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급발진, 차량 통제 안 돼" vs 볼보 "정확한 원인 규명이 최우선"

▲유재광 앵커= 볼보 급출발 질주 사고, 앞서 사고 당시 영상을 봤는데요. 장한지 기자가 스튜디오에 나와 있습니다. 급발진으로 추정된다고 하는데, 전지혜씨 운전자 과실일 가능성은 없나요.

▲장한지 기자= 브레이크와 액셀을 착각한 운전자 과실로 보기엔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들이 좀 있습니다.

앞서 전해드린 대로 전지혜씨는 운전경력 23년의 베테랑 운전자입니다.

설사 액셀을 잘못 밟아 첫 출발을 했다고 하더라도, 이후 속도를 줄이거나 멈추지 않았는데요. 리포트 보신 대로, 제한속도 시속 30km 구간을 120km로 내달린 자체가 일반 상식이나 사회 통념상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입니다.

전씨는 과속방지턱을 거의 날듯이 통과해 3개의 교차로를 그냥 쏜살같이 통과하고, 국기게양대 건조물을 그냥 정면으로 들이받았는데요.

차량 안에서 전씨가 계속 괴성에 가까운 비명을 지른 것도 그렇고, 설령 액셀을 밟고 있다 하더라도 발만 떼면 될 일인데, 그렇지 않았는데요.

이 모든 정황들이 결국 '차량에 대한 통제권'을 잃은 반증이라는 것이 전씨 측의 주장입니다.

▲앵커= 그러니까 급발진으로 추정된다, 이런 입장인데, 사고를 당한 전지혜씨 현재 상태는 어떤가요.

▲기자= 네, 전지혜씨 진단서도 확인해 봤고, 엑스레이 사진들도 봤는데요. 얼굴과 척추, 다리와 팔 등 곳곳에 복합골절을 당해 뼈를 접합하고 온몸에 나사처럼 생긴 '픽스처' 수십개를 곳곳에 박아놓은 상태입니다.

피해자는 인터뷰가 어려웠고요, 피해자 남편을 만나서 당시 상황 등에 대한 얘기들을 들어봤는데요. 리포트 이어서 보시겠습니다.

[리포트]

전지혜씨에 대한 아주대병원 진단서입니다.

안와 골절, 전두·광대뼈·상악의 복합 골절, 늑골 골절, 다발성 흉추 골절, 다발성 요추 골절, 상완골 하단 개방성 골절, 척골 몸통 골절, 삼복사 골절 등 온몸의 뼈란 뼈가 성한 곳이 없습니다.

골절 외에도 외상성 지주막하 출혈, 볼 점막의 열상, 상완의 궤양성 욕창, 섬망 등도 나타났습니다.

진단서 표현에 따르면, 각종 생명유지 장치를 이용한 집중치료와 4차례의 대수술을 시행한, 정말 죽지 않은 게 천만다행일 정도의 중상입니다.

최소 20주간의 절대 안정 및 입원 치료가 필요하다는 것이 의사의 진단인데, 사고 발생 7개월이 되어가는 지금도 고통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윤성중(가명) / 전지혜씨 남편]
"일상생활할 때 머리를 감고 빗을 빗는다든지 설거지를 한다든지 이런 부분도 사실 본인이 원활하게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거든요. 너무 옆에서 보기에 안타깝고 특히 자고 일어나거나 이럴 때마다 아파서 신음소리 내고 힘들어하고..."

그나마 목숨을 건진 걸 천행으로 여기면서도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후유증은 어떡해야 하는지 안타까움을 넘어 망연자실할 뿐입니다.

[윤성중(가명) / 전지혜씨 남편]
"예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고요. 걷거나 이런 정도는 할 수 있는데 특히 오른쪽 팔하고 허리 쪽에는 상당히 심하게 입었기 때문에 그쪽은 영구 후유장해로 남아요. 이런 것들 보면 너무 안타깝죠."

육체적 고통이나 후유증뿐 아니라 심각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극심한 트라우마도 함께 겪고 있습니다.

[윤성중(가명) / 전지혜씨 남편]
"제가 병원에 드라이브해서 병원에 같이 가고 그럴 때도 옆에 차들이 오고 하면 깜짝깜짝 놀라고 앰뷸런스 소리라든지 이런 거 들리고 하면 가슴이 쿵쾅쿵쾅 뛴다고 하고 그래서 트라우마가 너무 심해서..."

어느 정도 몸과 정신을 수습한 아내에게 사고 당시 정황을 물어보자 급출발 당시 차량 기어는 주차, Parking, P에 있었다고 합니다.

원래 정차 중인 차에 탑승했고, 사촌오빠한테 전화가 와서 통화를 하던 상황에서 굳이 기어를 움직일 아무런 이유가 없다는 겁니다.

