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재보궐선거는 '밀레니얼 세대'가 대한민국 정치변혁의 주체가 된 첫 사건
청년 변호사들도 '표'로 명확히 의사 표시... 2030 세대가 만들어낼 미래 기대

박상수 대한변협 부협회장
박상수 대한변협 부협회장

지난 몇 달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했던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선거가 끝났다. 각 정파들이 내세운 후보들 간의 후보단일화를 위한 토론과 설문조사가 이어진 끝에 2030 청년들이 압도적으로 지지한 후보가 시장으로 당선되었다. 밀레니얼 세대라 불리는 2030 세대가 대한민국 정치변혁의 주체가 된 첫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4년전 촛불집회 때도 이들 2030 세대들은 광장의 주역이긴 했다. 올해로 7년을 맞이하는 세월호 사건에서 “가만히 있으라”는 어른들의 말을 들은 동년배 또는 바로 후배 세대 아이들의 희생을 본 이들은 다른 어떤 세대의 사람들보다 어둠을 몰아내는 빛이 되고, 거짓을 몰아내는 진실의 선두가 되겠다며 광장으로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모두가 아는 과정을 통해 이들 2030 세대들이 열렬히 지지한 정부가 세워졌다.

그리고 지난 4년 청년들의 삶은 더 고통스러워져만 갔다. 한때 대한민국 청년의 삶을 고통으로 몰아넣는 주범으로 평가받은 신자유주의 정책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권위주의적 정치문화가 이어진 것도 아니다. 최저임금이 급상승했고 남녀평등을 위한 실질적 조치들이 강화되어 갔으며, 공공기관이 중심이긴 하지만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이어졌고, 주택임대차보호법의 개정으로 주로 청년들인 임차인의 권익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었음에도, 청년들의 삶은 4년 전보다 확실히 고통스러워졌다.

적어도 대한민국의 청년들에게 있어 지난 4년은 완벽한 선의로 포장된 지옥으로 가는 여정이었다 할 수 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사실 청년들은 이미 그 답을 알고 있었다. 최저임금의 급상승으로 청년들이 주로 일하는 아르바이트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음을, 남녀평등을 위한 실질적 조치라는 할당제 등의 시행에 청년이 차지할 자리는 많지 않음을.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로 청년들의 정규직 취업문이 더 좁아질 수 있음을, 주택가격 상승기 임차인의 권익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으로 전월세 임차료가 급등할 수 있음을 청년들은 이미 수년간 꾸준히 지적해왔다.

듣지 않았을 뿐이다. 기성세대는 '우리가 만든 좋은 의도의 정책들을 잘 모르는 너희는 그저 좀 더 견디고 공부하라'고 훈계했을 뿐이다. 이에 청년들은 표로 자신들의 의사를 명확히 세상에 알렸다. 서울특별시나 부산광역시보다 작은 단체이지만 대한변호사협회에서도 비슷한 일이 올해 초 일어났다. 지난 몇 년간 꾸준히 대한변호사협회 총회에 진출한 청년 대의원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청년 변호사들이 지지하는 후보와 청년 변호사 후보가 대한변호사협회장과 서울지방변호사회장에 당선되는 이변이 일어난 것이다.

장강의 뒷물이 앞물을 밀어내는 것은 도도한 자연의 원리이자 인간 세계에서도 늘 일어나는 일이었다. 사회 곳곳에서 그동안 침묵과 인내를 강요당하던 청년세대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분출하고 있다. 그리고 대한민국은 언제나 이 청년세대의 젊고 개혁적인 목소리를 기반으로 한 단계씩 도약해 왔다. 이제는 완벽한 기성세대가 되어버린 86세대도 30여년 전 대한민국의 민주화를 이뤄내고, 20여년 전부터 그 대표들이 국회에 진출하며 어딘가 딱딱했던 권위주의적 군사문화를 완전히 없애버리고, 세계가 격찬하는 'K-CULTURE'의 기반이 되는 자유롭고 역동적인 문화강국을 만드는 데 기여하였다.

86세대의 등장에 비하면 이번 밀레니얼 세대의 등장은 다소 늦은 감이 있다. 그러나 이념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사고하며, 무엇보다 공정을 중요시하고 부패를 혐오하며 과감히 실용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2030 밀레니얼 세대가 만들어낼 대한민국의 미래가 사뭇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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