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객관적으로 성적 수치심 일으키기 충분, 강제추행죄 성립"

▲유재광 앵커= 일상생활에서 부딪칠 수 있는 법률문제를 법제처 생활법령정보와 함께 알아보는 알쏭달쏭 솔로몬의 판결, 오늘은 회식 자리 강제추행 얘기해보겠습니다. 박아름 기자 나와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인가요.

▲박아름 기자= 회사 대표 허호건(가명)은 직원들과 회식 자리에서 여직원 안영이와 얘기를 하던 중 갑자기 안영이의 목과 머리를 팔로 감싸 잡아당기는 이른바 ‘헤드락’을 걸었습니다. 그러면서 이로부터 며칠 전 퇴사 의사를 밝힌 안영이에 대해서 결혼 여부 등에 얘기하며 “이 X를 어떻게 해야 계속 붙잡을 수 있지” 하며 머리카락을 잡아당기거나, 어깨를 수차례 손바닥으로 치기도 했습니다. 

이에 회식 자리에 동참했던 거래처 대표마저 “미투 나겠네, 미투 나겠어”라며 혀를 끌끌 차는 등 회식자리가 아수라장이 됐습니다. 이에 회사 대표 허호건을 강제추행죄로 처벌할 수 있나 하는 상황입니다. 

▲앵커= 회사 대표가 어지간히 취한 것 같은데 회사 대표 입장은 어떤가요. 

▲기자= 회사 대표는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는 것은 인정하면서도 강제추행은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허호건은 일단 “회사 인재인 안영이를 붙잡고 싶은 마음에 술에 취한 상태에서 과하게 행동하긴 했지만, 성적인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헤드락을 건 머리나 손바닥으로 친 어깨 등도 성적인 부위라고 보기 어렵다”는 게 허호건의 주장입니다. 

또 “자신의 부적절한 행동으로 인해 안영이가 모멸감이나 불쾌감을 느꼈을 순 있어도, 그걸 성적 수치심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허호건은 거듭 주장했습니다. 아울러 같이 동석한 거래처 대표가 “미투 나겠다”고 말한 것도 “통상 하는 말이지 강제추행죄를 염두에 두고 한 진지한 평가라고 볼 수 없다”며 강제추행죄 무죄를 적극 주장했습니다. 

▲앵커= 여직원 입장은 어떻게 되나요. 

▲기자= 안영이의 고소장을 접수한 검사는 강제추행이 성립한다고 보고 허호건을 기소했습니다. 먼저 성적 수치심 관련 검사는 “안영이에 대한 행동은 접촉부위 및 방법에 비춰볼 때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하고, 안영이가 당시 느꼈다고 진술한 감정은 사회통념상 인정되는 성적 수치심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성적인 의도가 없었다”는 허호건의 주장에 대해서도 검사는 “허호건의 전체적인 언동은 안영이의 여성성을 드러내고 자신의 남성성을 과시하는 방법으로 모욕감을 주는 것이므로 성적인 의도가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안영이의 이직을 염려하는 마음이 있었을 뿐 성적 동기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추행행위의 행태와 당시의 정황에 비추어 강제추행의 고의가 인정된다”는 것이 검사의 판단입니다. 

▲앵커= 그래서 결론이 어떻게 나왔나요. 

▲기자= 결론부터 말씀 드리면 이와 유사한 사례에서 대법원은 ‘헤드락’ 행위에 대해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 구체적인 행위태양, 행위 전후의 피고인의 언동과 그 맥락 등에 비추어 강제추행죄의 추행에 해당한다”고 판결했습니다. 

먼저 성적 의도와 관련해선 "이 X 등의 발언과 그 말에 대한 피해자와 동료 여직원의 항의내용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의 말과 행동은 피해자의 여성성을 드러내고 피고인의 남성성을 과시하는 방법으로 피해자에게 모욕감을 주는 것이라는 점에서 ‘성적 의도를 가지고 한 행위’로 볼 수 있다"는 것이 대법원 판단입니다. 

'성적 수치심' 여부에 대해서도 대법원은 "피해자가 피해 당시에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고, 당시에 대해 성적 수치심을 나타내는 구체적인 표현을 사용하였으며, 피해자가 피해감정으로 ‘성적 수치심과 모멸감, 불쾌감’을 함께 표현한 것도 사회통념상 인정되는 ‘성적 수치심’에 해당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앵커= 회사 대표 본인에게 주관적으로 성적인 욕망이나 의도가 있었는지 여부를 떠나 객관적으로 ‘성적 의도’나 ‘성적 수치심’이 인정된다고 판결한 거네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대법원은 “거래처 대표가 피고인의 행동을 가리켜 ‘미투 나겠네’라고 말한 것은, 피고인의 행동이 제3자가 보기에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라고 인식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와 관련 법제처는 "당시 행태와 정황 등에 비추어 강제추행의 고의가 인정된다면 피고인에게 성욕의 자극 등 주관적 동기나 목적이 없었다거나 피해자의 이직을 막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된 동기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추행의 고의를 인정하는 데 방해가 되지 않는다“고 덧붙여 설명했습니다. 

법제처는 이에 가해자가 성적인 의도나 추행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한다 해서 고의가 없는 게 아니라며 이런 경우 강제추행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앵커= 성적인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한다고, 본인은 실제로 강제추행 고의가 없었다고 해도 고의가 없는 게 아니다는 취지의 판결이라는 설명, 오늘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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