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강제징용 손해배상' 대법원 판결 뒤집혔다...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소송권 제한돼"
'日 강제징용 손해배상' 대법원 판결 뒤집혔다...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소송권 제한돼"
  • 장한지 기자
  • 승인 2021.06.07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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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유족 85명, 일본 기업 16곳 상대로 낸 최대규모 손배소 1심 '각하' 결정
"국제법 위반... 강제집행까지 하면 국가 안전보장이라는 헌법상 대원칙 침해"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유족 임철호(왼쪽)씨와 대일민간청구권소송단 장덕환 대표가 7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일본 기업 상대 손해배상 청구소송 1심 선고공판에서 '각하' 판결을 받은 뒤 기자회견에서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유족 임철호(왼쪽)씨와 대일민간청구권소송단 장덕환 대표가 7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일본 기업 상대 손해배상 청구소송 1심 선고공판에서 '각하' 판결을 받은 뒤 기자회견에서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법률방송뉴스] 법원이 강제징용 피해자와 유족들이 일본 기업 16곳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을 '각하'했다. 앞선 대법원 의 일본 기업들에 대한 손해배상 선고를 뒤집은 결정이다.

각하는 법원이 소송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하고 본안 심리를 하지 않겠다는 결정이다. 원고의 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원고 패소 판결과 동일한 결과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부장판사 김양호)는 7일 강제징용 피해자 송모씨와 유족 등 85명이 일본제철, 닛산화학, 미쓰비시중공업 등 일본 기업 16곳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각하했다.

재판부는 "한일 청구권 협정에 따라 개개인의 청구권이 바로 소멸되거나 포기된다고 할 수는 없지만, 소송으로 이를 행사할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대한민국 국민이 일본이나 일본 국민에 대해 보유한 개인 청구권은 한일 청구권 협정에 의해 소멸되거나 포기됐다고 할 수는 없지만, 소송으로 이를 행사하는 것은 제한된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또 "한일 청구권 협정과 그에 관한 양해문서 등 문언, 협정 체결 경위나 체결 당시 추단되는 당사자 의사, 청구권 협정 체결에 따른 후속 조치 등을 고려해보면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은 청구권 협정의 적용 대상에 포함된다"고 지적했다.

한일 청구권 협정이 한일 국민의 상대방 국가와 그 국민에 대한 청구권에까지 적용되기 때문에, 한국 국민이 개인적으로 소송을 내서 권리를 행사하는 것은 제한된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다.

재판부는 "비엔나협약 27조에 따르면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인정하는 국내법적 사정만으로 일괄 보상 또는 배상하기로 합의한 조약인 청구권 협정 불이행을 정당화할 수 없으며 대한민국은 국제법적으로 청구권 협정에 구속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청구를 인용하는 것은 비엔나협약 27조의 금반언의 원칙 등 국제법을 위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어 "원고들의 청구를 인용하는 본안 판결이 확정되고 강제집행까지 이뤄지면 국가 안전보장과 질서유지라는 헌법상 대원칙을 침해하는 것으로 권리남용에 해당해 허용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 피해자들 "한국 법원 맞나"... 외교부 "한일관계 고려, 일본과 해결방안 협의"

이날 1심 법원의 결정은 소송이 제기된 지 6년 만에 나온 것이다. 강제징용 피해자들은 지난 2015년 5월 소송을 제기했지만 송달 등 문제로 기일이 변경돼 6년 만인 지난달에야 첫 변론이 열렸다. 이 사건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낸 여러 소송 중 가장 규모가 크다. 피해자들은 당초 17곳의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가 1곳에 대해서는 소송을 취하했다.

일본 기업들은 무대응으로 일관하다 재판부가 공시송달을 결정한 후 국내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선임했다. 재판부는 지난달 28일 첫 변론기일에서 일본 기업 대리인들의 기일 속행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편 재판부는 당초 오는 10일 이 사건 선고를 예정했다가 갑자기 이날 오전 선고 일정을 앞당기겠다고 원고와 피고 양측에 통보했다. 재판부는 "선고기일 변경을 당사자에게 고지하지 않더라도 위법하지 않다"며 "법정 평온과 안정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해 선고 기일을 변경하고 소송대리인들에게 전자 송달과 전화 연락 등으로 고지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판결은 지난 2018년 10월 대법원 판단과는 상반된다. 당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이 일본제철(옛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재상고심에서 피고는 원고 1명당 1억원씩을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의 이 판결 이후 관련 소송이 이어졌고, 현재 서울중앙지법에는 강제징용 관련 소송이 모두 19건 진행되고 있다.

강제징용 피해자들은 이날 법원 판결에 즉각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피해자들 소송대리인 강길 변호사는 "자세한 내용은 판결문을 봐야 하지만 오늘 판결은 기존 대법원 판례에 정반대로 배치돼 매우 부당하다"며 "청구권이 존재한다는 이야기는 논리적으로 심판 대상으로 적격이 있다는 것인데, 재판부가 양국 간 예민한 사안이라 다르게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일제강점기 당시 아버지가 징용으로 끌려간 임철호(85)씨는 "나라가 있고 민족이 있으면 이런 수치를 당하지 않아야 한다"며 법원의 선고에 대해 "한심한 결과다. 한국 판사와 한국 법원이 맞느냐, 참으로 통탄할 일이고 입을 열어 말을 할 수가 없다"고 했다.

정부는 이날 법원의 판결에 대해, 한일관계 등을 고려하면서 일본과 해결방안을 협의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관련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당국자는 "정부로서는 앞으로도 사법 판결과 피해자 권리를 존중하고 한일관계 등을 고려하면서 양국 정부와 모든 당사자가 수용 가능한 합리적 해결방안을 논의하는 데 대해 열린 입장으로 일본 측과 관련 협의를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한지 기자 hanji-jang@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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