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으로 면허취소 상태서 또 음주사망사고... 검찰, 징역 12년 구형

[법률방송뉴스]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된 상태에서 다시 술을 마시고 운전하다 20대 배달원을 사망케 한 30대 운전자에게 검찰이 징역 12년을 구형했습니다.

천하의 큰일은 반드시 작은 것에서 생겨난다. 오늘 ‘뉴스 사자성어’는 필작어세(必作於細) 얘기해 보겠습니다.

32살 A씨는 지난 1월 27일 저녁 8시 20분쯤 인천시 남동구 논현동의 한 도로에서 술을 마신 상태로 승용차를 몰다가 배달용 오토바이를 운전하던 27살 배달원을 치어 숨지게 했습니다. 

가해 차량 조수석엔 A씨 외에 32살 B씨도 동승하고 있었습니다.   

사고 당시 A씨는 교차로에서 신호위반을 해 좌회전을 하다 정상적으로 직진하는 배달 오토바이를 들이받고 현장에서 달아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 사고로 머리 등을 크게 다친 배달원 C씨는 출동한 119구급대에 의해 심폐소생술을 받으며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습니다.     

경찰은 CCTV 영상 등을 토대로 사고 다음 날 오후 3시 30분쯤 A씨 주거지 부근에서 A씨를 체포했습니다. 

경찰조사에서 A씨는 "사고를 낸 이후 무서운 마음에 현장을 벗어났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위드마크 공식을 적용한 A씨의 사고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0.08%로 면허취소 수치인 것으로 나타났는데, A씨는 이 사건 이전에도 음주운전으로 2차례 적발된 전력이 있습니다. 

사고 당시에도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된 상태에서 함께 술을 마신 B씨로부터 차 열쇠를 건네받아 운전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무면허에 신호위반, 음주운전 사망사고, 뺑소니까지. 

인천지법 형사13단독 권혁재 판사 심리로 열린 오늘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구속기소된 A씨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사 등을 적용해 징역 12년을 구형했습니다.

검찰은 "음주 및 무면허운전 중 신호위반을 하고 교통사고를 야기한 뒤 그대로 도주했다. 과실이 매우 중하고 피해자가 사망해 사안이 매우 중대하다“고 A씨를 질타하며 이같이 구형했습니다.  

검찰은 “피해자의 나이가 27세로 매우 젊고 사고 당시 피해자에게는 특별한 과실이 보이지 않는다. 유가족과 합의도 이뤄지지 않았다. 음주운전 전력이 2회임에도 또다시 운전을 했다”고 구형사유를 조목조목 밝혔습니다.   

조수석에 동승하고 있던 B씨에 대해선 “죄책이 결코 가볍지 않다”며 음주운전 방조혐의로 벌금 1천만원을 구형했습니다.

A씨의 변호인은 "피해자 측과 3억원에 합의를 했다. 2주 이내 합의서를 제출하겠다. 피고인이 그 죄책이 중함을 인지하고 있다. 공소사실 전부를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달라“며 선처를 요청했습니다. 

A씨는 최후진술을 통해 “잘못했다”며 “평생 반성하고 살겠다“고 말했습니다. 

승용차 키를 건넨 B씨도 “불미스러운 일을 일으켜 죄송하다”며 “피해자와 유가족에게 죄송스럽고 사죄하면서 살겠다”고 말했습니다.  

'노자' 63장에 이런 말이 나옵니다.

천하난사 필작어이(天下難事 必作於易) 천하의 어려운 일은 반드시 쉬운 데서 생기고, 천하대사 필작어세(天下大事 必作於細) 천하의 큰일은 반드시 작은 것에서 생긴다.

이어 노자 64장은 이렇게 이어집니다.

함포지목 생어호말(含抱之木 生於毫末) 아름드리 나무도 털끝만한 싹에서 생겨나고, 구층지대 기어누토(九層之臺 起於累土) 구층 누대(樓臺)도 한 줌 흙에서 비롯된다. 천리지행 시어족하(千里之行 始於足下) 천리의 길도 발 아래에서 시작한다. 

같은 표현이 ‘한비자’와 사마천의 ‘사기’에도 전하는데 중층적인 의미가 있습니다. 

말 그대로 우리 속담의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뜻과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도 못 막는다’는 뜻을 함께 내포하고 있습니다. 

전자는 어렵고 큰일을 이루기 위해선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시작한 일을 이어가야 함을 말하고, 후자는 병이 커지기 전에 미리 손을 쓰듯 위험하고 큰 일로 번지기 전에 화근을 제거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후자와 관련해선 1:29:300, ‘하인리히의 법칙’이란 게 있습니다. 

미국 보험회사 관리자였던 허버트 W 하인리히가 1931년 펴낸 산업재해 관련한 책에서 대형사고가 한 번 터지기 전엔 같은 원인으로 29번의 작은 사고가 있었고, 그 전에 다시 300번의 전조와 조짐이 있었다는 내용입니다. 

뒤집어 보면 ‘재앙은 예측가능하다. 예측할 수 없는 재앙은 없다’ 정도의 법칙입니다. 

음주운전으로 20대 젊은 배달원을 치어 숨지게 한 32살 운전자. 

이날 하루 ‘재수가 없어서’ 이같은 참극이 발생한 건 아닐 겁니다. 천하의 모든 일은 그 ‘시작’이 있습니다.  

음주운전, 처음 걸렸을 때라도, 두 번 걸렸을 때라도, 그때라도 멈췄다면 어땠을까요. 그때라도 멈췄다면 아까운 20대 청춘이 죽고, 평생을 후회와 참회 속에서 살아야 하는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 겁니다. 

작은 것부터 실천해 무언가를 이루는 것과, 문제가 아직 작을 때 감당할 수 없는 큰일로 번지기 전에 아주 늦기 전에 멈추는 것. 머릿속으로는 알고 있는데, 문제는 늘 ‘실천’ 아닌가 합니다. ‘뉴스 사자성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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