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좀 깎아주세요"... '강서구 일가족 사망사건' 마지막 부탁과 계옥지간(桂玉之艱)
"월세 좀 깎아주세요"... '강서구 일가족 사망사건' 마지막 부탁과 계옥지간(桂玉之艱)
  • 유재광 기자
  • 승인 2021.07.08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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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고에 시달리던 기초생활수급자 일가족 극단 선택

[법률방송뉴스] 일가족 3명이 숨진 채 발견된 '강서구 일가족 사망 사건' 식구들이 월세 20만원을 내기 어려워 집주인에게 10만원으로 좀 깎아주면 안 되겠냐는 부탁을 했다고 합니다.

먹을 것 구하기가 옥 구하기보다 어렵다. 오늘(8일) '뉴스 사자성어'는 계옥지간(桂玉之艱) 얘기해 보겠습니다.

지난 5일 오후 2시 30분쯤 서울 강서구 화곡동의 한 다세대 주택에서 일가족 3명이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숨진 사람들은 50대 여성 A씨와 A씨의 30대 아들 B씨, 그리고 B씨의 사촌누나 C씨, 이렇게 일가족으로 밝혀졌습니다.

A씨 등은 "어머니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A씨와 따로 사는 또 다른 아들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발견됐습니다.

현장엔 외부 침입이나 범죄의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어머니 A씨와 아들 B씨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구청에서 생계급여 등을 받아왔고, 함께 발견된 C씨도 주소는 다르지만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세 기초생활수급자의 쓸쓸한 죽음.

발견 당시 습하고 더운 날에 시신은 부패가 심해 정확한 사망시점을 추정하긴 어렵지만 경찰은 검안과 통화 내역 등으로 미뤄 지난 1~3일 사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부검 결과가 어제 나왔는데 경찰은 "외력의 작용을 의심할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고, 한 명의 혈액 간이검사에서 일산화탄소 중독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왔다"고 밝혔습니다.

현장에서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경찰은 이들이 생활고에 시달리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관련해서 A씨 등이 세 들어 살던 집주인 김모씨는 "A씨 가족이 최근 들어 20만원인 월세를 제때 내지 못해 절반인 10만원으로 깎아달라는 부탁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김씨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아들이 몸이 불편해 일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엄마가 다단계 판매업으로 근근이 생활하는 형편이었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지난 5년간 월세가 밀린 적은 거의 없었는데, 코로나로 경기가 안 좋아져 많이 힘들어진 것 같았다. 지난 3월부터는 수도요금도 받지 않았다. 너무 안타깝다"는 게 집주인 김씨의 말입니다.

계수나무 계(桂), 구슬 옥(玉), 어조사 지(之), 어려울 간(艱) 자를 쓰는 계옥지간(桂玉之艱)이라는 사자성어가 있습니다.

땔감 구하기가 귀한 계수나무 구하는 것보다 어렵고, 먹을 것 구하기가 옥 구하는 것보다 어렵다는 뜻으로, 찢어지게 가난함을 일컫는 말입니다. 

전국책(戰國策) 초책(楚策)에 나오는 말인데, 진나라에 대항한 6개 나라 합종책으로 한, 위, 조, 제, 초, 연 6개 나라의 공동 재상을 지낸 소진(蘇秦)이 그 주인공입니다.

후에 천하를 좌우할 만큼 부귀해졌지만 젊어 찢어지게 가난했던 소진이 초나라에서 때를 기다리며 초국지(楚國之) 식귀어옥(食貴於玉) 신귀어계(薪貴於桂), 초나라는 먹을 것이 옥보다 귀하고, 땔감이 계수나무보다 귀하다고 말한 데서 유래한 사자성어입니다.

계옥지간과 비슷한 뜻으로 가도벽립(家徒壁立)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집안에 세간 하나 없이 벽만 덩그렇게 서 있다는 뜻으로, 극심한 궁핍을 이르는 말입니다.

전한 때 문장가로 역시 젊어서 찢어지게 가난했던 사마상여와 사천 대부호의 딸 탁문군이 없는 살림에 백년가약을 맺고, 후에 크게 출세하는 고사에서 나온 사자성어입니다.

20만원. 누군가에겐, 어떤 가족에겐 좀 괜찮은 저녁 외식 값 정도일 수 있지만 A씨 가족엔 고단한 몸을 누일 수 있는 한 달 치 방값이었습니다.

그 20만원을 마련하기 어려워 반으로, 10만원으로 깎아달라고 사정을 해야 했을 땐 그 마음이 어땠을까요.

누구나 소진이나 사마상여가 될 순 없겠지만, 그래도 사는 게 팍팍하고 어려워도, 돈이 없어서 극단적인 선택으로 내몰리는 죽음은 이제 좀 국가와 사회가 제도로 막아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고인들의 명복을 빌겠습니다. '뉴스 사자성어'였습니다.

 

유재광 기자 jaegoang-yu@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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