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업계, 대표변호사의 업무상 위력 강하게 작동"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 종결돼도 수사 결과 공개해야"

▲유재광 앵커= 로펌 대표변호사에게 성폭력 피해를 당한 후배 변호사 측이 대한변협에 피해자 보호에 적극 나서달라는 요청서를 변협에 전달했습니다. '윤수경 변호사의 이슈 속 법과 생활'입니다. 윤 변호사님, 먼저 사건 내용을 다시 간략하게 설명해 주시죠.  

▲윤수경 변호사(법무법인 게이트)= 서초동의 한 로펌 대표변호사였던 40대 A씨는 지난해 초임 변호사인 후배 B씨를 여러 차례 성폭행하고 추행한 혐의(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등)로 고소돼 약 5개월간 경찰에서 수사를 받던 중 지난달 26일 자신의 사무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경찰이 기소의견으로 검찰 송치를 앞둔 시점이었는데, 타살 혐의점은 없고 현장에선 유서가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A씨는 피해 변호사인 B씨가 변호사시험 합격 뒤 이른바 ‘수습 변호사’로 채용했는데, 사무실과 차량 등에서 피해 변호사에게 성폭력을 행사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앵커= 피해 변호사 측에서 변협에 보호 요청서를 전달했다는 얘기는 뭔가요. 

▲윤수경 변호사= 피해자 B씨의 법률대리인인 성폭력 피해 전문 이은의 변호사가 어제 "법조계 등에서의 2차 가해가 심각한 수준“이라며 ”추가 피해를 막을 수 있도록 피해자 보호 조치를 강구해 달라"는 A4 10장 분량의 '공식 요청서'를 변협에 제출했습니다.

"변호사들의 단체 채팅방이나 커뮤니티 등에서 피해자에 대한 명예훼손·모욕과 음모론 제기 등이 벌어지고 있지만 피해자는 자신의 신분을 노출할 수 없어 이의를 제기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이은의 변호사의 설명입니다.

이은의 변호사는 그런데도 변협이 2차 가해에 엄격히 대응하는 데 소극적이라고 비판하면서 엄정 대응을 거듭 촉구했습니다. 

▲앵커= 가해자가 사망했는데 성폭력 수사는 그러면 어떻게 되는 건가요.

▲윤수경 변호사= 숨진 A씨는 B씨에 대한 성폭행 혐의로 지난해 12월부터 6개월 가량 경찰 수사를 받아오다 지난 5월 25일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A씨가 사망하면서 해당 사건은 '공소권없음'으로 종결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그런데 이은의 변호사는 수사 결과를 발표해 달라는 입장인가 보네요. 
 
▲윤수경 변호사= 그렇습니다. 이 변호사는 “2차 피해 근절은 물론 향후 유사 사건 예방이나 자유로운 문제 제기를 위해 변협 차원에서 경찰 등 수사기관이 수사 결과를 발표하도록 촉구해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이 변호사는 변협에 관련 요청서를 전달한 뒤 이 사건을 수사한 서울 서초경찰서로 이동해 피해자에게 구체적인 수사 결과 등을 밝힐 것을 촉구하는 요청서도 제출했습니다.

이 변호사는 "피의자가 사망해 사건이 '공소권 없음'으로 귀결된 것과 사건 수사가 중단되거나 결과가 함구돼 피해의 실체가 규명되지 않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고 강조했습니다.  

"피의자가 살아 있었다면 피해자가 응당 알 수 있었던 내용과 판단을 알지 못하게 되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며 “사건이 검찰에 송치될 경우 검찰에서 수사 결과를 피해자에게 알려야 한다”고 수사 결과를 공개할 것을 거듭 촉구했습니다. 

▲앵커= 피해 변호사 본인 반응이나 입장은 나온 게 있나요. 

