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금지 가처분 신청... 법원 판단 따라 시판 여부 결정

[법률방송뉴스] 이달 1일 출간된 김일성 북한 주석의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를 두고 법조계와 출판계에서 거센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현재 한 시민단체에서 출판금지 가처분을 신청한 상태인데 실정법인 국가보안법 위반과 언론·출판의 자유가 첨예하게 맞서고 있습니다.

어떻게 봐야할까요. 왕성민 기자의 리포트 보시겠습니다.     
  
[리포트] 

사단법인 남북민간교류협의회 이사장 김승균씨가 대표를 맡고 있는 출판사 '민족사랑방'에서 지난 1일 출간한 김일성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입니다. 

북한 김일성 주석의 항일투쟁을 담은 '세기와 더불어'는 전 8권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북한에서는 지난 1992년부터 이른바 '고난의 행군' 시기였던 1998년까지 6년여에 걸쳐 출간됐습니다.     

1994년 7월 8일 김일성 주석이 사망할 때까지 생전에 6권이 나왔고, 사후에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가 김 주석의 유고와 사료를 모아 '계승본' 형식으로 7권과 8권을 내놓았습니다.    

국내 출판본도 북한 원전과 똑같이 8권으로 구성됐고, 책 표지도 북한본과 똑같이 백두산 천지 사진이 사용됐습니다. 

회고록엔 김일성 주석의 항일투쟁 일대기와 함께 "혁명하는 사람은 언제나 인민을 믿고 인민에 의거해야 한다"는 등 김일성 주석의 어록과 사진, 친필 서명이 들어있습니다. 

국내에선 80년대 후반 이후 이른바 '주사파 운동권'을 중심으로 '해적판'이 암암리에 발간되긴 했지만, 정식 ISBN 출판번호를 받은 김일성 회고록이 출간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그만큼 논란이 뜨거운데, 당장 김일성 회고록 출판 사실이 알려지자 지난 24일 서울서부지법에 판매중지 가처분 신청이 접수됐습니다. 

일단 김일성 회고록은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 관련 대법원에서 지난 2011년 7월 “이적 표현물에 해당한다”는 법적인 평가를 받았습니다.(대법원 2011. 7. 28. 선고 2009도9152 판결)

관련해서 가처분 신청을 낸 '법치와 자유민주주의 연대(NPK)' 대표를 맡고 있는 도태우 변호사는 김일성 회고록이 북한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감안하면 김일성 회고록의 국내 정식 출판은 여타 이른바 '이적 표현물' 유통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문제라고 강조합니다.

[도태우 변호사 / 법치와 자유민주주의 연대 대표] 
"이게 이제 단순한 북한의 한 책이 출간됐다. 좀 적법한 절차가 아니고 정도가 아니고 김일성 회고록은 그 위상이 다른, 다른 책과 종류가 비교가 안 됩니다. 북한 체제 자체가 유일사상 체제이기 때문에 '경전'과 같다..."

일단 김일성 회고록 출판이 기정사실화 돼서 정당화 되면 다른 이적물들의 출판과 유통을 막을 수 없게 되고,

[도태우 변호사 / 법치와 자유민주주의 연대 대표]
"다른 북한 언론 저작물들은 이 책의 파생물들에 가까운 지위고요. 그러니까 이 책이 유통되는 게 허용되면 다른 북한의 언론 저작물들을 막을 근거가 없어집니다. 저 책(김일성 회고록)도 허용되었는데 2차적인 그 표현물에 해당되는 게 왜 허용이 안되냐, 이렇게..." 

국가의 존립ㆍ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하는 활동을 찬양ㆍ고무ㆍ선전하는 것 등을 처벌하는 국가보안법 제7조가 무력화되는 건 필연적 결과라는 게 도태우 변호사의 우려입니다.     

[도태우 변호사 / 법치와 자유민주주의 연대 대표]
"그래서 소위 다른 모든 (이적)언론 표현 저작물들의 완전한 개방으로 가는 소위 마중물 역할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것들을 통제하고 있는 국가보안법 특히 7조를 완전히 국회에서 정식 폐지 절차를 밟지 않고도 사실상 무력화 폐지시키는 그런..."

