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재량권 남용 상장폐지, 처벌 및 손해배상 규정 없어... 제도 보완 필요”

▲유재광 앵커= 내가 사놓은 회사 주식이 어느 날 갑자기 상장폐지가 된다면 얼마나 황당할까요. '차상진 변호사의 금융과 법’ 오늘은 상장폐지 얘기해 보겠습니다. 차 변호사님, 증권거래소 상장폐지는 어떤 경우에 이뤄지는 건가요.

▲차상진 변호사= 네, 상장폐지는 '한국거래소 유가증권 시장 상장 규정' 및 '코스닥 시장 상장 규정'에 의하여 이뤄지게 됩니다. 보통 어음이나 수표가 부도난 경우, 아니면 자본잠식 상태인 경우 상장폐지 사유가 됩니다. 

거래소에 상장된 모든 회사는 자본시장법 제159조에 의하여 매년 사업연도 재무제표 및 연결 재무제표를 금융위원회와 그 증권에 상장된 거래소에 제출하여야 합니다. 그리고 상장폐지 결정이 있기 되면 일정기간 정리매매 후에 거래할 수 없게 됩니다. 

▲유재광 앵커= 규정 자체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이는데, 오늘 가져오신 사례는 어떤 내용인가요.

▲차상진 변호사= 네, 대법원이 "거래소 상장폐지 결정이 법적 근거 없이 이뤄졌다"며 무효 확정 판결을 내린 사안인데요. 2018년 3월 22일 당시 코스닥 시장에 상장되어 있던 ‘감마누’라는 회사가 앞서 말씀드린 자본시장법에 따라서 재무제표 등을 제출하려고 하였으나 당시 경영상태가 조금 좋지 않아서 문제가 있었습니다.

해당 회사 작성 재무제표에 감사가 부적정 의견을 제시한 건데요. 코스닥 시장 상장 규정 제38조 1항 제11호는 이와 같은 경우엔 상장폐지 사유에 해당한다고 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이를 개선하려고 노력을 하였으나 한국거래소는 2018년 9월 21일에 상장폐지를 결정했습니다.

이에 회사는 상장폐지가 무효라고 하면서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했고, 이후에 대법원 2020년 8월 13일에 선고된 2020다25565판결에 의해 한국거래소의 상장폐지 결정이 무효라고 대법원이 판시를 한 사건입니다. 

▲유재광 앵커= 이게 뭐 재무제표에 문제가 있고, 상장폐지 사유에 해당이 된다고 했는데 대법원은 왜 무효라고 판결을 한 건가요.

▲차상진 변호사= 네, 재무제표에 문제가 있는 경우엔 당연히 이는 상장폐지 사유에 해당합니다. 그러나 상장폐지라는 것이 주주 등 여러 사람에게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등 워낙 중요한 사안이다 보니까 회사의 이의신청을 받고, 필요하면 개 선기간을 부여하는 등의 제도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와 같은 상장폐지 절차 및 요건에 대해 자본시장법은 규정을 따로 하고 있지 않고, 단지 거래소의 상장 규정에서 정하라고 위임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법원은 감마누의 상장폐지 당시 한국거래소가 이의신청 제도의 운영에 관한 재량을 일탈·남용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유재광 앵커= 이게 거래소 임의로 상장폐지라는 걸 결정할 수가 있는 건가요. 

▲차상진 변호사= 네, 많은 분들이 상장폐지 정도라면 법률에 규정된 사유와 절차에 따라 상장폐지가 이뤄질 것으로 생각을 하시지만, 자본시장법은 제390조에서 구체적인 상장폐지 사유나 절차에 대해서 한국거래소의 규정에 정한다고 위임을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점은 좀 제도적으로는 아쉬운 부분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상장이란 행위의 법적 성격 또한 '계약'에 불과합니다. 실제로 대법원은 상장계약은 유가증권 시장의 유가증권 상장을 희망하는 발행회사와 시장개설 주체로서 상장심사를 담당하는 거래소 사이에 체결되는 사법상의 계약이라고 판시한 바도 있습니다.

결국 법원은 거래소가 상장과 관련한 규칙을 만들 수 있고, 해당 규칙에 따라서 상장폐지를 시킬 수도 있는데 감마누의 상장폐지와 관련해선 이러한 재량을 남용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유재광 앵커= 그러니까 이번 사안에선 거래소가 재량 범위를 넘어섰다는 게 대법원 판결인가 보네요.

▲차상진 변호사= 네, 맞습니다. 법원은 먼저 감마누에게 부여된 개선기간 동안 개선계획을 이행하지 못한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판단을 했습니다. 먼저 감마누는 상장폐지를 막기 위해 개선 계획을 제출했는데요. 거래소는 이에 대해서 개선기간을 3개월 정도 부여를 했습니다. 그러나 해당 기간으론 개선 계획을 이행하기엔 너무나도 짧은 기간이었다는 것이죠.