[윤성중(가명) / 전지혜씨 남편]
"그렇기 때문에 집사람 입장에서 운전할 의도가 전혀 없이 차는 P에 돼 있었고 당연히 운전할 의도가 아니니까 안전벨트를 안 한 상황이었고 전화가 와서 통화를 하다가 갑자기..."

안전벨트를 안 해서 온몸의 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당한 것도 그렇고, 아내인 전지혜씨의 평소 운전습관을 감안하면 이번 사고는 급발진이 아니면 절대 설명이 불가능하다는 게 윤성중씨의 주장입니다.

[윤성중(가명) / 전지혜씨 남편]
"집사람 성격이 차분하고 그래서 운전도 얌전하게 하는 상황이었고요. 그 사고의 블랙박스를 나중에 저희가 확인을 저도 해봤는데 사고 전에 평소에 운전할 때 신호 잘 지키고 되게 얌전하게 운전하는 성격이에요. 그래서..."

액셀을 잘못 밟았을 수도 있다는 반론에 대해서도 윤성중씨는 당시 영상을 보면 말도 안 되는 주장이라고 반박합니다.

[윤성중(가명) / 전지혜씨 남편]
"저희는 절대 그렇게 될 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거기서 나온 소음이나 이런 것들을 보게 되면 부웅부웅 하면서 계속 굉음 소리가 나거든요. 그래서 억지로 그렇게 만들려고 해도 액셀러레이터를 밟아서 만들려고 해도 그렇게 만들어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액셀을 잘못 밟은 거라면 액셀에서 발을 떼고 브레이크를 밟으면 될 일을 아내가 차 안에서 비명만 지른 걸 어떻게 설명하냐는 겁니다.

[윤성중(가명) / 전지혜씨 남편]
"브레이크를 밟는다든지 어떻게 한다든지 그런데 이것은 그러니까 너무 공포스러운 상황이 돼서 그 다음부터는 블랙박스 영상을 보시면 알겠지만 고함지르고 이거 어떻게 하지, 악악 이런 상황이 되는 것이죠."

"아내의 실수나 잘못이 아닌 어떤 이유로 차량에 대한 통제권을 잃었다", "운전자가 차를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이 초래됐다"고 윤성중씨는 거듭 강조합니다.

[윤성중(가명) / 전지혜씨 남편]
"차가 제동이 안 됐다는 거죠. 그런 상황이니까 그 상황 자체가 공포스러워서 전체적으로 내가 제동이 안 됐다..."

엄마의 다친 모습에 두 아이들도 엄청난 충격을 받았습니다.

어린이보호구역을 지나 교차로를 세 곳이나 통과해 질주했는데, 그나마 아내 말고 다친 사람이 더 없는 걸 천운으로 여겨야 하는지, 허탈할 뿐입니다.

[윤성중(가명) / 전지혜씨 남편]
"다리나 이런 것들 다 부러져 있고 너무 많이 다쳐서 큰아이도 너무 충격이 컸고요, 온 가족들이. 저희는 정말 다행이었던 게 11시였는데 그 시간은 (아이들이) 정말 없는 시간이었고 사거리를 지나갈 때 파란불이었고..."

그럼에도 볼보 측의 대응은 실망을 넘어 뒤통수를 망치로 맞은 듯한 분노를 자아내게 했다는 것이 윤성중씨의 성토입니다.

[윤성중(가명) / 전지혜씨 남편]
"아무런 응답 없이 '소송을 하실 테면 하세요' 이런 식으로 나와서 상당히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장 안전하다고 저희가 믿고 산 차였는데 너무 당황스럽고 황당한 것이죠. 최소한 유감이라든지 사과를 하고 그리고 어떻게 잘 풀 수 있는지 논의라도 했으면 했는데 그런 거 자체가 없는 것에 대해서는 큰 배신감을 느끼고..."

'안전의 대명사'가 아닌 '뻔뻔함의 대명사'라고 거듭 볼보 측을 성토한 윤성중씨는 결국 지난 3월 사고 피해자인 아내 전지혜씨와 두 아이까지, 4명 이름으로 볼보 측에 위자료 등 2억여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습니다.

[윤성중(가명) / 전지혜씨 남편]
"다른 것보다 볼보가 세계에서 제일 안전한 차라고 해서 계속 광고도 많이 나오는데 광고에 돈을 쓰는 것만큼 소비자를 진심으로 대하는 자세를 보여줬으면 좋겠어요."

법률방송의 관련 질의에 "정확한 원인 규명이 최우선"이라는 원론적 입장을 밝혀온 볼보코리아 측은 국내 최대 로펌 김앤장을 선임해 법률 대응에 나섰습니다.

법률방송 장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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