이렇게 되면 김일성 회고록 출판기념회나 강연회 등을 빙자해 대놓고 북한 체제를 찬양하거나 남한 체제를 비방하는 등의 활동을 벌여도 아무런 제지를 할 수 없게 된다고 도태우 변호사는 목소리를 높여 말합니다.

[도태우 변호사 / 법치와 자유민주주의 연대 대표]
"이게 단지 (회고록) 유통에 그치지 않고 이건 필연적으로 허용되면 그 설명강연회를 한다, 독서회 토론회를 한다, 그 내용에 기반 해서 공연을 한다, 이런 모든 것들을 막을 방법이 없어집니다. 원천적인 게 허용됐기 때문에. 결국..."  

결론적으로 이게 서적 하나 출판하네, 마네 정도의 문제가 아니라는 건데 이런 점들을 다 감안해도 언론·출판의 자유라는 헌법적 가치가 국가보안법에 우선한다는 반론도 있습니다.

[권오훈 변호사 / 차앤권 법률사무소] 
"이 김일성 회고록에 관한 논란이 있는데요, 저는 헌법상 언론·출판의 자유의 측면에서 이 책을 출판하도록 허용하는 것이 맞다..." 

남한과 북한의 체제 경쟁은 이미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로 남쪽의 승리로끝났고, '김일성 회고록'에 넘어가 국가에 대한 믿음이 흔들릴 정도로 우리 체제와 국민들이 허약하지 않다는 반박입니다.   

차라리 북한에서 우리 것이 유통되는 것을 경계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김일성 회고록에 대해 출판금지 가처분을 신청한 쪽에서 제기하는 우려는 한마디로 전부 기우라는 겁니다.   

[권오훈 변호사 / 차앤권 법률사무소] 
"우리나라가 북한과의 사상 싸움에서 완벽하게 승리를 하고 있는 상황이고 현재 북한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이 남한에서의 각종 매체들 드라마라든지 영화 이런 것들을 보는 젊은 북한인들에 대해서 탄압을..." 

오히려 이런 저작물들을 공론장에서 자유롭게 토론이 되도록 하면 옥석도 가려질 것이고, 그 정도는 진작에 허용했어도 자유민주 체제가 강화됐으면 강화됐지,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게 권오훈 변호사의 말입니다.  

[권오훈 변호사 / 차앤권 법률사무소] 
"오히려 우리 쪽에서는 북한의 이런 저작이라 하더라도 자유롭게 출판을 해서 허용을 하고 국내에서는 이런 것들이 자유롭게 토론된다는 점을 보여준다면 오히려 북한과의 관계에서도 더 우리가 우월하다는 점을 보여줄 수 있는 그런 사례가 되지 않을까..." 

관련해서 80년대 운동권 출신인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도 지난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일성 회고록에 속을 사람이 어디 있냐”며 “높아진 국민의식을 믿고 표현의 자유를 적극 보장하자”고 적었습니다.  

같은 날 국민의힘은 “김일성이 주인공인 허황된 소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국민에게 판단을 맡겨도 충분하다. 북한에서 하는 허황된 김일성 우상화의 실체를 깨닫게 해줄 마중물이 될 수도 있다”는 박기녕 부대변인 명의 논평을 냈습니다. 

출판금지 가처분 신청이 접수되고 논란이 확산되자 교보문고와 예스24, 알라딘 등 대형 온·오프라인 서점들은 일단 김일성 회고록 판매를 중단하고 사태를 관망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공급자인 한국출판협동조합 측도 현재 서점에 김일성 회고록 공급을 중단하고 사태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출판물의 유해성을 심사하는 간행물윤리위원회는 어제 전체회의를 열었지만 “이념성 도서는 심의 대상에 포함하지 않겠다”며 유권해석을 피해갔습니다. 

결국 법원의 가처분 신청 인용 여부 결정에 따라 시판 여부가 다시 결정될 것으로 보이는데, 그제 가처분 심문을 진행한 서울서부지법은 이르면 다음주 쯤 인용 여부에 대한 결정을 내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법률방송 왕성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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