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우 벌금, 휘성·이승연 집행유예... 실형 선고도
"투약 기간과 양 등 기준, 상습투약 및 형량 판단"

▲유재광 앵커= 프로포폴 불법투약 의혹으로 약식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정식 재판에 넘겨졌습니다다. '윤수경 변호사의 이슈 속 법과 생활’입니다. 윤 변호사님,  이재용 부회장 프로포톡 불법투약 의혹, 어떤 내용인가요. 

▲윤수경 변호사= 검찰은 이 부회장이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의료 이외 목적으로 향정신성의약품인 프로포폴을 상습 투약한 것으로 보고 지난 4일 벌금 5천만원에 약식기소했습니다. 약식기소는 비교적 혐의가 가벼운 범죄에 대해 검찰이 정식 공판 없이 약식 명령으로 벌금·과료·몰수 등을 내려달라고 요청하는 절차입니다.

▲앵커= 검찰이 약식기소 했는데 어떤 경위로 정식 재판에 넘겨진 건가요. 

▲윤 변호사= 하지만 이후 이 부회장의 또 다른 프로포폴 불법투약 혐의를 수사해오던 경기남부경찰청이 사건을 검찰로 넘기면서 상황 변화가 생겼습니다. 검찰은 경기남부청이 넘긴 사건의 수사 결과에 따라 범죄사실이 추가될 경우 공소장을 변경할 가능성이 있어 정식 재판 절차를 신청했다는 입장입니다.

▲앵커= 공소장 변경과 정식 재판 절차 신청이 어떻게 연결이 되는 건가요.

▲윤 변호사= 네 앞서 말씀드린대로 약식기소의 경우 혐의가 가벼운 경우 정식 재판으로 회부하지 않고, 서면 심리로 약식 명령을 내려달라고 검찰이 법원에 청구하는 절차입니다. 법원은 약식명령을 내리는 게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하면 재판에 넘겨서 정식 공판 절차에 따라 심판을 할 수 있습니다.

검찰 관계자는 이와 관련 "앞으로 검찰은 신속한 수사를 통해 혐의 여부를 판단해 공소장 및 구형 변경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힌 상황입니다. 혐의가 가볍지 않아서 약식기소로는 부족하고 기존 공소장을 변경해 정식 재판 절차를 따라야 한다는 판단으로 보입니다. 

▲앵커= 프로포폴 불법투약, 이건 마약 비슷한 범죄인 건가요. 어떤 법조항이 적용되나요.

프로포폴은 이른바 ‘우유주사’라고도 불리는데요. 흰색 액체 형태의 약재를 정맥으로 투여하는 향정신성 수면마취제입니다. 다른 마취제에 비해 쉽게 잠들고 깨는 게 장점입니다. 식품의약안전처는 2011년에 프로포폴을 향정신성의약품, 마약류로 분류했습니다. 

그 이후에 성형외과와 피부과 등에서 환자들을 대상으로 불법투약하다가 적발된 사례가 종종 있었습니다. 치료 목적으로 마약물을 취급할 권한이 있는 일부 의료계 종사자들이 자격을 악용해서 약물이 불필요한 환자들에게까지 돈을 받고 프로포폴 주사를 놔주는 식인데요.

일반적인 마약류는 중추신경계에 작용을 해서 중독성을 유발하지만 프로포폴은 중독성이 낮은 편에 속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프로포폴 투약 후에 나타나는 깊은 잠을 잔 듯한 느낌 때문에 정신적인 의존서잉 생길 수는 있다고 합니다.

프로포폴은 LSD 등의 고위험군이 아니라 다른 수면 유도제들과 함께 중독성이나 위험성이 낮아서 처벌 수위는 낮긴 하지만 상습성에 따라서 형량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프로포폴을 투약한 의사의 경우에 유죄가 인정되면 의사면허가 취소되기 때문에 면허취소시점을 최대한 미루기 위해서 법정에서 격렬하게 다투는 경우가 많아서 대법원 판결까지는 오래 걸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앵커= 벌금 약식구형으로 넘어가는 줄 알았는데 이 부회장이나 삼성 입장에선 곤혹스럽겠네요. 

▲윤 변호사= 이 부회장은 그동안 전문적 소견에 따라 치료를 받았을 뿐 프로포폴을 불법투약한 것이 아니라며 혐의를 부인해 왔습니다. 검찰수사심의위원회까지 신청해 소집됐으며 기소 여부에 대해 찬반 동수가 나온 바 있습니다. 

