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과 재판 모두 치열한 논박 과정 즐거워... 이기면 짜릿하죠"

[법률방송뉴스] '청년 법률가를 만나다', 오늘은 대학 재학 당시 각종 토론대회를 휩쓴 ‘토론왕’에서 재판 ‘승소왕’을 꿈꾸는 법무법인 정진 황귀빈 변호사를 만나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박아름 기자입니다. 

[리포트] 

2010년부터 2017년까지 시즌제로 방영되며 나름 장안의 화제가 됐던 ‘tvN 대학 토론 배틀’입니다.

2011년 방영된 tvN 대학 토론 배틀 시즌 2에서 우승한 당시 연세대 토론팀 YDT 소속 황귀빈 변호사.

쟁쟁한 경쟁자들을 촌철살인의 논리와 말솜씨로 제압, 팀을 우승으로 이끌며 자신은 MVP를 거머쥐었습니다. 

이때 얻은 별명이 ‘토론헌터’, 가수 타블로를 닮았다고 해서 ‘연세대 타블로‘라고 불리기도 했습니다.   

[황귀빈 변호사 / 법무법인 정진]
“방송으로도 나갔는데 그 대회에서 저희 팀이 우승하고 제가 MVP를 수상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그 이후로는 많은 분들이 대회 나가거나 했을 때 알아봐주시고...” 

2013년엔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최로 열린 ‘선관위 창설 50주년 기념 대학생 토론대회’에서 우승하는 등 황귀빈 변호사는 학창 시절 주요 대학 토론대회를 휩쓸다시피 했습니다. 

그 시절을 황귀빈 변호사는 “즐거웠다”고 말합니다. 

[황귀빈 변호사 / 법무법인 정진]
“꽤 유명한 토론 팀이었습니다. 토론 팀 하면서 공적 이슈에 대해서 견해를 정립하고 대립되는 입장에서 치열하게 논박하는 과정이 즐거웠고...” 

비결이 뭘까. 잘 말하기 위해선 잘 듣는 게 중요하다는 어디서 많이 들어본 원론적인 답변이 나옵니다. 

[황귀빈 변호사 / 법무법인 정진]
“일반적인 거긴 하지만 잘 듣고 경청하는 게 제일 중요한 거 같고요. 그 다음으로는 이제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 보는 것. 그게 어떻게 보면 굉장히 중요한...”

‘진짜 비결’은 상대의 입장에 서보는 것, 상대의 관점으로 나를 바라보는 것, ‘역지사지’에 있었습니다. 

[황귀빈 변호사 / 법무법인 정진]
“그 반대의 입장에서도 토론을 같이 준비해 보는 겁니다. 이렇게 되면 하나의 사안에 대해 한쪽 입장뿐만 아니라 양쪽에서 준비하기 때문에 사안을 깊게 이해할 수가 있고 쟁점을 빠지지 않고 빠짐없이 깊게 대비를 할 수 있게 됩니다.”  

상대방 주장을 논박하고, 논박 당하고, 재 논박하고. 토론이 주는 ‘짜릿함’은 자연스레 로스쿨 진학으로 이어졌습니다. 

[황귀빈 변호사 / 법무법인 정진]
“사안을 논리적으로 분석해서 검토하고 내 근거를 바탕으로 주장을 전개하는 게 유사점이 많은 거 같고요. 상대방 주장에 대해 논리적으로 반박하는 게 익숙하다 보니까...”

변호사시험 6회, 올해 변호사 5년차인 황귀빈 변호사는 부동산 분야에 관심과 흥미를 두고 있습니다. 

[황귀빈 변호사 / 법무법인 정진]
“크고 작은 부동산 매매거래부터 시작해서 부동산 개발이라든지 사업의 양수도 그리고 뭐 구조화 금융이라고 하는 부동산 금융 자금조달 파이낸싱, 부동산 신탁업무 이런 관련 업무들을 폭넓게 자문과 송무를 같이...” 

