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면에서 16.5cm 돌출... 맨홀 뚜껑 자동차 사고, 지자체 책임은
지면에서 16.5cm 돌출... 맨홀 뚜껑 자동차 사고, 지자체 책임은
  • 유재광 기자, 왕성민 기자
  • 승인 2021.05.14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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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조물 안전관리의무 소홀"... 법원, 지자체 배상책임 인정

▲유재광 앵커= '법률구조공단 사용설명서', 오늘(14일)은 맨홀 뚜껑 때문에 발생한 자동차 사고 얘기해 보겠습니다. 왕성민 기자 나와 있습니다. 먼저 어떤 상황인지 볼까요.

▲왕성민 기자= 네, 강원도 양구군에서 택시운전사로 일을 하는 김모씨는 2019년 2월 10일 오전 7시쯤 양구에 있는 ‘비득고개’라는 곳을 운전하면서 지나다가 땅 밑에서 약 16.5cm 가량 튀어나와 있는 맨홀과 부딪혀 20일 가량의 치료 및 안정을 요하는 '경부 염좌' 등 부상을 당했습니다.

자동차 수리비가 520만원 정도 나올 정도로 꽤 큰 충격이 발생한 사고였습니다.  

▲앵커= 16.5cm라면 도로 위에 그냥 툭 튀어나와 있는 정도 아닌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김씨가 충돌한 '강전 맨홀'은 규정상 맨홀 뚜껑의 설치 높이가 도로에서 10mm, 그러니까 1cm 이내여야 합니다. 해당 맨홀 뚜껑이 처음부터 돌출돼 설치된 것은 아니고 도로가 낡아 맨홀 뚜겅 주변이 침식되면서 뚜껑이 돌출하게 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앵커= 택시기사 입장에서는 진짜 황당한 사고였겠네요.   

▲기자= 네, 김씨는 일단 관할 지방자치단체인 양구군을 여러 차례 찾아가 피해에 대한 배상을 요구했는데, 양구군은 처음에는 배상을 해줄 것처럼 하다가 나중에 말을 바꿔 자신들은 관리 주체가 아니라며 애초 입장을 번복해 계속 책임질 수 없다고 발뺌을 했습니다. 

이에 김씨는 법률구조공단 양구지소의 도움을 받아 양구군을 상대로 차량 수리비와 치료비, 위자료 등 모두 796만원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앵커= 재판에서 양구군은 뭐라고 주장을 했나요. 

▲기자= 양구군은 일단 도로 관리주체가 양구군이 아닌 국가라고 맞섰습니다. 그러면서 맨홀의 설치자 내지 소유자 또한 양구군이 아니고, 양구군이 해당 맨홀을 설치했다는 자료도 찾을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한마디로 양구군이 도로 관리주체도 아니고 맨홀 설치를 한 것도 아닌데 맨홀 뚜껑 사고 책임을 왜 양구군에 물으려는 것이냐,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로 주장한 겁니다. 

▲앵커= 공단 측은 어떻게 대응했나요. 

▲기자= 사고 현장 사진을 보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사건을 대리한 공단 박성태 변호사가 일단 현장을 점검해보니 해당 맨홀 뚜껑에 ‘양구군’이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찍혀 있었습니다. 박 변호사가 다른 곳을 더 찾아보니 법원 앞 맨홀 뚜껑에도 ‘양구군’이라고 찍혀 있었습니다.   

공단은 나아가 사고가 난 도로의 관리주체를 확인하기 위해 국토교통부에 사실조회를 신청했고, 해당 도로의 토지 소유자는 국가로 되어 있지만, 관리는 강원도의 위임을 받아 관할 지자체인 양구군에서 하기로 돼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맨홀 관리 주체가 아니라는 양구군 주장을 허문 박성태 변호사는 양구군이 관리 책임을 제대로 하지 못한 만큼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강하게 주장했습니다. 

▲앵커= 앞서 도로 침식으로 맨홀 뚜껑이 돌출됐다고 했는데 이렇게 도로가 낡아서 침식되는 것까지 지자체가 다 관리하고 보수하긴 어떻게 보면 현실적으로 힘든 것 아닌가요.

 ▲기자= 일단 법률용어로는 ‘영조물’이라고 하는데 이런 시설들의 설치 및 관리 하자 배상책임과 관련해 “영조물이 완전무결한 상태에 있지 아니하고 그 기능상 어떠한 결함이 있다는 것만으로 영조물의 설치 또는 관리에 하자가 있다고 할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입니다. 

대법원은 그러면서 "안전성 구비 여부는 당해 영조물의 용도, 그 설치장소의 현황 및 이용상황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설치, 관리자가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정도의 방호조치의무를 다하였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삼아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대법원 2001. 7. 27. 선고 2000다56822 판결 등 참조),

관련해서 공단의 박성태 변호사는 도로의 개·보수를 양구군이 혼자 하지는 못하더라도, ‘돌출된 맨홀 뚜껑이 있으니 조심하라’는 정도의 안내판을 설치하는 등 최소한의 방호조치도 취하지 않은 만큼 대법원 판례에 따라 양구군의 배상책임이 인정된다는 취지로 주장했습니다.    

▲앵커= 법원은 어떻게 판단했나요. 

▲기자= 재판부인 춘천지법 양구군법원은 일단 양구군이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점, 나아가 사고 발생 뒤에도 어떠한 안전조치도 취하지 않고 변호사를 선임해 책임을 모면하기에만 급급한 양구군 태도를 강하게 질타했습니다.  

재판부는 이에 “양구군 과실로 사고가 발생한 만큼 양구군에 배상책임이 있다”며 “양구군은 김씨에게 400만원을 배상하라”는 화해권고결정을 내리며 사건을 종결했습니다. 

▲앵커= 이런 사고가 꼭 양구군에서만 있었을 것 같지는 않은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전국 곳곳에서 비슷한 사고가 이어지고 있는데요. 이와 관련 공단 박성태 변호사는 “지자체가 직접 관리하는 지방도 외에도 위임국도로 관리를 하는 지자체에 경종을 울리는 사건”이라고 이번 사건 의의를 설명했습니다.  

박 변호사는 그러면서 “산간 벽지와 노후된 도로가 많은 곳에선 돌출 맨홀로 인한 사고나 교통사고가 빈번하다”며 “향후 유사사례 발생 시 ‘전부책임’에 가까운 책임을 추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앵커= 지자체가 시민 안전은 외면하고 책임 회피에만 급급한 모습이 보기 좀 그렇네요. 오늘 잘 들었습니다.   

 

유재광 기자, 왕성민 기자 jaegoang-yu@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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