면도 있습니다. 

국내 완성차 시장의 절대 강자 현대·기아차 그룹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 왕성민 기자의 리포트 보시겠습니다.  

[리포트] 

전국 최대 규모 중고차 매매단지가 있는 경기도 수원의 한 중고차 매매상사. 

경력 15년차 여성 딜러의 차량 세일이 한창입니다. 

[김홍중 딜러 / 차왕모터스]  
"보시면 상품용으로는 준비를 다 해놓은 거예요. 도색할 데 없고 광택까지 다 낸 차에요. 타이어는 다 교환을 했고요." 

차체를 띄워 미션 상태 등도 눈으로 직접 확인해 주고, 혹시 미세 누유는 없는지 꼼꼼하게 다 보여줍니다.     

[김홍중 딜러 / 차왕모터스] 
"이거 외부 성능점검 확인하시면 되는데 거의 99.9%는 맞다고 생각하시면 되요. 가끔 0.1%정도 오류나는 경우도 있긴 있어요. (일단 믿고 왔으니까요) 네" 

딜러의 설명과 차량상태를 확인한 고객이 그 자리에서 매입을 결정합니다.  

고객이 딜러를 믿고 원하는 차를 합리적 가격에 구하는 것, 김홍중 딜러는 바로 이런 맛에 15년째 중고차 딜러를 한다고 말합니다.  

[김홍중 딜러 / 차왕모터스]  
"생업으로 일하시는 분들이 차를 사러 오세요. 포터라든지 밴 차량 이런 거 사러 오시는데 그럴 때 제가 좀 좋은 차를 골라드렸을 때 그분들이 감사하다고 뒤늦게 연락을 주세요. 차 잘 샀다고. 그럴 때 가장 보람을..." 

그럼에도 허위매물 등 꼼수와 편법을 부리는 몇몇 딜러들 때문에 전체 딜러들이 도매금으로 비난받을 때는 억울하고 속상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김홍중 딜러 / 차왕모터스] 
"가장 힘든 거는 이미지. 직업에 대한 이미지. 그리고 좀 허위하시는 딜러 분들이 꽤 있어요. 그런 분들에게 이제 당하고 오시거나 그러면 당연히 딜러가 싫겠죠. '저 사기꾼' 이러기도 하고. 좀 그런 거 때문에 저는 '절대 저런 소리 듣지 말아야지' 그런 마음으로..".

그런 김홍중 딜러에게 여기에 최근엔 생각지도 않았던 큰 걱정거리가 하나 더 생겼습니다. 

국내 최대 자동차 제조·판매 회사인 현대·기아차가 중고차 시장에 진출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겁니다. 

[김홍중 딜러 / 차왕모터스] 
"일단 소비자분들은 그동안 중고차에 대한 뭐 (부정적인) 이미지도 있을 수 있고 실제로 당한 그런 일도 있을 수가 있고 그러니까 대기업이 들어오면 일단 무조건 찬성을 하시는 그런 게 가장 힘든..."

발단은 지난 2019년 2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중고차 매매업은 2013년과 2016년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며 그동안 완성차 대기업의 진출이 제한돼 왔습니다.

그러던 2019년 2월 28일 지정기한이 만료됐는데 적합업종 지정이 연장되지 않았고, 같은 해 11월 민간합의기구인 동반성장위원회는 중고차 매매업이 중소기업적합업종에 부적합하다는 의견을 냅니다.   

이에 현대·기아차는 중고차 시장 진출 의사를 밝혔고, 완성차 업체의 이익을 대변하는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국회 공청회 등을 통해 현대·기아차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공식화합니다.   

가장 큰 명분은 고객 서비스와 경쟁력 강화입니다. 

[김주홍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상무/ 2020년 12월 7일 국회 공청회]
"우선 저희들은 이 완성차업체가 중고차 판매업에 참여하는 거에 대해서는 우선적으로 지속적인 고객관리와 그 다음에 신차경쟁력을 통해서 글로벌 경쟁력을 제고시키고 다양한 신산업 확산 발전을 위해서 필요하다..."

협회 측은 수입차 업체와 국내시장과 해외시장에서의 역차별 문제도 제기하고 있습니다.   

[김주홍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상무/ 2020년 12월 7일 국회 공청회]
“참고로 현대는 현재 해외 38개국에 진출해 있고 기아는 31개국에서 현재 중고차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반면에 국내 수입차 브랜드는 (한국시장에서) ‘인증중고차사업’을 진출 허용함으로서 지속적인 고객 관리와 신차 판매 경쟁력을 높이고 있는..."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중고차 매매상사와 딜러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막강한 자본과 판매망으로 무장한 현대·기아차가 중고차 시장에 들어올 경우 기존 업체들은 말 그대로 초토화될 것이 뻔하다는 겁니다.  

특히 출고된 지 3년 미만, 10만키로 미만 물건은 현대·기아차가 모두 쓸어가고, 사고차량이나 노후화된 이른바 ‘레몬 상품’만 남게 돼 기존 업체들은 전부 고사할 것이라고 중고차딜러협회는 목소리를 높입니다.  