▲윤수경 변호사= 피해 변호사는 2차 피해 등을 우려해 본인이 직접 나서지는 못하고 있는데, 이은의 변호사를 통해 밝힌 입장문에서 "저는 법률이 보장하는 절차에 따라 가해자를 형벌에 처하기 위해 고소했는데, 저는 순식간에 사람을 죽인 꼴이 돼 이중의 피해를 보고 있다"고 호소했습니다. 

▲앵커= 이게 언론보도로 관련 내용이 알려졌는데 수사 결과와 재판을 통해 법적인 처벌을 받는 것과는 별개로, 피해자 측에서 특히 변호사가 관련 피의 사실을 언론에 알리는 게 합당하냐는 지적과 비판도 일각에선 있는데요. 이 문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윤수경 변호사= 네, 피해자 담당변호사는 수사 결과의 공개를 촉구하면서 해당 요구가 "피해자가 수사와 재판을 받음에 있어서 편견과 선입견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피의사실 공표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변호사는 "A씨의 사망으로 2차 피해를 입고 있는 B씨를 보호하는 법은 피해의 실체를 규명하는 것"이라고 하면서 "피해자들이 고소를 망설이게 하고 피의자들에게 잘못을 함구하는 방법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등 상황을 방지하는 차원에서도 경찰이 입장을 밝힐 필요가 있다" 라고 주장을 했습니다. 

▲앵커= 사실 세간에선 로스쿨 나와서 변시까지 붙은 변호사가 아무리 대표변호사라고 해도 저렇게 몇 개월씩 무기력하게 계속 피해를 보고 있었던 것을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시선도 있는 것 같습니다. 이거는 어떻게 보시나요. 

▲윤수경 변호사= 네, 피해자의 입장에 따르면 "A 변호사가 지닌 업무상 위력이 상당했다" 라고 하면서 초임변호사로서 취직한 첫 직장의 대표 변호사였고, 고용인 업무에 대한 결정권자였고, 서울대 법대 출신에 대형로펌 재직 경험이 있으며 법조계에 두터운 인맥을 갖고 활발히 활동하는 자 등의 이유를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아주 크지는 않은 로펌이었고 대표가 일의 분배, 월급 채용 등을 모두 결정하기 때문에 그 사람의 말을 거절하거나 피해사실을 곧바로 신고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또한 레퍼런스 체크, 즉 평판조회를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법조계이기 때문에 업무상 위력이 더 강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었다" 라고 말을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피해자인 B 변호사는 "여전히 많은 여성 변호사들이 법조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안다. 그들이 '나도 피해를 입었다'고 나서기를 바라는 마음에 제 피해 사실을 언론에 알려야겠다고 생각했다" 라고 말을 했습니다. 

제 개인적으로 볼 때 실무수습으로 접한 첫 직장에서 새내기 변호사가 느끼는 선배 법조인들의 위력은 적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법조계 특성상 신입 변호사가 기존 선배들의 네트워크나 평가, 평판조회 등에서 자유롭기가 쉽지 않기 때문인데요. 

짧은 근속기간을 감수하고 직장을 그만둘 각오로 피해사실을 밝히는 것 역시 쉽지 않았을 수 있다 라고 생각을 합니다. 이런 이유들로 피해 즉시 반응하거나 이것을 문제 제기 하는 데 있어서 다른 사회보다 더 어려운 곳이 법조계 일 수 있다 라고 생각합니다. 
   
▲앵커= 이번 사건 개인적으로는 어떻게 보시나요.  

▲윤수경 변호사= 피의자의 사망으로 더 이상 수사가 진행될 수 없는 경우라면 수사를 종결할 수 없어서 어쩔 수 없지만, 이미 수사가 어느 정도 마무리 된 상황이라면 피해자에게는 그간의 수사 경과를 통지해 주는 것이 어떨까 생각합니다.

다만, 법원의 판단을 받기 전인만큼 무죄추정에 반할 수 있으므로 대중에게 공표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앵커= 이 사건 관련해서 여러 얘기가 나오고 있는 것 같은데, 좀 더 지켜봐야겠네요. 오늘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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