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속의 산하Law] 화제의 영화와 드라마 등 대중문화,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는 인물 및 사건 등과 관련한 법적 쟁점에 대해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들이 칼럼으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합니다. /편집자 주

 

박성훈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
박성훈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

세상에 많은 행복이 존재하지만 ‘먹는 것’만큼 확실하게 기대한 행복을 보장해주는 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스스로 먹는 것의 행복을 만들 줄 모르는 ‘요알못’으로서,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행복을 제공해주는 요식업 종사자분들이 참으로 고맙게 느껴질 때가 종종 있습니다. 특히 TV 속 예능이나 요리 프로그램을 보면 ‘맛있는 음식’을 만든다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 일인지 새삼 깨닫게 됩니다.

그렇게 ‘맛있는 음식’이 창출하는 ‘행복 부가가치’를 살펴볼 때 수많은 시간과 노력으로 탄생시킨 음식 레시피는 마땅히 그 가치를 인정받아 무단 도용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각고의 노력으로 탄생한 음식 레시피가 현실에서 법적으로 보호받는 일은 그렇게 간단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첫째, 음식 레시피를 상업적으로 보호받기 위해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자신이 운영하는 음식점 상호나 음식 이름에 대하여 상표권을 획득하는 일일 것입니다. 우리가 아무리 뛰어난 미각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우리는 실제 맛을 통해서 음식을 구별함과 더불어 음식점 상호나 음식 이름을 통하여 음식을 상당부분 구별하고 선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7월 ‘골목식당’에 출연해 덮죽 메뉴를 개발한 '포항 덮죽집'은 백종원의 극찬을 받으면서 화제를 모았습니다. 그런데 방송 이후 포항 덮죽집과 관련 없는 개인 사업자가 ‘덮죽’ 상표를 출원했다는 소식이 들렸습니다. 이후 골목식당에 출연한 포항 덮죽집 사장 최씨는 ‘소문덮죽’과 ‘오무덮죽’을 각각 상표 출원하였지만, 발명에 대해 둘 이상의 특허출원이 있다면 먼저 특허출원한 사람만이 특허를 받을 수 있다는 '선출원주의'에 의하여 자칫 ‘덮죽’이라는 상표를 사용하지 못할 수도 있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상표권 획득을 통해 음식 레시피를 보호받는 일은 시기를 조금이라도 놓치면 권리를 제대로 보호받기 어려운 문제점이 있습니다.

둘째, 음식 레시피를 법적으로 직접 보호받기 위해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저작권법이나 특허법에 근거한 보호수단을 검토해 보는 일일 것입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음식 레시피를 저작권법으로 보호받기는 어렵습니다. 저작권법상 저작물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을 말하는데, 음식 레시피는 일종의 아이디어로 우리가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는 실체를 지닌 ‘창작물’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반면, 기존에 없던 음식을 개발했거나 알려진 음식이라도 새로운 조리법으로 독창성이 인정되는 경우 특허를 등록할 수는 있습니다. 기존과 다른 형태의 음식으로 특허가 등록된 대표적인 사례는 빵 대신 쌀을 이용한 김치 라이스 버거 조리법이나 나물의 색이 변하지 않도록 하는 곤드레나물 컵밥 조리법, 굳지 않는 떡 조리법 등이 있습니다. 또한 최근 샌드위치 프랜차이즈 '에그드랍'이 출시 전에 신제품 머랭 버거와 그 제조에 필요한 레시피에 대한 특허 출원을 마친 사례도 있습니다.

그러나 특허로 등록하기 위해서는 까다로운 등록 절차를 거쳐야 하고 상당한 비용이 발생될 뿐만 아니라, 특허로 등록된 조리법이라도 약간 변형해 사용하면 특허 침해가 아니기 때문에 모방하는 사례를 막기 쉬운 것은 아닙니다. 또한 특허로 등록되면 조리법이 공개되기 때문에 일부러 특허를 출원하지 않고 비밀유지계약서 등을 통해 조리법을 지키는 방안을 택하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사례로서 코카콜라는 성분과 배합 비율 등 제조법을 특허로 출원하지 않고 영업비밀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셋째, 부정경쟁방지법에 근거해 음식 레시피 등을 무단 도용한 자를 상대로 부정경쟁행위 금지 청구나 손해배상 청구를 고려할 수 있습니다. 최근 법원은 서울에 오픈하여 운영 중인 ‘해운대 암소갈비집’이 부산 ‘해운대 암소갈비집’(‘해운대 소문난 암소갈비집’ 상호 동시 사용)과 유사한 상호로 유사 간판 등을 사용하면서 식당을 운영해가고, 부산 ‘해운대 암소갈비집’의 특색 메뉴인 감자사리 등 메뉴를 판매하고 있는 것에 관하여, 서울 ‘해운대 암소갈비집’이 부산 ‘해운대 암소갈비집’의 명성 등에 무단으로 편승하기 위하여 동일한 영업표지를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부정경쟁행위로 보고 그 상호 등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판시한 바 있습니다(서울고등법원 2020. 10. 22 선고 2019나2058187 판결 참조).

또한 부정경쟁방지법은 절취, 기망, 그 밖의 부정한 수단으로 영업비밀을 취득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이에 대한 금지 청구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 바,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음식 레시피를 부정한 방법으로 취득한 자에 대해서 영업비밀 침해를 이유로 그 금지 청구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3호, 제10조, 제11조 참조).

그러나 위 ‘해운대 암소갈비집’ 사건은 1심과 2심의 판단이 완전히 엇갈린 만큼 부정경쟁행위로 법원으로부터 인정받기 위해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했으며, 음식 레시피 도용을 영업비밀침해행위로 인정받기 위해서 절취, 기망 등 부정한 수단을 입증하는 것도 법적으로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결론적으로 많은 노력과 시간을 통해 상업적으로 개발한 음식 레시피를 법적으로 보호받는 일은 결코 간단해 보이지 않습니다. 이에 그동안 새로운 음식이 멋진 포장이나 맛으로 소비자들을 사로잡았다는 소식이 들리면 우후죽순 비슷한 음식들이 쏟아지는 현상이 관행처럼 존재하였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당연시 여겨지는 일 때문에 누군가 오랫동안 심혈을 기울여 연구한 레시피가 무용지물이 되어 피해를 본다면, 우리사회는 ‘맛있는 음식’이 창출하는 ‘행복 부가가치’가 제대로 창출되지 않을지 모릅니다. 오늘날 음식 레시피가 제대로 보호받을 수 있도록 법제도 정비와 적용, 그리고 이에 대한 건전한 인식의 개선이 본격적으로 필요한 시기가 아닌가 판단됩니다.

저작권자 © 법률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