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기준법,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에 대한 처벌 규정 없어... 법 개정 필요"

[법률방송뉴스] '어느 청소노동자의 죽음', 집중 기획보도 네 번째입니다. 

고용노동부가 오늘(30일) '서울대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에 대해 '직장 내 괴롭힘'이 인정된다며 서울대 측에 이의 시정과 개선을 지도했습니다.

유족 측은 "고용노동부의 공정한 조사에 감사드린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법 제도적으로 개선해야 할 점은 없는지 등을 더 짚어봤습니다. 장한지 기자입니다.

[리포트]

지난달 발생한 서울대 50대 여성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 관련해 청소노동자들이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는 고용노동부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조사를 진행한 노동부는 "일부 직장 내 괴롭힘 사실이 있다고 판단해 서울대에 개선할 것을 지도했다"고 오늘 밝혔습니다.

노동부는 먼저 서울대 기숙사 배모 안전관리팀장이 청소노동자들을 상대로 업무 관련성이 없는 필기시험을 보도록 한 것에 대해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필기시험 문항에 청소 업무와 관계없는 내용이 상당수 포함됐고, 근무평정 제도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임의로 시험 성적을 근무평정에 반영한다고 게시했다"는 것이 노동부 조사 결과입니다.

시험이 외국인과 학부모 등 응대에 필요한 소양을 위한 것이라는 배 팀장 측 주장에 대해서도 노동부는 "사전 교육 없는 필기시험이 교육 수단으로는 적절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일축했습니다.

필기시험 공지 등을 미리 하지 않은 점 등을 종합하면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는 것이 노동부 판단입니다.

배 팀장은 또 2차 업무 회의에 '드레스 코드'에 맞는 복장을, 3차 업무 회의에 퇴근 복장을 하고 참석할 것을 근로자들에게 '요청'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말이 요청이지 사실상 '지시'인데, 배 팀장은 그러면서 회의 중 일부 근로자들의 복장에 대해 손뼉을 치는 등 이른바 '품평'을 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에 대해서도 노동부는 "복무규정 등의 근거 없이 회의 참석 복장에 간섭하고 품평을 한 행위는 직장 내 괴롭힘 행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노동부는 이같은 조사 결과를 서울대에 통보하면서 업무와 관련 없는 청소노동자에 대한 필기시험 등 직장 내 괴롭힘 사안을 즉시 개선하고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도록 지도했습니다.

노동부는 아울러 배 팀장에 대해 서울대가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하는 한편, 교내 전체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직장 내 괴롭힘 특별 예방 교육'을 하도록 지도했습니다.

노동부는 "개선 지도 사항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서울대학교를 근로감독 대상에 포함하는 등 엄중하게 대처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노동부 조사 결과에 대해 숨진 청소노동자 이모씨의 남편은 법률방송과의 통화에서 ‘만시지탄’이지만 이제라도 제대로 된 조치와 개선이 이뤄졌으면 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모씨 / '서울대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 유족]
"공정한 조사가 이뤄졌다고 저는 생각하고요. 서울대에서 그런 지시에 시행할 수 있는 시행할 의지가 있는 조치들이 이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번 사건을 배 팀장 개인의 '일탈'로만 치부할 게 아니라 청소노동자에 대한 열악한 처우 개선, 나아가 직장 내 괴롭힘을 예방하고 근절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직장 내 괴롭힘을 규율하고 있는 근로기준법 조항을 손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현재는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시 신고자에 불이익을 주는 등 사업주에 대한 '조치의무 위반' 처벌 조항이 있는데, 정작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에 대한 형사처벌 조항은 전혀 없다는 겁니다.

[이모씨 / '서울대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 유족]
"갑질로 판결은 났지만 이게 형사처벌 조항은 없거든요. 직장 내 갑질 금지법만 있는 것이고 이런 일들이 실제 발생하고 나서 형사적으로 어떤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부분이 지금 전혀 없는 상황이거든요."

아내는 이미 가고 없지만 직장 내 괴롭힘 재발 방지를 위해 가해자 형사처벌 조항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정부나 국회가 나서 달라는 것이 유족들의 간곡한 호소입니다.

[이모씨 / '서울대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 유족]
"제 아내의 문제이긴 하지만 법률적으로 형사처벌 할 수 있는 것들이 마련돼서 우리나라 직장 안에 이런 일들이 다시는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

국가인권위 집단진정을 준비하고 있는 최혜원 변호사는 이번 사건을 ‘직장 내 괴롭힘’으로 좁게 국한해서 보면 안 된다고 강조합니다.

노동자의 인격권이나 건강권 등 헌법적 차원에서 좀 더 넓게 포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 최 변호사의 말입니다.

[최혜원 변호사(법무법인 산지) / 서울대 상대 인권위 진정 법률대리인]
"고용노동부는 직장 내 괴롭힘을 인정한 것이고 우리는 직장 내 괴롭힘은 기본이고 거기에다 인격권과 사생활의 비밀 침해, 건강권이라든지 기타 직장 내 괴롭힘 외에도 지금 이분들이 침해받은 것들이 많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것까지 넓게..."

고용노동부가 직장 내 괴롭힘이 인정된다고 판단한 가운데, 업무와 사망사이 인과관계가 인정돼야 하는 숨진 청소노동자에 대한 산업재해 승인 여부에 대해선 근로복지공단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 주목됩니다. 법률방송 장한지입니다.

 

* '서울대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 인권위 진정 참여문의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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