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법 개정 필요... 법 개정돼도 부모 '협의' 안되면 지금처럼 아빠 성 따라야

▲유재광 앵커= '이윤우 변호사의 시사 법률' 오늘(28일)은 '부성(父性) 우선주의' 얘기해 보겠습니다. 이 변호사님, 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이 부성 우선주의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는데, 일단 부성 우선주의가 뭔지부터 설명해 주세요.

▲이윤우 변호사(IBS 합동법률사무소)= '부성 우선주의'를 설명하기에 앞서 '부성주의'에 대해 먼저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부성주의의 부성은 부의 성, 즉 아버지 성이라는 뜻으로 쉽게 말해 자식이 아버지 성을 따른다는 얘기입니다.

법적으로 부성주의란 원칙적으로 '자는 부의 성과 본만을 따르는 것'을 의미하는데요, 과거 민법 제781조에서는 '자는, 그러니까 자식은 부의 성과 본을 따르고 부가에 입적한다. 다만 부가 외국인인 때에는 모의 성과 본을 따를 수 있고 모가에 입적한다'라고 해서 아버지가 외국인이 아닌 한 무조건 아버지의 성을 따르는 부성주의를 규정하고 있었습니다.        

▲앵커= 지금도 그런 건 아니죠.

▲이윤우 변호사= 아닙니다. 민법상 부성주의가 양성 평등을 침해한다는 등의 지적이 계속 이어져 왔고, 헌법재판소는 '위헌법률심판 2003헌가5 결정'에서 부성주의를 규정한 것 자체는 헌법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으나, 부성주의에 대한 예외를 규정하지 않은 것은 인격권을 침해하고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에 반한다는 이유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에 2005년 3월 31일 국회에서 민법 제781조가 개정되어 현재와 같이 자는 부의 성과 본을 따르되, 부모가 혼인 신고 시 모의 성과 본을 따르기로 협의한 경우에는 모의 성과 본을 따르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아버지의 성을 우선하여 따르고 혼인신고를 할 때 협의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모성을 따를 수 있도록 개정이 됐는데, 이같은 내용이 부성 우선주의입니다.

▲앵커= 그런데 여가부가 부성 우선주의 폐지를 추진한다고 하는데, 어떤 내용인가요. 

▲이윤우 변호사= 네, 어제 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이 부성 우선주의 폐지를 추진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양성평등 문제의 한축으로 자주 논의가 되어왔던 사안이라 이번 발표에 대해 많은 분들이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앵커= '폐지'라고 하셨는데, 구체적으로 뭘 어떻게 하겠다는 건가요. 

▲이윤우 변호사= 간략하게 말씀드리면 부성 우선주의에서 모성 우선주의로 가겠다, 이런 건 전혀 아니고요. 부성이든 모성이든 '우선주의'에서 '우선'을 빼고 실질적인 '협의'로 가겠다는 게 골자입니다.  취지와 배경을 말씀드리면 일단 현행 민법에 의하더라도 혼인신고를 할 때 아버지의 성을 따르지 않고 어머니의 성을 따르기로 협의를 했다면 어머니 성을 쓸 수는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이 혼인신고를 할 때 어머니의 성을 따르도록 협의를 하지 않았다면, 여전히 자식은 아버지의 성을 따르게 되는 겁니다. 그런데 여성이 결혼을 하면서 "나중에 아이를 낳으면 당신 성 안 따르고 내 성을 쓸 거야"라고 말하는 게 사실 쉽지 않아서 이런 경우를 상정하기가 힘든데요. 

이 때문에 여성가족부는 혼인신고 때가 아니라 출생신고를 할 때 자유롭게 협의하여 아버지의 성 또는 어머니의 성을 결정할 수 있도록 민법을 개정하겠다는 입장입니다. 한마디로 부모 가운데 누구 성을 따르도록 할지 실질적인 협의가 이뤄지게 하겠다는 취지입니다. 

▲앵커= 여가부가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 이걸 통해서 추진을 하겠다는 건데, 이게 구속력이 있는 건가요. 

