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라는 단어도 몰랐는데... 7살 때 사망한 아빠가 남긴 빚, 성인 된 아들이 갚아야 하나
'채무'라는 단어도 몰랐는데... 7살 때 사망한 아빠가 남긴 빚, 성인 된 아들이 갚아야 하나
  • 유재광 기자, 강천규 변호사
  • 승인 2021.04.13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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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사망 당시 법정대리인이었던 어머니가 '한정승인' 안 해
대법원 "경제 주체들 법적 안정성 위해 아들이 채무 승계해야"

▲유재광 앵커= '강천규 변호사의 잘사는 법' 오늘(13일)은 상속 얘기해 보겠습니다. 강 변호사님, 오늘은 어떤 판결 갖고 오셨나요.

▲강천규 변호사(법무법인 YK)= 인생을 살아가면서 누구나 한 번은 겪는 법률 문제가 상속입니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거나 배우자가 사망했을 때 경황이 없는데 고인이 남기고 간 상속재산이나 상속채무를 처리해야 하는 일은 나이가 많은 성인에게도 쉬운 일은 아닌데요. 오늘은 상속에 관한 최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앵커= 구체적으로 어떤 사연인가요.

▲강천규 변호사= 복잡한데 이해하기 쉽게 단순화시켜서 설명을 드리면요. 김모씨는 자신이 만 7세일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와 공동으로 아버지의 재산을 상속받게 됐습니다. 당시 아버지는 재산보다 많은 채무를 남겨놓고 돌아가셨는데, 김씨의 어머니는 이러한 사정을 알면서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김씨는 아버지의 채무를 고스란히 떠안게 됐습니다.

당시에는 나이가 너무 어려서 이를 알지 못하고 살아가던 김씨가 성인이 된 후에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은행계좌가 압류되어 깜짝 놀라게 됩니다. 알고 봤더니 돌아가신 아버지의 채권자가 아버지에게 받지 못한 돈을 아들인 김씨에게 받기 위해서 김씨의 예금채권을 압류한 것이었습니다.

김씨는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당시에 나이가 너무 어렸기 때문에 아버지가 재산보다 채무를 더 많이 남겨놓고 돌아가셨다는 것도 알지 못했고 그래서 '특별한정승인' 신청을 했고, 자신의 예금계좌에 대해서 강제집행이 된 부분에 대해서 이를 금지해달라고 청구했던 사안입니다.

▲앵커= 특별한정승인이 뭔가요.

▲강천규 변호사= 특별한정승인이라는 제도를 설명 드리기에 앞서서 우선 '한정승인'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사안의 경우처럼 아버지가 돌아가신 경우 남겨진 어머니와 아들에게는 상속이 일어나게 되는데, 법률용어로 '포괄승계'라고 해서 아버지의 재산과 채무가 모두 모든 법률적인 지위가 어머니와 아들에게 넘어오게 됩니다.

문제는 돌아가신 아버지가 재산보다 더 많은 채무를 남기고 돌아가신 경우인데요. 이 경우에는 남겨진 어머니나 아들의 경우에는 그 많은 채무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남겨놓고 가신 재산의 액수만큼만 빚을 갚고 나머지는 책임을 면할 수 있게 해주는 제도를 만들어 놓았는데 이것이 한정승인입니다.

▲앵커= 한정승인에 대해서 잘 설명을 해주셨는데 특별한정승인, '특별'은 뭐가 다른 건가요.

▲강천규 변호사= 한정승인의 경우에는 상속개시가 있음을 안 날, 그러니까 아버지가 돌아가신 것을 안 날로부터 3개월 내 할 수가 있습니다. 문제는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당시에는 남겨놓고 가신 채무가 얼마 되지 않은 줄 알았는데 몇 년이 지나고 나서 고액의 채무를 알게되는 경우입니다.

가족들이라고 해도 망인이 생전에 어떤 경제활동을 하셨는지를 다 알지는 못하지 않습니까. 이런 때에도 법에서 정해놓은 3개월의 기간이 지났다고 해서 모든 것을 책임지게 하는 것은 너무 가혹한 측면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상속인이 상속채무가 상속재산을 초과한다는 사실을 중대한 과실 없이 3개월 내 알지 못해서 그 당시 한정승인을 못했다면 추후에 상속채무가 재산을 초과한다는 것을 알게 된 날로부터 3개월 내 한정승인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제도가 있는데 그것이 바로 특별한정승인입니다.

▲앵커= 김씨의 경우에는 어려서 몰랐고 성인이 돼서 은행계좌 압류된 이후에 관련 사실을 알았으니까 법원에서 특별한정승인을 받아주면 되는 거 아닌가요.

