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수진 국립발레단 대표, '단원들 혹사' 인권위 진정에 "오해, 자발적 참여"
강수진 국립발레단 대표, '단원들 혹사' 인권위 진정에 "오해, 자발적 참여"
  • 장한지 기자
  • 승인 2021.06.10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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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진정 이영민 변호사 "예술가 보호 소홀, 재발 방지책 마련해야"

▲유재광 앵커= 법률방송에서는 어제(9일) 국립발레단이 50여명 단원들의 인권을 침해했다는 내용의 진정서가 국가인권위원회 제기됐다는 소식 단독 보도해 드렸습니다. 장한지 기자와 관련 얘기 더 해보겠습니다. 사건을 간단하게 한 번 정리해주시죠.

▲기자= 네, 국립발레단은 지난해 KBS와 함께 특집기획 프로그램 '우리 다시, 더 발레'를 제작하면서 10월 19일부터 11월 22일까지 한달여간 신안 염전, 화성행궁 등 전국의 명소들을 찾아다니며 야외에서 발레공연 하는 장면을 촬영했습니다.

문제는 별다른 안전 조치 없이 무용수들을 염전이나 맨 땅, 함선 철 바닥, 돌다리, 심지어 아스팔트 위에서 발레를 하게 해 무용수들의 건강권과 인권을 침해했다는 건데요.

겨울 초입의 추운 날씨에 야외에서 얇은 발레복을 입고 공연을 하게하는 등 무리한 촬영을 이어갔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이에 지난 3월 24일 법률사무소 월인의 이영민 변호사가 "헌법상 행복추구권의 핵심인 단원들의 건강권을 침해했다"며 단원 54명의 이름을 피해자로 적시해 인권위에 진정을 내기에 이르렀습니다.

▲앵커= 피진정인이 강수진 국립발레단 대표로 돼 있던데, 이게 단원들이 직접 진정을 낸 게 아닌 모양이네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해당 프로그램은 지난해 크리스마스 이브인 12월 24일 방영됐는데요. 방영 당시에도 "저 시멘트 위에서 휴지처럼 한 번 쓰고 마는 것도 아니고. 무용수들 얼겠다"는 등의 시청자와 네티즌들의 비판 댓글들이 쇄도했습니다.

우연한 기회에 이런 사실들을 알게 된 이영민 변호사가 인권위에 진정을 낸 건데요. 관련해서 이영민 변호사는 "헌법 제10조부터 제22조까지 규정에서 보장된 인권을 침해당한 경우 피해자뿐만 아니라 그 사실을 알게 된 사람이 진정을 넣을 수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이영민 변호사 / 국립발레단 상대 인권위 진정]
"피진정기관에는 공직 유관기관이 포함됩니다. 국립발레단은 공직 유관기관에 해당하고 이 사안은 촬영에 참여한 단원들이 헌법 제10조에서 보장하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에 내재돼 있는 건강권을 침해받았다..."

당시 화면을 보면 찬바람 쌩쌩 부는 날씨에 염전에서 발레리나가 얇은 발레복을 입고 무릎을 꿇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고요. 비행장 아스팔트 활주로에서 발레를 시켜 토슈즈가 다 헤져 금방이라도 구멍이 뚫릴 것처럼 너덜너덜해지기도 했습니다.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는 시기에 한 방에 이십여 명의 단원들을 몰아넣고 대기를 시키는 등 총체적으로 인권이나 안전의식이 부족했다는 것이 이영민 변호사의 설명입니다. 정기공연과 연말 공연이 잡혀있는 빡빡한 일정에 KBS 촬영 스케줄을 잡은 것도 무리한 강행군이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앵커= 이달 초 단원들이 인권위로부터 피해자 조사를 받았죠.

▲기자= 그렇습니다. 앞서 국립발레단 측에선 프로그램 방영 뒤 비판이 쇄도하자 단원들을 불러서 개인면담을 했다고 합니다. 단원들은 당시엔 "괜찮았다"는 취지로 진술했는데, 이달 초 진행된 인권위의 피해자 조사에선 "문제가 있었다. 피해를 봤다"는 취지로 진술을 했다고 합니다.