이 부회장이 프로포폴 불법투약 사건으로 재판을 받게 되자 삼성 내부적으로는 침울한 분위기가 역력한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사건으로 수감생활 중인데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부당합병·회계부정' 사건으로도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앵커= 이 부회장에 대한 가석방이나 8.15 특사 얘기도 꾸준히 나오는데, 어떻게 보면 여기에도 찬물을 끼얹는 것 아닌가요. 

▲윤 변호사= 그런 측면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최근 광복절 등을 기해 사면 또는 가석방 논의가 오가는 상황에서 또 다른 재판 부담을 안게 돼 여러모로 악재라는 반응이 많습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이 이번에 사면으로 풀려난다 해도 총수 개인 문제까지 2개의 재판에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삼성의 사법 리스크가 장기화하면서 경영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만약에 이 부회장이 가석방된다면 불구속상태에서 두 개의 재판에 참석하면서 회사의 중요한 사안도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크고요. 특히 프로포폴 관련해선 최근 마약 관련 혐의에 대해 사법부의 엄단 의지가 있기 때문에 더 부담이 될 거 같습니다. 

▲앵커= 이게 프로포폴 관련한 재판 사례 같은 게 어떻게 되나요. 

▲윤 변호사= 가장 최근엔 지난 11일 서울동부지법에서 피부미용 시술을 핑계로 상습적으로 프로포폴을 불법투약한 남성과 투약해준 의사들에게 징역형이 선고됐습니다.

서울동부지법 형사5단독은 사기 및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혐의를 받는 A(41)씨에게 징역 10개월을 선고했고요. 이와 함께 3280만원 추징 명령도 내렸습니다.

A씨는 서울 강남구 등에서 피부 트러블 제거술 등 간단한 피부미용 시술을 받으면서 프로포폴을 투약 받는 방법으로 2015년 1월22일부터 2017년 11월24일까지 프로포폴을 무려 191회 불법투약한 혐의를 받습니다.

특히 A씨는 수사 과정에서 자신에게 프로포폴을 주사해 준 병원 등 정보를 수사기관에 적극 제공했고 이에 검찰은 A씨에게 프로포폴을 불법투약한 의사 4명도 기소했습니다.

재판부는 "마약류 투약 범죄의 경우 발견이나 처벌이 쉽지 않은 특성이 있음에도 A씨의 구체적인 정보 제공으로 인해 수사가 이뤄졌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습니다. 수사기관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했음에도 징역형 실형을 선고한 것입니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의사들은 징역 6개월~1년6개월, 집행유예 1~3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이들 4명의 병원은 모두 서울 강남구 소재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재판부는 "A씨의 프로포폴 중독 사실을 인식했다고 보임에도 투약을 중지하지 않고 시술을 계속했다"며 "단기간 이뤄진 시술 대가로 A씨로부터 고액의 비용을 받았다"고 판시했습니다.

반면 얼굴 여드름 흉터 레이저 치료 시술을 받는 과정에서 프로포폴을 불법투약한 혐의를 받는 배우 하정우는 약식기소돼 지난 3일 벌금형 선고를 받았습니다. 지난 3월엔 프로포폴을 수 차례 불법투약한 혐의를 받는 가수 휘성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기도 했고요. 검찰은 징역 3년을 구형했습니다.

조금 오래되긴 했어도 지난 2013년엔 프로포폴 불법투약 혐의로 기소된 이승연, 박시연, 장미인애 씨 등 여성 연예인 세 명이 나란히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씩을 선고받았습니다. 

▲앵커= 결국 벌금이냐 징역형 집행유예냐 실형이냐는 투약 횟수와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결정하는 것 같네요.

▲윤 변호사= 네, 통상 재벌가나 연예인들이 극심한 스트레스나 피로감, 불면증에 시달릴 때 프로포폴을 찾는다고 하는데요. 경찰에 따르면 프로포폴 상습 투약은 추적이 쉽지 않다고 합니다. 프로포폴 성분이 몸에 남지 않아서 신체검사로도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병원에 투약 기록이 없으면 의사나 간호사의 진술만으로 투약량을 추정할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마약류관리법상 업무 외 목적으로 프로포폴을 투약하면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요. 상습범이라면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 처벌할 수 있습니다.

이때 상습투약의 여부는 투약 기간, 투약량 등을 기준으로 판단하게 됩니다. 

▲앵커= 삼성이나 이재용 입장에선 곤혹스럽게 됐는데 검찰 구형과 재판 결과를 지켜봐야겠네요.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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