▲강천규 변호사= 보통의 경우라면 특별히 문제는 없습니다. 그런데 이 사안에서는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당시 김씨가 미성년자였고 법정대리인 어머니가 아버지에게 채무가 더 많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셨던 것입니다. 법정대리인이었던 어머니가 법에서 정해놓은 3개월의 기간 동안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으셨는데요.

미성년자인 아들이 성년이 된 다음에 '나는 그 사실을 몰랐으니 다시 특별한정승인을 하겠다'라고 이야기를 하는 것이 가능한가, 이것이 쟁점이 됐고요. 대법원도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전원합의체에 회부해서 판단했습니다.

▲앵커= 그래서 대법원 판단이 어떻게 나왔나요.

▲강천규 변호사= 역시나 다수의견과 반대의견이 갈렸는데요. 일단 다수의견 같은 경우는 법정대리인이 상속채무가 상속재산을 초과한다는 사실을 알았고 그때부터 3개월이 지났다고 하면 일반적인 상속의 법률관계가 그대로 확정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확정된 법률관계에 대해서 다시 또 특별한정승인 신청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렇게 판시했습니다.

반면 반대의견은 미성년자 보호를 위한 법정대리인 제도의 취지나 상속인의 자기책임의 원칙 등을 고려해서 미성년자였던 상속인이 성년이 된 후에 다시 특별한정승인 신청을 할 수도 있다, 이렇게 봤는데요.

결과적으로는 대법관 14명 중에서 10명이 의견이 일치해서 상속인이 성년이 된 후에 다시 특별한정승인 신청을 할 수는 없다, 이렇게 판시했습니다.

▲앵커= 이게 만 7살이면 '채무'라는 말 자체도 몰랐을 텐데 수십년 지나서 '아버지 빚 네가 갚아'라고 하면 너무 가혹한 거 아닌가요.

▲강천규 변호사= 사실 미성년자만 놓고 보면 그런 측면도 있습니다. 그래서 반대 의견이 그렇게 나왔던 것이고요. 그런데 망인의 채권자 측면에서 생각해보면 정상적으로 상속이 된 것으로 생각하고 채권을 다른 사람에게 넘겼을 수가 있고요.

또 그 채권이 다른 사람에게 넘어가서 상속인에게 청구했는데 10년 이상 지난 다음에 특별한정승인을 신청하고 책임이 없다고 주장을 할 경우에는 거래의 안정을 지나치게 침해하는 결과가 될 수가 있습니다. 법이라는 것은 다양한 경제주체들의 이해관계를 고르게 반영해야 하고 어느 한쪽의 이익이 지나치게 침해되는 것을 막아서 균형을 이루도록 해야 하는데요.

미성년자로서 법정대리인을 통해서 한정승인을 할 수 있는 기회가 한 번 있었기 때문에 그 이후에는 거래의 안정을 도모해서 다른 경제주체들의 이익을 보호하는 것이 더 타당하다고 보여집니다.

▲앵커= '잘 사는 법', 상속 관련한 팁을 요약, 정리해주신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강천규 변호사= 망인이 재산보다 채무를 더 많이 남기고 가신 경우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때 남겨진 배우자나 자녀들이 망인의 채무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가 최소 2번 정도 있습니다. 첫번째로는 망인이 사망한 것을 안 날로부터 3개월 안에 망인의 재산과 채무를 조사해서 한정승인을 하거나 상속포기를 할 기회가 있고요.

두번째로는 노력은 했지만 그 당시에는 모를 수 있습니다. 중과실이 없이 추후에 망인의 채권자가 나타나서 변제를 요청한다거나 법원을 통해서 소장이 날아온다거나 이런 경우 그때 채무의 존재를 비로소 알게됐다고 하면 특별한정승인을 신청할 수 있는 기회가 있습니다.

사실은 두번째 기회라도 잘 살린다면 망인의 빚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만큼은 막을 수가 있는데요. 제가 상담을 하다보면 먹고사는 일이 바빠서 법원에서 날아오는 서류들을 무시하는 분들이 많이 있고요. 그리고 이미 죽은 사람에 대한 서류인데 나에게 어떤 영향이 있겠느냐, 이런 생각을 하면서 무시하는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안일한 태도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시면 이 사안처럼 본인뿐만 아니라 자녀들에게 상속채무의 부담을 주게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법원에서 어떤 서류가 송달됐다고 하면 반드시 법률전문가와 상의를 하시고 신중하게 처리하시기를 당부드리겠습니다.

▲앵커= 돌아가신 분 일이라고 가볍게 여기면 빚의 굴레에 빠지게 된다, 주의하라는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유재광 기자, 강천규 변호사 jaegoang-yu@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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