▲앵커= 진술이 번복된 이유가 있겠죠.

▲기자= 그렇습니다. 단원들이 직접 진정을 넣지 못하고 이영민 변호사가 대신 나서서 인권위 진정을 넣은 것과 맥락을 같이 하는데요.

이와 관련 법률방송 취재에 응한 한 단원은 "무서워요. 단원들 다 무서워해요. 엄청 무서운 집단이라 말 한 마디 잘못했다가는 캐스팅도 안 되고 청춘이 다 없어지는 시스템입니다"라고 극도의 두려움을 나타냈는데요.

때문에 촬영 당시에도 강하게 어필을 하거나 항의하지 못하고 끌려 다닌 측면도 있어 보이는데요. 현장에서 일부 단원이 항의를 하자 발레단 측에선 "KBS에서 하자는 대로 하라"는 말까지 나왔다고 하는데 계속해서 이영민 변호사의 말을 들어보시겠습니다.

[이영민 변호사 / 국립발레단 상대 인권위 진정]
"캐스팅 권한이 경영진 측에 있다 보니까 구조적으로 거절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을 거라고 생각이 들고 이미 도착한 상황에서 이런 상황이 벌어지니까 뭔가 체계적으로 조치를 취하거나 항의를 할 틈새 없이 그냥 촬영에 임하게 된..."

▲앵커= 국립발레단 측은 어떤 입장인가요.

▲기자= 일단 촬영에 대해 단원들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했고, 촬영 때마다 핫팩과 담요, 돗자리, 의자 등 단원들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 최대한 지원했다는 입장입니다. 국립발레단 관계자는 법률방송과의 통화에서 입장을 정리한 뒤 추가로 밝히겠다고 말했는데요.

관련해서 피진정인 강수진 국립발레단 대표는 인권위에 제출한 진술서에서 "한때 한국을 대표했던 발레리나로서 단원들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기에 단원들의 건강을 우선 고려해왔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단원들이 자발적 참여로 진행된 촬영이었으므로 현장 분위기는 밝고 활기찼으며 피해자들이 고충을 토로한 적은 없었다. 피해자들 역시 자발적으로 참여해 소중하고 의미 있는 순간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게 강 대표의 말입니다.

"편집 영상에서 피해자들의 힘들어하는 모습들이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오해가 발생했던 것으로 보인다. 향후 같은 문제가 제기되지 않도록 더 세심히 단원들의 건강에 신경 쓰겠다"는 게 강 대표의 진술서 내용입니다.

▲앵커= 종합하면 일부 오해가 있었지만 큰 문제는 없었다는 거네요.

▲기자= 그렇다고 할 수 있는데요. 이에 대해 진정을 제기한 이영민 변호사는 해당 촬영 이후에도 국립발레단이나 강수진 대표가 "아직도 뭐가 문제인지 모르는 것 같다"고 강하게 성토했는데요.

"앞으로 피해 단원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공연할 수 있도록, 다시는 이런 위험한 환경에서 공연하는 일이 없도록 사과하고 재발 방지책을 약속해야 하는데 책임 회피에만 급급하다"는 비판입니다.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이영민 변호사 / 국립발레단 상대 인권위 진정]
"국립발레단은 세금을 거의 100억 내외로 사용하는 국립예술단체이고 공익법인으로 예술가들을 보호하고 예술을 발전시킬 의무가 있거든요. 그래서 저는 국민들이 이런 측면에 집중을 해서 예술가들을 얼마나 잘 보호하고 우리나라 발레 발전을 위해서 경영진들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계속해서 감시하고..."

당장 보이는 거에만 매몰되지 않고 장기적 안목으로 봐야한다는 건데요. 진정 내용을 잘 입증해서 개선책 마련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 이 변호사의 말입니다.

▲앵커= 네, 인권위에서 어떤 판단과 결정을 내리는지 지켜봐야겠네요. 오늘 잘 들었습니다.

 

장한지 기자 hanji-jang@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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