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계도기간 후 시행... "플랫폼에 변호사 종속 안돼" vs "국민 알권리 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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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방송뉴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이종엽)가 기존 변호사업무광고규정을 전면 개정한 '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정'을 공표하고 계도기간 3개월을 거쳐 오는 8월 시행할 예정이라고 4일 밝혔다. 

변협의 새 광고규정은 회원들의 법률플랫폼 가입과 협조 행위를 금지해 '로톡(LawTalk)' 등 변호사 소개 플랫폼을 업계에서 완전히 퇴출시키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반면 회원들에 대한 규제는 대폭 완화해 변호사가 전화나 방문, 이메일을 통해 스스로 자신의 업무를 홍보할 수 있게 하는 등 다른 전문직에 비해 변호사에게만 불리하게 적용돼 왔던 조항들을 상당부분 개선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 "로톡 등 법률플랫폼 가입·협조 금지... 플랫폼에 변호사 종속 차단"  

이번 광고규정 개선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점은 ‘법률플랫폼 참여·협조’ 금지 조항이다. 
 
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정 제5조 2항은 변호사가 아니면서 경제적 대가를 받고 변호사와 소비자를 연결하거나 변호사를 광고·소개하는 플랫폼에 참여하거나 협조해서는 안 된다고 못 박았다.

수사기관과 행정기관의 처분, 법원 판결 등의 결과 예측을 표방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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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규정이 시행되면 변호사의 법률플랫폼 가입과 취업이 사실상 금지된다. 이 경우 ‘변호사 소개’와 ‘AI 형량예측’ 서비스를 핵심 수익원으로 삼고 있는 로톡은 영업활동을 중단해야 할 정도의 큰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이와 관련 대한변협 관계자는 "법률플랫폼 사업자를 비롯해 외부 자본에 변호사가 종속돼 독립성이 침해되는 것을 방지하고자 법률플랫폼에 협조하지 않도록 하는 규정을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무료 또는 터무니없이 낮은 수임료를 제시해 고객을 유인하는 ‘덤핑 광고’나 변호사 보수에 관해 비교 견적·입찰 등을 표방하는 등 변호사 시장의 수임질서를 무너뜨릴 수 있는 광고도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 "과도한 규제는 폐지... '전담 변호사' 용어 사용 허가 등 홍보기회 확대" 

그동안 변호사들의 개별 광고를 가장 크게 제한했던 구(舊) 변호사업무광고규정 제5조 1항은 폐지된다. 해당 조항은 "변호사는 현재 및 과거의 의뢰인(법인 기타 단체의 경우, 담당 임직원 포함) 친구, 친족 및 이에 준하는 사람 이외의 사람을 방문하거나 전화를 거는 방법으로 광고를 하여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변협은 해당 조항이 과도한 규제라는 지적이 그간 제기돼 왔고 이미 대다수의 회원들도 과도한 규제라는 사실에 공감하고 있는데다, 규제의 실효성도 미미하다고 판단해 전면 삭제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자매체를 통한 변호사 광고도 폭넓게 허용된다(제5조 제1호). 이에 따라 앞으로는 변호사들이 플랫폼을 통하지 않고 잠재 고객들에게 직접 이메일과 팩스를 보내 자신을 광고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다만 '불특정 다수에 대한 전화와 메시지 발송'은 계속해서 금지된다.  

또 자신의 업무영역과 관련해 변호사들이 '전문 변호사' 또는 '전담 변호사'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도 허용된다. 기존에는 대한변협에서 전문 변호사 인증을 받지 않은 경우 함부로 ‘전문 변호사’라는 용어를 쓸 수 없었다.

이와 관련 법조 인접직역 자격사인 법무사들은 ‘등기 전문’, 세무사들은 ‘세무 전문’이라는 용어를 자유롭게 사용하는 반면, 변호사들은 ‘전문’ 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데 제한이 많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호소가 끊이지 않았다.

