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물책임법상 '차량 결함 없이는 통상적으로 발생할 수 없는 사고'임을 입증해야

▲유재광 앵커= 법률방송은 '볼보, 공포의 질주'라는 제목으로 볼보의 반자율주행차 급발진 추정 사고 소송 관련한 집중 보도 전해드리고 있는데요. 이 사안을 취재하고 있는 장한지 기자가 스튜디오에 나와 있습니다.

장 기자, 어제(27일) 손배소송 소장에 적시된 청구원인을 전해드렸는데, 간략히 다시 정리해볼까요.

▲장한지 기자= 네, 청구원인, 그러니까 이런이런 문제가 있어서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한다는 건데요. 이 사건 관련해선 크게 세 가지입니다.

먼저 급발진의 원인을 제공한 차량의 설계·제조 결함, 그리고 문제의 차량에 필요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채택하지 않은 과실, 마지막으로 자율운행 핵심 기술인 '첨단 운전자 보조장치' ADAS 소프트웨어 결함입니다.

요약하면, 볼보가 자랑하는 자율주행 신기술 자체에 내재한 결함으로 인해서 피해자 전지혜씨가 온몸 뼈가 부러지는 전치 20주의 중상해를 입었다는 게 전씨 측의 주장입니다.

▲앵커= 차량 자체의 결함에 기인한 급발진 사고라는 주장인데, 결국 결함 입증 여부가 관건이겠네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전지혜씨 측은 손해배상 청구의 법적근거로 민법상 하자담보책임과 명시적 보증계약 위반, 제조물책임법 위반 등을 들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볼보 측의 결함과 잘못으로 중상해를 입었으니 이에 대한 손해를 배상하라는 건데요. 손해배상 청구액은 2억 3천만원대입니다.

볼보 측은 국내 최대 로펌 김앤장을 선임해 법률대응에 나섰는데요. 말씀하신 대로 관건은 결함 입증 여부가 될 것 같습니다. 핵심 쟁점이 어떻게 되는지 리포트 이어서 보시겠습니다.

[리포트]

제조물책임법 제3조 1항은 "제조업자는 제조물의 결함으로 생명·신체 또는 재산에 손해를 입은 자에게 그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같은 조 2항은 결함을 알면서도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경우 최대 3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도 규정하고 있습니다.

관건은 결함 입증 여부입니다.

관련해서 같은 법 제3조의2 '결함 등의 추정' 조항은 "피해자가 다음 세 가지 사실을 증명한 경우에는 제조물에 결함이 있었고, 그 제조물의 결함으로 인하여 손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돼 있습니다.

[제조물책임법 결함 추정 1. 제조물의 정상적 사용 여부]

첫 번째는 해당 제조물이 정상적으로 사용되는 상태에서 피해자의 손해가 발생했느냐 여부입니다.

정상적으로 사용했다는 것이 전지혜씨 측의 입장입니다.

이와 관련 전지혜씨 측은 소장에서 "차량은 주차돼 있는 상태였고, 전지혜는 차량을 출발시키기 위해 브레이크를 밟거나 변속레버를 움직인 적이 없다"고 적고 있습니다.

"차량을 주차해서 정상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차량이 급발진 해 굉음을 내며 스스로 가속해 사고를 당했다"는 겁니다.

실제 주변 CCTV를 보면 전지혜씨가 탄 차량은 출발 전후로 전혀 브레이크등은 켜지지 않았고,

급출발 장면 목격자도 "운전을 왜 저렇게 하게 하지"하고 생각했을 정도로 비정상적으로 차가 갑자기 튀어 나갔습니다.

[과일가게 주인 / 목격자]
"소리도 요란스럽고 그래서 '운전을 왜 저렇게 하지?' 열심히 바라 본 거예요. 과속방지턱에서 붕 뜨더라고요. 사거리에서도 그냥 내달려버리고. 운전을 왜 저렇게 하지 의아스럽게 생각했던..."

[제조물책임법 결함 추정 2. 제조업자 사고원인 제공 여부]

두 번째는 제조물로 인한 손해가 제조업자의 실질적인 지배영역에 속한 원인으로부터 초래됐느냐 여부입니다.

쉽게 말해, 운전자인 전지혜씨 잘못이나 과실이 아닌 볼보 측의 잘못으로 전치 20주 중상해라는 손해가 발생했냐, 누구 책임이냐는 겁니다.