[김지호 경기도 중고차딜러협회장]
"신차 시장도 독과점하고 있는 현대가 중고차 시장까지 기존의 영업만을 이용해서 중고차 시장에 뛰어들게 됐을 때 지금 양질의 신차급 중고차는 현대에서 계속 매입을 해갈 거고..." 

소비자들이 차량 교체 시점에 현대·기아차가 중고차를 매입하고 신차를 파는 방식으로 영업을 하게 되면 버텨낼 중고차업체가 어디 있겠냐는 하소연입니다.    

[김지호 경기도 중고차딜러협회장]
"보통은 현대기아차 같은 경우 5년 이내 10만키로 차가 AS가 남아있는 차량들이에요. 그러니까 판매하고 나서 민원소지가 전혀 없는 사고 유무만 정확하면 민원소지가 전혀 없는 차량들을 매입하게 될 거고 일반 영세업자들은 AS가 지난 노후차량만 매집하게 되면서..."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이 당장은 소비자에게 이득인 것처럼 보여도 장기적으론 중고차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결국 피해는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라는 게 협회 측의 주장입니다. 

[김지호 경기도 중고차딜러협회장]
"국내 자동차 시장의 80%를 독차지 하고 있는 현대차가 중고차 시장까지 들어오게 되면 그 여파는 상당할 거로 보여 집니다. 그 피해가 아마 막대할 겁니다. 생태계를 거의 뒤집어엎고 일단은 중고차 가격의 상승이..."

반면 현대·기아차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환영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자동차10년타기시민연합'과 '시민교통협회' 등 5개 단체가 연합한 '교통연대'는 지난달 9일 성명을 내고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전면 진출을 촉구했습니다. 

자정능력이 무너져 허위매물과 주행거리 조작 등 소비자 피해가 급증하고 있는 중고차 시장에 대기업이 진출하게 되면 자정작용을 돕는 이른바 '메기'역할을 할 것이라는 게 교통연대의 주장입니다.   

이에 대해서도 중고자동차딜러협회 측은 사실을 호도하고 있다고 재반박합니다. 

중고차 시장에 문제가 많은 것처럼 보이는 주장이 과장됐거나 착시현상이라는 게 협회 측의 설명입니다. 

한국소비자원 자료를 보더라도 2019년 기준 판매 대수 비교 신차의 민원발생률은 0.75%, 반면 중고차 민원발생률은 0.65%로 신차 민원발생률이 더 높다는 것이 김지호 협회장의 설명입니다. 

[김지호 경기도 중고차딜러협회장]
"일반 언론에서는 신차보다 중고차 민원이 훨씬 더 많다 이렇게 돼 있지만은 지금 18년도 19년도 자료를 저희가 가지고 있습니다. 소비자원에서 직접 받은 자료고요. 실질적으로는 신차가 중고차보다 민원이 훨씬 많은 거예요." 

일부 딜러들의 부적절한 처신을 중고차 시장 전체의 문제인 것 마냥 침소봉대해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 명분으로 삼고 있다는 겁니다.  

[김지호 경기도 중고차딜러협회장]    
"검증을 해서 법적 고소 고발도 하기도 하고 여러 가지 노력을 했는데, 이게 저희 힘만으로는 어려운 게 저희는 영세업자에요. 저희가 무슨 행정권이 있다든지 수사권이 있다든지 어떻게 법적으로 집행할 수 있는 게..." 

협회 측은 그러면서 중고차 업계의 강력한 반발과 동반성장에 역행할 수 있다는 일각의 비판을 감수하고 현대·기아차 그룹이 중고차 시장에 들어오려는 데 대해 정의선 회장의 그룹 지배력 강화 작업이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도 보내고 있습니다. 

일단 현대·기아차의 지배구조는 현대모비스와 현대차, 기아차의 순환출자 구조로 이뤄져 있는데 정의선 회장은 현대차 주식 2.62%와 기아차 주식 1.74%, 현대글로비스 주식을 23.29%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의선 회장이 가장 많은 지분을 가진 현대글로비스에 중고차 사업을 맡겨 현대글로비스 가치를 견인하고 이를 지렛대로 삼아 합병이나 지분 매각 등을 시도해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 아니냐는 의심입니다.   

[김지호 경기도 중고차딜러협회장]
"뭐 투명한 중고차 시장과 소비자 후생 뭐 이런 거를 앞세워 그거를 빌미로 삼아서 이렇게 하고 있는데 제가 볼 때는 현대차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현대글로비스의 가치 증대 필요성이 이게 가장 큰 핵심이라고 보여집니다. 그룹내 지배력 구조 개편을 위해서 어떤 매출 증가를 하기 위해서 이렇게..." 

관련 질의에 한국자동차산업협회 관계자는 "현대차의 중고차사업 진입은 글로비스 지분확대와 무관하다"고 부인하며 선을 그었습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고객관리와 중고차시장 투명성 개선, 수입차와의 역차별 해소 차원에서 진출하려는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현대차 그룹 관계자는 법률방송 질의에 "특별히 입장을 밝힐 게 없다”고 전해왔습니다.

법률방송 왕성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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