대한변협 관계자는 “시대 발전상을 반영하여 변호사들의 외부 소개나 홍보를 지나치게 제약하는 조항들은 전면 삭제 또는 축소했다”면서 “업무영역과 관련해 변호사 스스로 전문 또는 전담 용어를 자유롭게 사용하도록 허용해 국민들에게 변호사의 전문성을 폭넓게 인식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 법률플랫폼 가입 변호사들 탈퇴 러시 현실화 여부 초미 관심

법조계에서는 이번 광고규정 개정안이 실시될 경우 변호사 광고시장에 상당한 파급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먼저 경영상 타격이 불가피한 법률플랫폼들은 해당 광고규정에 대해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하고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규정 철폐를 시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당장 법률플랫폼 로톡을 운영하는 로앤컴퍼니 측은 4일 입장문을 내고 “공포된 개정 규정대로라면, 앞으로 3개월 후부터 변호사들은 로톡 뿐 아니라 네이버와 구글을 포함해 어떠한 온라인 공간에서도 광고를 할 수 없게 된다"며 "이번 개정안이 변호사의 영업 및 광고의 자유와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알 권리에 대한 중대한 침해라고 생각한다"고 강력하게 반발했다. 

관련해서 법조계와 법률플랫폼 안팎에선 변협의 새 광고규정 시행 전 계도기간 3개월이 만료되고 새 규정이 시행되는 8월까지 법률플랫폼 가입 변호사들의 탈퇴가 줄을 잇는 잇는 이른바 '탈퇴 러시'가 현실화할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변협의 새 광고규정이 시행되면 3개월 계도기간이 끝나면 법률 플랫폼 가입 변호사에 대해 회칙 위반으로 변협 차원이나 지방회에서 징계가 내려질 수도 있다.    

변협이나 지방회의 징계 가능성과 함께, 너도 나도 법률플랫폼에 가입하고 있어 울며 겨자먹기로 함께 법률플랫폼에 가입한 변호사들이 사태를 관망하다 가입 변호사들의 탈퇴가 이어지면 실제 집단 탈퇴 러시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있다.     

이렇게 가입 변호사들의 집단 탈퇴가 현실화 할 경우 변호사 회원 수가 곧 수익과 기업 경쟁력으로 직결되는 법률플랫폼의 운영 구조를 고려할 때 소송전과 별개로 법률플랫폼이 업계에서 살아남기 어려울 수도 있다.

가입 변호사 수가 급감하면 일반 회원들의 플랫폼 이용률도 비례하여 줄어들 수밖에 없는데, 결국 이용자 사이에 이뤄지는 수임계약 회전율을 핵심 지렛대로 삼아 플랫폼을 운영하는 법률플랫폼은 자연스레 퇴출 수순을 밟지 않게 되겠냐는 전망이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이번 광고규정은 법률플랫폼을 완전히 뿌리 뽑겠다는 변협의 의지가 그대로 반영된 것”이라며 “소송전에 돌입하는 순간, 플랫폼은 승패에 관계없이 사업의 지속적 운영이 힘들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변협 vs 로톡, 변호사 사회 양분 우려도... "홍보 경쟁 치열해질 것"

반면 플랫폼이 법률 소비자들에 대한 편의와 정보 제공을 전면에 내세우며 ‘혁신기업 대(對) 기득권’ 이라는 프레임으로 맞서고, 이런 프레임이 여론의 호응을 얻는다면 승부를 예측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 경우 법률플랫폼 사업자들은 공급자 중심의 시장에서 정보비대칭을 해소하고 이용단가를 낮추는 등 소비자 후생을 높인다는 점을 부각하며 '타다 사건'처럼 이 사안을 ‘여론의 법정’에 세우려는 전략을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초동의 또다른 변호사는 “이미 덩치가 커진 법률플랫폼 공룡들이 호락호락하게 당하지 않을 것”이라며 “적극적인 미디어 전략을 통해 판을 흔들어 민심을 흡수하려는 시도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이 변호사는 그러면서 "플랫폼에 가입한 변호사들이 변협이 아닌 로톡의 편을 들 경우 변호사 사회가 양분될 위험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변호사에 의한 광고 규제는 상대적으로 지금보다 완화되면서 중소형 법무법인과 법률사무소를 운영하는 변호사들 사이의 홍보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변호사들이 이전보다 더 적극적으로 자신을 알릴 기회를 찾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와 관련 한 중견 로펌 대표는 "이메일과 전화 등을 통한 광고가 허용되면서 이제는 변호사간 무한 경쟁에 돌입했다고 봐야한다"며 어느 정도 평판을 갖춘 대형로펌 보다는 중소형 단위의 사무소끼리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 대표는 그러면서 "변호사 홍보·마케팅 회사들이 때아닌 특수를 누릴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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