이에 대해 전지혜씨 측은 소장에서 "ADAS 소프트웨어 결함으로 변속레버가 P에 있는 채로 주차돼 있던 차량이 급발진 했다. 차량 전자제어 장치 내에 내재한 결함"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운전자의 의사나 동작의 개입 없는 볼보 측의 배타적 지배 영역에 있는 차량 시스템 결함"이라는 것이 전지혜씨 측의 주장입니다.

실제 당시 녹화영상을 보면 23년차 베테랑 운전자인 전지혜씨는 "악 악" 소리만 지를 뿐 차량을 전혀 제어하거나 통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전지혜(가명) / '볼보 급발진 의혹' 피해자]
"이거, 이거, 안 돼! 안 돼! 안 돼! 아악, 아악, 아악!"

[제조물책임법 결함 추정 3. 손해의 통상적 발생 여부]

마지막 세 번째는 제조물로 인한 손해가 제조물 결함 없이는 통상적으로 발생하지 않는 사고냐 여부입니다.

쉽게 말해, 일반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사고인가, 아니면 결함이나 하자가 있지 않고선 좀처럼 볼 수 없는 사고인가, 이 중 어느 쪽이냐는 겁니다.

일단 출발시점에서 청소년수련관 국기게양대를 들이받고 멈춰서기까지 약 500m 구간엔 제한속도 시속 30km인 어린이보호구역도 있었고, 사거리 교차로만 네 곳이나 됩니다.

그런데도 차량은 단 한 번도 속도를 줄이지 않고, 굉음을 내며 가속해 돌진해가며 충돌 직전까지도 속도를 줄이지 않았습니다.

"이 사건 차량에 중대한 결함이 있고, 차량 결함 없이는 통상적으로 발생할 수 없는 사고가 명백하다"는 것이 전지혜씨 측 입장입니다.

[윤성중(가명) / 전지혜씨 남편]
"블랙박스 영상을 보시면 알겠지만 고함지르고 '이거 어떻게 하지? 악 악' 이런 상황이 되는 거죠. 특히 거기서 나온 소음이나 이런 것들을 보게 되면 부웅부웅 하면서 계속 굉음 소리가..."

볼보 측은 "사고 원인이나 결함을 예단할 수 없다"며 "명확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이와 관련 대법원은 "소비자 측에서 제조물책임법 제3조의2 '결함 추정'을 입증하면 제조업자 측에서 그 사고나 제품 결함이 아닌 다른 원인으로 발생한 것임을 입증하지 못하는 이상 그 제품에 결함이 존재한다고 추정해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대법원 선고 98다15934 판결).

관련해서 3년 전 호남 고속도로에서 BMW 급발진 추정 사고로 60대 부부가 사망한 사건이 있습니다.

사망한 부부는 당시 300m가량 비상등을 켠 채로 갓길로 주행했는데, 이는 차량에 문제가 발생한 상황에서 비상조치를 취한 거라는 취지로 유가족들은 주장했습니다.

1심은 하지만 "유가족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자동차 결함에 따른 급발진 사고로 인정하기 어렵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습니다.

하지만 항소심은 지난해 11월 "차량 급발진이 아니라는 근거를 BMW가 제시해야 한다"며 원심 판결을 뒤집고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습니다.

이번 볼보 사건은 '호남 고속도로 BMW 사건'보다 어느 모로 보나 차량 결함에 따른 급발진 사고임이 훨씬 명확하다고 하종선 변호사는 말합니다.

[하종선 변호사 / '볼보 급발진 의혹' 법률대리인]
"그 사건하고 비교해 볼 때 이 차량은 시동을 켜고 완전히 주차 중인 상태에서 그리고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고 변속레버를 움직이지도 않았는데 차량이 갑자기 앞으로 나가기 시작하면서 굉음을 내고 급발진의 전형적인 현상인 고속 돌진을 해간 것이거든요. BMW 차량 사고보다 더 적용이 돼야 한다, 더 쉽게 적용이 돼야 한다..."

반자율주행차 급발진 추정 사고에 대한 첫 국내 소송.

불타는 BMW, 폭스바겐·아우디 배출가스 조작 사건 등을 수행했던 '자동차 소송 전문' 하종선 변호사와 국내 최대 로펌 김앤장.

볼보 반자율주행차의 결함 입증 여부를 둘러싼 창과 방패의 대결이 시작됐습니다. 법률방송 장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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