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이대 면접장의 어떤 '딸'은... 그날 청계산의 어떤 '아들들'은...

 

 

최순실-정유라 모녀의 운명이 얄궂습니다.

딸이 이역만리 타국에서 강제 송환된 날 엄마는 징역 7년을 구형받았고, 엄마와 딸은 나란히 같은 구치소에 수감됐습니다.

어제 이대 학사비리 결심공판에서 최순실 씨는 최후 진술을 마친 뒤 10분 넘게 울었다고 합니다.

자신이 특검과 검찰에서 겪었던 ‘고초’를 그대로 따라 겪을 딸 생각을 했을 겁니다.

“딸이 어려운 귀국길에 올라 가슴이 아프다”

“유라가 그렇게 나쁜 아이는 아니다”

“앞으로 남은 생을 바르게 살아갈 수 있도록 용서해주고 관용을 베풀어주기 바란다”

‘천하의 최순실’도 딸이 엮이자 눈물로 호소하고 울었습니다.

'눈물겨운' 모정입니다.

꼭 10년 전 어떤 일이 생각납니다.

한화 김승연 회장의 이른바 ‘청계산 보복폭행’ 사건입니다.

김승연 회장은 차남 동원 씨가 술집 종업원들에게 맞고 오자 경호원과 경비용역업체 직원들을 대동하고 술집 종업원들을 청계산으로 끌고 가 무릎을 꿇려놓고 폭행했습니다.

권투협회 회장 출신 김승연 회장 본인의 표현을 빌자면 검은 가죽장갑을 끼고 “아구를 여러 번 돌린 것”입니다.

비난이 쏟아지자 김승연 회장은 “아들이 맞고 온 아버지의 심정을 이해해 달라”는 취지로 해명을 했습니다.

'애틋한' 부정입니다.

하지만 김승연 회장이 간과했거나 의도적으로 무시한 것이 있습니다.

김승연 회장이 ‘아구를 여러 번 돌린’ 그 술집 종업원들도 누군가에겐 소중한 아들들이라는 점입니다.

다만 김승연 회장 같은 아빠를 두지 못했을 뿐입니다.

그게 한밤에 시커먼 양복을 입은 쇠파이프를 든 사람들에게 야산으로 끌려가 맞아야 할 죄는 아닙니다.

최순실 씨도 마찬가지입니다.

천진난만한 '얼굴로 대학 갈 생각도 없었다'는 딸을 위해 한 어떤 일 때문에 어떤 수험생은 인생이 바뀌었을 수도 있습니다.

학교를 간 적도 없고 전공도 모른다는 딸이 받은 학점과, 삼성에서 지원받았다는 수십억 원도 마찬가지입니다.

평범한 ‘흙수저’ 들은 상상조차 못해봤을 특혜와 돈을 받았지만, ‘죄가 없다. 죄는 아니다. 억울하다. 모른다’는 엄마와 딸.

모정이 애틋해서 딸이 너무도 천진난만해서 더 착잡합니다.

제 자식이 귀하면 남 자식도 귀한 겁니다.

'앵커 브리핑'이었습니다.

유재광 기자 jaegoang-yu@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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