또한 감마누가 최초 부여된 감사 의견을 변경하기 위해 필요한 적절한 조치 등을 이행했고, 이러한 조치들이 처음 부여된 기간 내에 해소되기는 어려우나 상당한 기간 내에는 해소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한국거래소에 충분히 소명했음에도 한국거래소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최초 개선 기간에 상장폐지 사유를 해소하지 못한 사유라든지, 경위라든지, 아니면 상장폐지 해소 가능성 등에서 적절한 검토 없이 그냥 기업심사위원회에서 상장폐지 결정을 의결했다는 점에서 상장폐지 결정의 남용이라고 봤습니다.

▲유재광 앵커= 이게 부실하게 상장폐지 심사가 이뤄졌다는 건데 그럼 투자자나 주주들의 손실은 어떻게 되나요.

▲차상진 변호사= 일단 이 같은 상장폐지 결정이 되면 일반 개미투자자들에겐 주식이 휴지조각이 되는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 상장폐지가 된다고 해서 회사가 바로 청산하는 것은 아니지만 상장폐지 되는 기업의 주식을 개미투자자들이 이를 매각해서 현금화할 수 없기 때문에 사실상 휴지조각이 됐다고 생각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에 많은 투자자들은 거래소에서 그나마 거래가 가능한 기간이 정리매매 기간에 손해를 감수하고 매각을 하게 됩니다. 그럼에도 이와 같이 위법한 상장폐지가 있다고 할지라도 상장폐지가 위법한 경우에 대해서 어떤 손해배상 규정도 마련돼 있지 않습니다. 나아가 이에 대한 처벌규정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투자자 보호와 건전한 거래를 위해서 사업보고서 등에 거짓을 기재하거나 중요사항의 기재를 누락한 경우엔 자본시장법 제444조에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하고 있는 한편, 고의가 없는 경우라고 할지라도 제429조에서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투자자 보호 측면에선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유재광 앵커= 이게 그럼 손해를 본 투자자나 주주들이 대처할 방안이 없나요.

▲차상진 변호사= 투자자들 입장에선 부실하게 심사돼 상장폐지가 이뤄진다고 할지라도 거래소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하는 것 외에는 현실적인 방법이 없습니다. 실제로 감마누 투자자들은 상장폐지 무효로 인해 잃은 손해에 대해서 한국거래소에 소송을 제기했으나 손해배상 산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상장이 영구히 폐지된 것이 아니라 한국거래소 상장폐지 후에 상장폐지가 무효였기 때문에 상장폐지 시 가격에 준해 재상장을 시켰으니까 손해가 없지 않나 이런 주장도 있고, 또 투자자는 상장계약의 당사자가 아니므로 손해배상액을 구할 수 없다거나, 그리고 상장폐지된 주식을 매도한 것은 투자자 자신의 판단 때문이 아니냐는 이런 반론이 있는데요.

자신이 보유한 주식이 사실상 휴지조각이 되는 상황에서 누가 매도를 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상장폐지 후에 현재까지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에 대해 다시 상장됐으니 손해가 없다는 주장은 때려서 멍들었으나 며칠이 지나서 멍이 없어졌으니 피해가 없는 것 아니냐는 주장과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유재광 앵커= 제도적 보완책 마련이 필요해 보이는데 어떤가요.

▲차상진 변호사= 말씀드렸듯 상장폐지와 관련된 요건들을 최소한 일부라도 법률에 규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상장제도가 상장계약에 근거한 제도이나 우리나라엔 거래소가 한 개밖에 없습니다. 신규거래소 설립도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거래소 지분을 5% 이상 소유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거래소가 하는 상장 및 폐지 업무가 공공적 성격이 매우 강한 업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성격은 조금 다르지만 국내 제도 중 가장 유사한 제도로 한국 예탁 결제원에 주식을 전자 등록하는 제도가 있는데요. 해당 제도의 근거법인 '주식·사채 등의 전자등록에 관한 법률'에는 전자등록의 거부사유라든지 아니면 전자등록의 직권말소사유를 법에서 직접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점을 참고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위법한 상장폐지로 인한 손해배상 상장 기준을 법에서 정할 필요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현재 제도는 위법한 상장폐지라고 할지라도 투자자에게 손해와 관련한 모든 증명 책임이 있기 때문에 투자자에게 불합리한 면이 있습니다. 따라서 이와 관련해 손해배상의 산정기준에 대한 입법도 반드시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유재광 앵커= 말씀하신대로 투자자 잘못이 아닌 책임을 투자자에게 다 전가하는 데는 개선책 마련이 필요해 보이네요. 오늘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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