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우울증은 결혼 유지 어려운 이혼 사유 아냐"

# 결혼한 지 이제 5개월 되는 신혼부부입니다. 저는 결혼 전에 우울증을 앓았습니다. 꾸준히 약물을 복용하면서 상태가 많이 좋아졌고, 일상생활도 무리 없이 했습니다. 가끔씩 정말 힘들 때가 있긴 하지만 그래도 병원 치료를 받으면서 호전됐어요. 약도 점점 끊게 됐고, 지금은 약 없이도 잘 생활합니다. 그런데 남편이 제가 과거에 병원에 다녔었고 약물치료 받았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혼하자고 합니다. 아이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인데 임신할 때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지 모른다면서 말이죠. 더군다나 자기를 속였다고 사기결혼이라고 합니다. 결혼이 임박해서 치료가 끝났고 굳이 말할 필요 있나 싶어서 안 했던 건데요. 정말 이런 사유로 이혼을 당할 수 있나요. 또 사기결혼이라고 하는 걸 보니 위자료를 받아내려고 하는 건가 싶은데 위자료도 줘야 하나요.

▲양지민 변호사(법무법인 이보)= 일단 우울증으로 병원을 다니신 기간이 있는데 현재 남편에게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는 말씀인 것 같아요. 안 그래도 힘들 수 있는 상황인데 더군다나 남편이 이렇게 등을 돌리는 듯한 태도를 취하니까 많이 서운하실 것 같은데 변호사님 어떻게 보셨나요.

▲최승호 변호사(법무법인 온담)= 얘기를 들으니까 우울해요. 결혼 생활인지 남을 만난 건지 사실 잘 모르겠어요. 그래서 내용을 보니까 병원 치료를 받으면서 호전됐다, 그리고 실제로 지금은 일상생활을 하는데 전혀 무리가 없다, 이런 부분들을 볼 때 참고할 만한 판결이 있습니다. 1995년도 대법원 판결인데요. 부부 일방 중 우울증 증세가 민법 제840조 제6호에 이혼 사유에 해당되는지에 대한 판단입니다.

결혼생활을 유지하기 어려운 중대한 이혼 사유가 되는지에 대해서 대법원은 이혼 사유가 될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부부 간의 혼인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동거 의무, 부양협조 의무, 서로 협조해서 애정과 인내로써 상대방을 이해하고 보호하고 혼인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그런 관계거든요.

그런 부분들을 해태하고 그냥 단순히 우울증을 겪고 있는 아내에게 사기로 결혼했다고 얘기하는 것은 얼마나 큰 상처일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양지민 변호사= 상담자분께서 사실 굳이 알려야 할 필요가 있는 이야기인가 싶어서 이야기를 안 하셨다고 말씀을 하셨는데, 일단 남편분은 과거에 그런 약을 복용했으니까 나중에 아이에게 뭔가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면서 이혼을 하자고 합니다. 일단 이혼 사유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말씀을 해주셨는데요.

상담자분의 경우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고 하면 이것이 사기결혼에 해당하는지 이 부분이 가장 궁금하실 것 같거든요.

▲최승호 변호사= 방금 얘기를 하셨지만 우선 이혼 사유는 당연히 안 되고, 정신과 치료도 여러 신체적 질병 중에 하나로 보는 게 최신 트렌드죠. 실제로 현대인들이 우울증 증세를 많이 앓고 있는데 WTO 발표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한 4억명 정도 된다고 해요. 그리고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작년에 100만명을 돌파했습니다.

단순히 우울증을 아까 남편분께서 얘기하신 것처럼 유전적으로 문제가 있다거나 태생적인 선천적인 질병이라고 생각하는 건 무리가 있는 것 같아요. 후천적으로도 충분히 생길 수 있는 부분이고 사람이 감기를 앓듯이, 당연히 정신과적인 치료가 필요한 우울증을 겪을 수도 있죠.

그 다음에 경증인 우울증도 있고 중증인 우울증도 있는데 그것을 전혀 따지지 않은 상황에서 우울증이기 때문에 정신적인 하자가 있다, 그리고 어떤 유전적 하자가 있다, 그래서 내 아이를 낳았을 때, 우리 아이를 낳았을 때 어떤 질환이 있지 않겠냐. 이런 것은 사실 어떻게 보면 폭력적이라고 볼 수가 있어요.

사기결혼 관련된 부분에 있어서는 대법원 판결도 볼 필요가 있습니다. 2016년 선고된 판결인데, 이게 과연 사기에 대해 소극적으로 고지를 하지 아니하거나 혹은 침묵한 경우가 포함되느냐 이 부분을 우선 먼저 따져봤는데 소극적으로 말하지 않은 것도 사실은 사기가 될 수 있어요. 판례의 취지는 말하지 않고 정보를 알려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런 의무는 있다는 것이죠.

침묵한 부분까지도 혼인 취소는 할 수 있다, 하지만 단순히 정신과 진료를 받은 사실이라거나 통상 재산관계나 경제적 능력 혹은 집안 내력, 직업 등에 대한 기망은 혼인의 본질적 내용이 아니어서 혼인 취소 사유가 될 수 없다는 판례가 있습니다. 그래서 이 사례와 관련해서도 사기결혼에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양지민 변호사= 사실 우울증이라는 게 요즘에는 많은 분들의 인식이 변화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감기처럼 왔다가 가는 것이라고 가볍게 받아들일 필요성도 있는 것인데, 그것을 알리지 않았다고 해서 사기결혼을 주장한다는 것이 납득이 되지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역시 상담자분이 걱정하시는 위자료 부분도 큰 문제는 없겠네요.

▲최승호 변호사= 그렇죠. 남편이 위자료 청구는 할 수는 있겠지만 실질적으로 위자료가 인정될 가능성은 없다고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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