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친구가 미워해서... 7살 딸 살해 혐의 아버지 무죄 확정, 추인낙혼(墜茵落溷)
여자친구가 미워해서... 7살 딸 살해 혐의 아버지 무죄 확정, 추인낙혼(墜茵落溷)
  • 유재광 기자
  • 승인 2021.06.08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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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역 22년에서 2심 무죄... “살해 의심되지만 합리적 의심 없이 범죄 증명 안 돼”

[법률방송뉴스] 여자친구가 미워한다는 이유로 자신의 7살 난 딸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40대 남성이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았습니다.

운명이 갈리다. 오늘 ‘뉴스 사자성어’는 추인낙혼(墜茵落溷) 얘기해 보겠습니다.

42살 중국인 장모씨라고 하는데 장씨는 2017년 아내와 이혼하고 그 두어 달 뒤 지금의 여자친구를 만나 중국에서 동거를 시작했습니다.

어린 딸은 이혼한 전처가 키웠다고 하는데, 같이 살지도 않는데도 장씨의 여자친구는 장씨의 딸을 ‘마귀’라고 부를 정도로 끔찍이 싫어했다고 합니다.

여자친구는 장씨와 동거 중 장씨의 아이를 2번이나 유산했는데 ‘이게 다 딸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등 장씨 딸을 극단적으로 증오했다고 합니다.

급기야 여자친구가 장씨 딸을 저주하며 극단적 선택까지 시도하자 장씨는 2019년 8월 당시 7살 난 딸을 한국에 데려와 서울의 한 호텔에서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밤 11시 58분쯤 딸과 함께 호텔에 들어간 장씨는 이튿날 새벽 0시 42분쯤 맥주를 들고나와 전화를 하거나 담배를 피우는 등 시간을 보내다 1시 40분쯤 다시 호텔방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그 사이 딸이 욕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사인은 경부압박 질식사 및 익사.

CCTV 확인 결과 당시 호텔방에 들고난 사람은 장씨 외엔 아무도 없었습니다.

검찰은 메신저 앱을 통해 장씨 여자친구가 “강변에 던져 죽여버려라”고 말한 점, 장씨가 “한강에서 딸을 밀어버릴 수도 있다. 오늘 저녁 호텔 도착 전에 필히 성공한다”라고 호응한 점 등을 들어 장씨를 살인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장씨는 하지만 “외출 뒤 돌아와 보니 딸이 욕조에 떠있었다”며 “한국말을 전혀 못 하는 자신이 중국이 아닌 한국에서, 그것도 다른 사람 출입 흔적이 없어 범인으로 몰릴 수밖에 없는 호텔방에서 딸을 살해할 이유가 없다”며 살인 혐의를 극구 부인했습니다.

1심은 하지만 ‘익사 가능성이 고려된다. 타인의 개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부검 법의관의 소견 등을 근거로 장씨의 살인 혐의를 유죄로 판단, 징역 22년을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피해자 앞에 펼쳐졌을 무한한 삶의 가능성이 송두리째 상실됐다. 책임에 상응하는 처벌을 가할 책무가 있다”고 장씨를 질타하며 이같이 선고했습니다.

2심은 하지만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살인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1심 판결을 완전히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먼저 장씨와 여자친구가 주고받은 ‘살해 모의’ 문자에 대해서 “여자친구를 진정시키기 위해 호응하는 척한 것이지, 실제 살해할 의도는 없었다”는 장씨 주장을 받아들였습니다.

장씨가 딸과 함께 자주 여행을 다니는 등 유대관계가 좋았던 점, 전처 역시 장씨가 딸을 정성스레 돌봤다고 진술한 점, 전 부인의 강한 반대에도 장씨가 ‘사인을 밝혀야 한다’며 부검을 주장한 점 등도 감안됐습니다.

살해동기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여자친구가 딸을 싫어한다고 해도 딸이 전 부인과 살고 있어 면접이나 교섭 횟수를 줄이는 데 그치지 않고 살인까지 나아갈 동기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피해자가 욕조 안에서 미끄러져 쓰러지면서 욕조 물에 코와 입이 잠기고, 피해자의 목이 접혀 경정맥이 막혔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재판부 판단입니다.

‘살해 의심은 들지만 증명이 안 됐다‘며 무죄를 선고한 2심 판결에 대해 대법원(3부 주심 안철상 대법관)은 오늘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며 무죄를 확정했습니다.

떨어질 추(墜), 자리 인(茵), 떨어질 락(落) 뒷간 혼(溷) 자를 쓰는 ‘추인낙혼’(墜茵落溷)이라는 사자성어가 있습니다.

직역하면 ‘어떤 꽃잎은 방석에 떨어지고, 어떤 꽃잎은 뒷간에 떨어진다’입니다.

사람의 운명이나 처지가 우연히 크게 갈림을 뜻하는 말입니다.

중국 남북조 시대 범진(范縝)이라는 학자가 있었는데 하루는 남제 경릉왕 소자량이 “어찌하여 어떤 이는 부귀하게 되고 어떤 이는 빈천하게 되는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이에 범진은 사람의 인생과 운명을 한 나무에 달린 꽃잎에 비유하며 “어떤 것은 주렴 휘장에 스치어 방석 위에 떨어지기도 하고(自有拂簾幌墜於茵席之上자유불렴황추어인석지상), 어떤 것은 울타리 담장에 걸렸다가 뒷간에 떨어지기도 하는 것입니다(自有關籬牆落於糞溷之側)자유관리장락어분혼지측)”라고 말합니다.

독실한 불교신자인 소자량이 무신론자인 범진을 떠본 질문에 ‘세상의 모든 일들이 꼭 인과가 있어서 벌어지는 것은 아니고 어떤 일은 우연히 벌어지기도 하고, 사람의 운명 또한 그와 같이 크게 갈릴 수 있다’는 취지로 답한 겁니다.

추인낙혼(墜茵落溷). 이역만리 타국 호텔방에서 7살 어린 여자아이의 죽음. 아무리 한치 앞도 못 보는 게 인생이고 운명이라지만 안타깝습니다.

법원 무죄 확정 판결이 오판이 아니길 바라며, 고인의 명복을 빌겠습니다. ‘뉴스 사자성어’였습니다.

 

유재광 기자 jaegoang-yu@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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