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속의 산하Law] 화제의 영화와 드라마 등 대중문화,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는 인물 및 사건 등과 관련한 법적 쟁점에 대해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들이 칼럼으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합니다. /편집자 주

 

정지숙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
정지숙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

얼마 전 기다리던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 방송이 시작되었다. 제2화를 보면 이익준 교수가 간 이식 수술을 2번이나 받은 환자의 외래 진료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 첫 번째 간 이식은 첫째 딸로부터 받고, 두 번째 간 이식은 둘째 딸로부터 받은 환자이다. 이처럼 딸들이 수술의 위험을 감수하고 아버지에게 간을 이식해 주었지만, 아버지는 여전히 술을 마시고 있는 상태다. 이에 이익준 교수는 환자에게 더 이상 진료할 수 없으니 집 근처 가까운 병원으로 보내드리겠고 말한다.

이 장면을 보면서, 이익준 교수가 왜 그런 말을 환자에게 하는지 그 심정이 십분 이해가 갔다. 그러면서도, 변호사라는 직업병인지 ‘의사가 진료를 거부하는 것이 법에 위반되는 점은 없나’라는 생각이 들어 이 점에 대해 찾아보았다.

의료법 제15조 제1항에서는 ‘의료인 또는 의료기관 개설자는 진료나 조산 요청을 받으면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의사는 무조건 진료를 거부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정당한 사유가 있다면 당당히 진료를 거부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의료인이 진료를 거부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는 무엇일까?

보건복지부는 이하에서 적시하는 사유들을 진료거부의 정당한 사유로 제시하고 있다.

①의사가 부재중이거나 신병으로 인하여 진료를 행할 수 없는 상황인 경우, ②병상, 의료인력, 의약품, 치료재료 등 시설 및 인력 등이 부족하여 새로운 환자를 받아들일 수 없는 경우, ③의원 또는 외래진료실에서 예약환자 진료 일정 때문에 당일 방문 환자에게 타 의료기관 이용을 권유할 수밖에 없는 경우, ④의사가 타 전문과목 영역 또는 고난이도의 진료를 수행할 전문지식 또는 경험이 부족한 경우, ⑤타 의료인이 환자에게 기 시행한 치료(투약, 시술, 수술 등) 사항을 명확히 알 수 없는 등 의학적 특수성 등으로 인하여 새로운 치료가 어려운 경우, ⑥환자가 의료인의 치료방침에 따를 수 없음을 천명하여 특정 치료의 수행이 불가하거나, 환자가 의료인으로서의 양심과 전문지식에 반하는 치료방법을 의료인에게 요구하는 경우, ⑦환자 또는 보호자 등이 해당 의료인에 대하여 모욕죄, 명예훼손죄, 폭행죄, 업무방해죄에 해당될 수 있는 상황을 형성하여 의료인이 정상적인 의료행위를 행할 수 없도록 한 경우 ⑧과거의 모욕죄, 명예훼손죄, 폭행죄, 업무방해죄 등으로 인해 의료인의 판단 하에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다고 보는 경우로서, 당장 진료하지 않더라도 환자에게 중대한 위해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다른 의료기관을 안내하는 경우, ⑨더 이상의 입원치료가 불필요함 또는 대학병원급 의료기관에서의 입원치료는 필요치 아니함을 의학적으로 명백히 판단할 수 있는 상황에서, 환자에게 가정요양 또는 요양병원, 의원급 의료기관, 요양시설 등의 이용을 충분한 설명과 함께 권유하고 퇴원을 지시하는 경우.

물론 보건복지부가 제시하는 정당한 사유라 하더라도 위법성 여부는 각 사례에 따라 법원의 최종적인 판단을 받아보아야 한다. 그래도 위와 같은 보건복지부의 유권해석은, 진료거부의 정당한 사유에 대한 하나의 기준을 제시했다고 볼 수 있는 바, 이를 참조해서 앞서 본 이익준 교수의 진료거부행위가 정당한지에 대해서 살펴보면, 보수적인 성향을 갖고 있는 필자는 진료거부 행위가 정당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즉, 간 이식 수술을 2번이나 했음에도 술을 마시며 의사의 지시사항을 제대로 준수하지 못하는 환자는 잘못이 있다. 하지만, 이 경우가 보건복지부가 제시한 정당한 사유 중의 하나인 ‘⑥환자가 의료인의 치료방침에 따를 수 없음을 천명하여 특정 치료의 수행이 불가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비록 환자가 의사의 지시사항을 잘 준수하지 못한 잘못이 있더라도 의사에게 위해가 가해지는 상황이 아니라면 의사는 환자를 계속적으로 설득해서 진료를 하는 것이 의료인으로서 갖는 의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다만, 이익준 교수도 이와 같이 진료를 못하겠다고 말을 한 것은 정말로 진료를 거부할 의사라기보다는, 환자로 하여금 잘못을 뉘우쳐 앞으로 술을 마시지 않게 하려는 의도로 보이는 바, 최종적으로 위 사안이 의료법 위반으로 나아갈 소지는 없다고 판단된다.

지금까지 의사의 진료거부 행위가 정당한지에 대하여 살펴보았지만,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에서의 간 이식 수술을 2번이나 한 환자를 보면서, 치료에 있어 환자 스스로 자신의 건강을 위해 의사가 지시하는 사항들을 잘 따르며 노력하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금 느끼게 된다.

저작권자 © 법률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