▲이윤우 변호사= 건강가정기본계획은 건강가정기본법 제15조에 제1항에 따라 여성가족부장관은 건강가정정책으로 건강가적기본계획을 5년마다 수립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계획 그 자체가 어떤 법적인 구속력을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다만 좀 더 진전된 양성평등이 실현되는 건강한 가정을 구현한다는 취지에서 정책이 수립된 만큼, 여론의 호응을 얻는다면, 같은 취지로 국회에서 민법 개정이 함께 추진될 가능성도 그만큼 커지기 때문에 이 부분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앵커= 이게 아이를 낳고 아빠 성을 쓸지 엄마 성을 쓸지 결정하도록 한다면, 가령 서로 자기 성을 쓰겠다고 싸운다든지 예상되는 부작용이나 반발 같은 것은 혹시 없을까요. 

▲이윤우 변호사= 네, 충분히 예상되는 문제들입니다. 아직 구체적인 개정안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아마도 여성가족부의 입장은 현행 민법 제781조가 규정되어 있는 '자는 부의 성과 본을 따르는 것'은 그대로 두고, 단서로 다만 부모가 '혼인신고시 협의 규정'을 '출생신고시'로 개정하겠다는 것으로 보입니다.

만약 누구의 성을 쓸지 부모 간에 갈등이 생기는 경우라면 협의가 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어서 원칙대로 부의 성을 따르게 되는 것이지요.

▲앵커= 이번 건강가정기본계획에 다른 내용들은 또 어떤게 담겼나요.  

▲이윤우 변호사= 네, 이번 여성가족부 장관의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에 포함된 내용들이 많은데 조금 중요한 내용들만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민법과 건강가정기본법 제3조에 따르면 법률상 ‘가족’이라는 개념을 혼인, 혈연, 입양으로 한정하고 있는데요. 그런데 실제로는 다양한 형태의 실질적 가족이 존재하고 있거든요.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혼인 혈연 입양 외에도 동거 사실혼 부부, 노년 동거 부부, 위탁가족들도 법률상 가족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개정을 추진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결혼 외에 태어난 자녀 관련해선 '혼중자' 즉, 혼인 중의 자와 '혼외자' 즉 혼인 외의 자로 구분해 민법과 출생신고서에 표기하는 것 또한 문제 삼아 개정할 계획입니다. 

▲앵커= 최근 일본인 방송인 사유리씨의 비혼 출산 관련한 내용도 큰 이슈가 됐는데 이것 관련한 얘기도 있나요.  

▲이윤우 변호사= 네, 있습니다. 최근 유명 방송인인 사유리씨가 비혼 단독 출산을 한 이슈가 불거지면서 제도 마련 및 개선을 위해 사유리씨와 같은 비혼 단독 출산에 관한 본격적인 사회적 논의를 시작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미혼부와 관련하여도 기존에는 친모의 성명 및 주민등록번호를 알 수 없거나 친모의 협조 등이 없으면 출생신고가 불가했지만, 요건을 완화하여 친모의 정보를 일부 알고 있는 경우와 친모가 협조하지 않는 경우라도 출생신고가 가능하도록 개정할 예정입니다.

만일 개정이 된다면 아이의 엄마가 애를 낳고 훌쩍 떠나버린 뒤,  미혼부 아버지가 아이의 출생신고도 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일이 없어지는 등 개선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부성 우선주의 개선을 포함해 이번 여성가족부 발표, 개인적으로는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이윤우 변호사= 네, 이번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은 지금까지 논의만 되어오고 도마 위에 올라오지 않은 ▲부성 우선주의 ▲실질적 가족의 개념 ▲혼외자의 차별적 표현 ▲비혼 출산과 미혼부의 출생신고 문제 등을 구체적으로 다루고 있고, 시대의 흐름에 맞추어 기존의 어떻게 보면 편협된 시각을 변화시키기 위한 긍정적인 발걸음이라고 생각됩니다.

앞으로 정부가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을 어떻게 실현해 나갈 것인지 궁금한데,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앵커= 네, 말씀하신대로 시대적 흐름과 방향이 맞다면 사회적 합의를 통해서 추진해가야 할 것 같네요. 오늘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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