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 인정 금고형 집행유예 선고

▲유재광 앵커= 판결문을 통해 사건의 이면을 다시 들여다보는 '판결의 재구성', 오늘은 패러글라이딩 사고와 업무상 주의의무 얘기해보겠습니다. 박아름 기자, 패러글라이딩 사고라고 했는데 어떤 사고인가요. 

▲박아름 기자= 김모씨는 패러글라이딩 조종사를 고용해 조종사의 동승 및 조종 하에 손님들이 패러글라이딩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레포츠 사업을 영위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지난해 5월 26일 사고가 발생했는데요. 김씨가 고용한 패러글라이딩 조종사 62살 장모씨는 손님인 21살 여성 심모씨를 패러글라이딩 앞좌석에 탑승시킨 후 이륙했습니다. 

그런데 조종사 장씨가 패러글라이딩 시 몸을 고정하기 위해 착용하는 '하네스'라는 장비의 다리와 허리 부분 벨트를 결속하지 않고 이륙해 약 3분만인 상공 약 70m 지점에서 하네스에서 몸이 빠져 나가 추락했고, 골절상을 입어 사망했습니다. 

앞좌석에 탑승했던 여성 심씨는 이후에도 4분가량 더 혼자서 패러글라이딩을 타고 떠다니다 인근 산지의 나무 위로 추락했는데 천만다행으로 큰 부상은 당하지 않았지만 6개월 이상의 치료를 요하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등 상해를 입었습니다. 

이처럼 조종사가 안전벨트를 매지 않아 발생한 사건에 대해 사업장 운영자인 김씨에게 업무상 과실치사상죄를 물을 수 있냐 하는 상황입니다. 

▲앵커= 엄청 무서웠을 것 같은데, 관련 법조항이 어떻게 돼 있나요. 

▲기자= 일단 형법 제 268조 '업무상과실·중과실 치사상' 조항은 “업무상과실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사람을 사상에 이르게 한 자는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돼 있습니다. 또 한 사람은 죽고 한 사람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얻은 이번 사건은 이른바 ‘상상적 경합’에 해당하는 범죄인데요. 

형법 제40조 '상상적 경합' 조항은 “한 개의 행위가 여러 개의 죄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가장 무거운 죄에 대하여 정한 형으로 처벌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에선 사업장 운영자 김씨가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했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입니다. 

▲앵커= 패러글라이딩 조종사도 일정한 비행 자격을 가져야 할 수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베테랑 조종사가 본인이 안전벨트를 하지 않아 발생한 사고에 대한 책임을 사업주에 묻는 게 좀 가혹한 면도 있어 보이네요. 

▲기자= 재판부도 그런 점은 인정했습니다. 실제 추락해 사망한 조종사 장씨는 30년의 비행경력을 가진 베테랑 조종사입니다. 재판부도 이에 “피해자가 경험 많은 조종사였으므로 이 사건 사고의 발생이 전적으로 피고인의 과실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결문에 설시했습니다. 

▲앵커= ‘전적으로’라는 건 어느 정도는 책임이 인정된다고 판시한 건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재판부는 먼저 “패러글라이딩 이륙 전 사업장에 배치한 안전통제요원 혹은 자신이 직접 이륙 전 피해자의 패러글라이딩 하네스에 장착된 다리, 허리 벨트를 안전하게 결속하였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등 사고를 방지해야 하는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다”고 업무상 주의의무 인정했습니다. (대구지방법원 2021고단1144)

재판부는 이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안전통제요원을 배치하지 않고 피고인이 직접 위와 같이 피해자의 벨트 결속 여부를 확인하지도 않은 채 이륙 시킨 과실이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앵커= 형량은 얼마나 나왔나요. 

▲기자= 재판부는 김씨에 대해 금고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사고의 발생이 전적으로 피고인의 과실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점, 피고인이 피해자 장씨의 유족 및 피해자 심씨와 합의해 피해자들이 피고인의 처벌을 바라지 않는 점 등 제반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양형사유를 밝혔습니다.

패러글라이딩 사업장 같은 위험이 수반되는 레포츠의 경우 운영자의 업무상 주의의무를 폭넓게 인정하면서도, 제반 양형사유를 두루 감안한 판결로 평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앵커= 30년 경력 베테랑 조종사가 왜 안전벨트를 매지 않는 기초적인 실수를 범했는진 모르겠지만, 아무튼 안전이 제일 중요한 건 두말할 필요 없을 것 같네요. 오늘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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