뭐가 그렇게 매력적이냐고 묻자, 여느 소송과 달리 문서가 아닌 현장에 답이 있다는 답변이 돌아옵니다.    

[황귀빈 변호사 / 법무법인 정진]
“수많은 부동산 중에 똑같은 부동산이 하나도 없습니다. 각기 다른 특성을 갖고 있어서 그 점이 저에게는 굉장히 매력적인 것 같고요. 그렇다 보니까 문서에 정답이 있는 게 아니라 현장에 갔을 때 답이 있는 경우가 더 많은...”

어디로 튀고 번질지 모르는 토론처럼 부동산 송무도 그런 역동성이 있고, 그런 점들이 승부욕을 자극해 매력적이라는 겁니다.

[황귀빈 변호사 / 법무법인 정진]
“또 다른 특징으로는 아무래도 다양한 입장의 이해관계인들이 하나의 사안에 직간접적으로 관여된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다른 분야도 그렇지만 부동산 분야는 특히 그런데 결국엔 다양한 사람들의 입장과 의도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하고 이런 과정에 참여하는 게 굉장히 흥미로운 분야라고...”  

기억에 남는 재판을 얘기해달라고 하자 6천억원짜리 부동산 부실채권 관련 형사사건 1심 유죄 판결을 받은 의뢰인에 대해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사건을 얘기합니다. 

[황귀빈 변호사 / 법무법인 정진]
“근데 이 사건 같은 경우엔 아무래도 부실채권 매각 실무라든지 매매계약의 거래관행 그리고 신탁을 이용한 개발 과정, 그리고 우선수익권을 양수도 하는 과정, 이런 것들에 관해서 부동산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가...”  

당시 황귀빈 변호사가 작성한 60쪽짜리 항소이유서는 피고인이 수감 중인 구치소에서 회람되며 회자돼 본의 아니게 ‘유명인’이 됐을 만큼 치밀하고 꼼꼼하게 작성했습니다.   

[황귀빈 변호사 / 법무법인 정진]
“그래서 구속 피고인이 항소이유서 초안을 수감된 동료들이랑 돌려봤는데 구치소 내에서 ‘도대체 어떤 변호사가 이렇게까지 요즘에 변호를 해주냐’ 라고 소문이 나서 유명해지기도...”

그리고 황귀빈 변호사는 1심이 유죄 근거로 삼았던 여러 전제들과 불리한 증언들을 재판을 통해 객관적 사실로 하나하나 통박해 나갔습니다.   

[황귀빈 변호사 / 법무법인 정진]
“그런데 여러 전제 사실들은 저희가 객관적인 증거들로 반박을 할 수 있었고 결국엔 말미엔 상피고인(공동피고인)이 손을 덜덜 떨면서 신문사항에 대해서 답변을 하고 자신의 증언을 번복을 하는 순간 ‘아, 이 사건은 무죄가 날 가능성이 높겠구나’ 라고 심증을...” 

승소 얘기를 하는 황귀빈 변호사의 얼굴은 생기가 돌고 눈은 반짝반짝해졌고, 봇물 터진 듯 얘기를 이어갑니다.  

[황귀빈 변호사 / 법무법인 정진]
“외국 투자자께서 우리나라 리조트 개발사업에 약 300억원 정도를 투자해서 문제가 된 사안이 있었는데 그 사안에서 민형사 조치를 저희가 대리해서 투자금을 보전하고 투자회사의 운영권을, 경영권을 확보한 사건도 기억에...”

토론도 재판도, 상대방의 백기를 받아냈을 때 그 ‘짜릿함’은 황귀빈 변호사를 앞으로 이끄는 원동력입니다.

[황귀빈 변호사 / 법무법인 정진]
“토론을, 토론 나가면 승패가 있잖아요. 소송도 그렇지만. 이기는 것은 다 짜릿한 거 같아요. 소송도 승소했을 때 그 쾌감이 가장 큰...

