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제외하고 5글자 넘어가거나 부모와 같은 이름 출생신고 안 돼"

▲유재광 앵커= 일상생활에서 부딪칠 수 있는 법률문제를 법제처 생활법령정보와 함께 알아보는 ‘알쏭달쏭 솔로몬의 판결’, 오늘은 출생신고와 아이 이름 얘기해 보겠습니다. 왕성민 기자 나와 있습니다. 오늘은 어떤 상황인지 먼저 간단히 설명해 주시죠.  

▲왕성민 기자= 일단 '홍길동'이라는 이름을 한번 상정해보겠습니다. 홍길동씨가 결혼해서 아들을 낳았습니다. 그런데 홍길동씨는 예전부터 아들을 낳으면 자기 이름을 따서 ‘홍길동 주니어 2세’리고 이름을 붙이려는, 아이 이름에 대한 일종의 로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아들을 낳았고, 우리 현행 법제도상 '홍길동 주니어 2세'라는 이름으로 출생신고를 할 수 있느냐, '주니어 2세'가 안 된다면 자신과 똑같은 '홍길동'이라는 이름을 줄 수 있느냐, 이게 쟁점이 되는 상황입니다.    

▲앵커= 이게 미국 같은데 보면 '무슨 무슨 주니어 1세, 2세' 이런 이름들을 볼 수 있는데, 우리나라에선 어떤지 궁금하긴 하네요. 

▲기자= 관련해서 세 가지 견해가 나올 수 있습니다. 보통 아이 이름은 부모가 여러 측면들을 감안해 지어주기 때문에, 부모에게는 아이 이름에 대한 선택권이 있습니다. 따라서 이름 길이와 상관없이 부모가 결정한대로 출생신고를 할 수 있다는 의견이 있을 수 있고요.   

다른 하나는 ‘홍길동 주니어 2세‘는 이름이 좀 길기도 하고 영어와 숫자도 섞여있어 안 될 것 같은데, 그냥 아빠와 같은 '홍길동'으로 이름을 지어주는 건 가능할 것 같다는 의견이 나올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둘 다 안 된다, 사람 이름이 무슨 장난도 아니고, 아이가 커가면서 "길동아" 하면 아빠를 부르는 건지 아들을 부르는 건지 헷갈린다, 따라서 둘 다 안 된다는 견해가 있습니다. 

▲앵커= 세 의견이 나름 다 논리가 있는 것 같은데, 결론은 어떤가요. 

▲기자= 일단 첫 번째 사안과 관련해 '홍길동 주니어 2세'는 이름이 너무 길어서 출생신고를 하실 수 없습니다.

성을 제외한 이름이 한글로 다섯 글자를 초과하면 출생신고가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근거는 '이름의 기재문자와 관련된 가족관계등록사무', ‘대법원 가족관계등록예규 제109호 제4조 가목' 등 인데요. 

"이름은 그 사람을 특정해 주는 공적인 호칭으로서 개인적인 용도뿐 아니라 다른 사람과의 공적인 법률관계에서도 사용되기 때문에, 5자를 초과하는 이름은 너무 길고 사용에 불편하므로 이를 규제하고 있는 것"이라는 게 법제처 설명입니다. 

▲앵커= '홍길동'이라고 아빠랑 똑같은 이름을 지어주는 것도 안 되나요.

▲기자= 그것도 안 됩니다.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가족관계증명서에는 본인과 부모, 배우자 및 자녀에 관한 사항이 기재됩니다. 그런데 동일 증명서에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이 둘 이상 있으면 이름만으론 식별이 곤란한 문제가 발생하고, 법적 안정성을 해칠 수 있는데요.   

따라서 가족관계증명서에 기재되는 다른 가족, 예를 들어 출생자의 아버지·어머니는 물론 할아버지·할머니와 동일한 이름에 대해서도 출생신고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법제처는 설명하고 있습니다.    

▲앵커= 예전에 90년대 중후반에 사람들을 가슴 아프게 했던 유괴 사망사건, ‘박초롱초롱빛나리’ 양 같은 경우는 성을 제외하고 이름이 7글자인데 이건 어떻게 된 건가요. 

▲기자= 네, 박초롱초롱빛나리 양의 경우에는 1989년생으로 유괴 사건이 벌어질 당시 7세였습니다. 정부가 이름의 자수를 제한한 건 1993년부터인데, 앞서 언급했듯이 공적 관계에서의 법률관계와 성명 기재의 불편·곤란 등의 이유로 호적예규 제485호를 제정해 이름을 다섯 글자 이내로 규제했고 지금까지 이러한 기조가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습니다.

지금도 가끔 언론 보도 등을 통해 5글자를 초과하는 독특한 이름을 가진 분들이 소개되고는 합니다만, 모두 1993년 이전 출생자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마지막으로 하나 더, 성을 제외하고 다섯 글자 이하이기만 하면 어떤 글자를 쓰든 제한이 없나요, 가령 영어를 쓴다든가. 

▲기자= 이 부분은 특별한 제한이 없습니다. 저도 궁금해서 찾아보니 실제 크리스티나, 크리스토퍼, 레오나르도, 엘리자베스, 세바스티안, 알렉산드라, 가브리엘라, 올리비아리 같은 이름들이 상당수 있다고 합니다. 

이 아이들이 한국 아이들인지 외국 국적인데 한국에서 출생신고가 된 건지까지는 확인이 어렵지만 아무튼 이런 영어 이름들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다만 이웃나라 일본 이야기이긴 하지만 1994년에 자신의 아들 이름을 '아쿠마(惡魔)' 즉 악마라고 지어 출생신고를 하려 했지만 “사회통념에 반한다”는 이유로 거부당한 사례가 있습니다. 해당 부모는 정부를 상대로 소송까지 내서 이겼지만 결국 여론의 압박에 못이겨 다른 이름을 지어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사례가 없지만, 등장하면 일본과 비슷한 결론이 나올 것이라고 추측됩니다.
   
▲앵커= 네, 성을 제외하고 다섯 글자를 넘어가는 이름은 출생신고가 안 되지만 다섯 글자 안에서는 사실상 제약 없이 지을 수 있다, 오늘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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