‘타고난 승부사’처럼 보이지만 황귀빈 변호사는 본인 표현에 의하면 타고 났다기 보다는 ‘준비된 승부사’입니다.

상대 전략과 전술까지 역지사지해서 토론대회에 임했던 학생 때처럼 변호사가 된 지금도 틈만 나면 동료들과 모의재판을 해보며 재판 전략과 경우의 수를 점검합니다.    

[황귀빈 변호사 / 법무법인 정진]
“증인은 피고가 2020년 7월 15일에 이 사건 토지를 담보로 8억원을 추가로 대출받은 사실은 알고 있죠. (그것도 나중에 들어서 알았습니다.) 그럼 이 돈이 은행에서 피고 계좌로 입금되고 2분 후에 증인명의 신한은행으로 입금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그건 제가 돈이 조금 필요하다고 해서.) 증인에게 갑 제11호증을 제시하겠습니다.”

의뢰인을 위해 책임감을 갖되 객관적인 균형감을 유지하는 것.
 
황귀빈 변호사가 자신의 일을 하며 금과옥조로 품고 있는 변호사의 덕목입니다. 

[황귀빈 변호사 / 법무법인 정진]
“다른 변호사분들도 마찬가지이지만 변호사 업무라는 것 자체가 의뢰인의 인신 구속이나 전 재산이 걸린 일들이 이제 많습니다. 그렇다 보니까 객관적인 균형감을 유지하되 최대한 책임감을 갖고...”

올해 초엔 서울지방변호사회 공보이사까지 맡아 안 그래도 바쁜데 몸이 두 개여도 모자랄 것 같다고 짐짓 너스레를 떱니다. 

[황귀빈 변호사 / 법무법인 정진]
“힘들어요, 너무 힘들어요. (웃음) 괜히 했어, 괜히 했어. 생업을 같이 해야 하다 보니까 쉽지 않은 일인데 책임감을 갖고...”

“괜히 했다”고 너스레를 떨면서도 곧 ‘사실은 하고 싶었다’고 적당한 자기 자랑과 밉지 않은 욕심을 드러냅니다.

[황귀빈 변호사 / 법무법인 정진]
“개인적으로는 기회가 된다면 회무를 경험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같이 한국법조인협회 활동을 했던 김정욱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님께서 제가 아무래도 토론 팀 (출신이니까) 공보 부분 적임자라고 생각해주셔서 공보이사라는 중책을 맡기신 게 아닌가...” 

한창 바쁜 와중에 황귀빈 변호사가 탕비실로 가더니 뚝딱뚝딱 크림 브륄레를 완성해 직원들에게 나눠줍니다. 

[법무법인 정진 직원들] 
“감사합니다. 잘 먹겠습니다.”

취재진이 온다고 하자 보여주기식 퍼포먼스를 하는 것 아니냐고 묻자 황귀빈 변호사는 쑥스러운 듯 웃으며 ‘요리’가 취미라며, 종종 집에서 요리를 해와 직원들과 나눠 먹는 게 달달하고도 소소한 일상의 즐거움이라고 말합니다.

[황귀빈 변호사 / 법무법인 정진]
“최근에는 크림 브륄레 디저트를 제가 만들었는데 재료를 바닐라빈을 사용해야 됩니다. 마다가스카르에서 수입해서 사용하는 바닐라빈인데 직원분들이랑도 같이 나누고. 그렇게...”       

대학 ‘토론왕’에서 재판 ‘승소왕’을 꿈꾸는 요리하는 변호사, 황귀빈 변호사.  

앞으로의 계획과 꿈을 묻자 ‘행복해지기’라는 욕심 가득한 답변이 돌아옵니다.  

[황귀빈 변호사 / 법무법인 정진]
“일단 부동산 분야에서 제가 선도적인 변호사로서 성장하고 싶다는 꿈이 가장 크고요. 개인적으로는 소박하지만 건강을 유지하면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지속가능한 행복을 유지하는 것. 이정도가 목표가 아닐까 싶습니다.”

법률방송 박아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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