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머니는 제가 4살 때 가출을 하고 이후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연락 한 통 없었는데요. 그런데 얼마 전 제 앞으로 등기 하나가 도착했습니다. 친모가 기초생활수급자 신청을 했으며 이 과정에서 부양의무자에 해당하는 딸인 저의 동의를 받아야만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저는 곧바로 해당 동사무소에 전화해 “동의서를 작성해주고 싶지 않다”는 의사를 전했는데요.

일단 거절은 했지만 제가 부양의무자라는 이유로 앞을 또 연락이 오지 않을지 또 친모가 빚을 남기지는 않을지 너무 걱정이 됩니다. 키워주지 않은 부모도 부양하는 게 맞나요.

▲양지민 변호사(법무법인 이보)= 일단 좀 많이 속상하시겠어요. 사실 친모, 그니까 어머니가 거의 30년 세월 동안 연락이 안 된 상황에서 일단은 동사무소를 통해서 또 이제 연락을 받았는데 그 내용인즉슨 기초생활수급자 신청을 하셔야 되기 때문에 이제 부양의무자인 딸의 동의가 있어야 된다는 내용으로 연락을 받으신 건데 변호사님은 좀 어떻게 보셨나요.

▲황미옥 변호사(황미옥 법률사무소)= 제가 가족법 관련된 소송을 좀 많이 하는 것 같은데 늘 가족법 관련된 소송을 하다 보면 오히려 가족의 돈독함이나 이렇게 생각이 지어지기보다는 결국엔 가족의 개념도 전반적으로 크게 재정립되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고 지금 상당히 과도기적인 시기인 것 같은데요. 이 사례도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 

30년간 연락이 없었고 아주 어릴 때 가출했고 쉽게 얘기하면 자녀에 대한 양육 의무를 거의 포기하신 분인데 이분에게서 어떤 득을 얻기는커녕 남겨진 빚만 예상되는 상황이고 심지어 앞으로 기초생활수급에 대해서 어떠한 번거로움이 있을지도 지금 굉장히 예상되는 상황에서 어머님과의 정리를 빨리 하는 것이 맞을 것 같고 여러 가지 가족법 전반적으로 좀 정리가 되어야 될 시기가 아니냐는 좀 거시적인 생각을 해봤습니다.

▲양지민 변호사= 네. 사실 상담자분 입장에서는 ‘아니 내가 4살 때 어머니가 가출하셔서 그 이후에 정말 얼굴 한 번 본 적이 없는데 이 부양 의무, 그니까 민법상에 부양의무가 있다고 하던데 내가 정말 연락도 없었던 어머니를 부양해야 되나’라는 생각이 드실 것 같아요. 이 부양의무가 뭔지 좀 짚어주시죠.

▲황미옥 변호사= 네. 민법에서는 크게 두 가지 부양의무의 종류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로는 배우자, 즉 부부간의 부양의무를 규정하고 있고요. 두 번째로는 직계 혈족 간 혹은 생계를 같이 하는 가족 간의 부양의무를 규정하고 있는데 지금은 어머님이시고 자녀분이시고 하니까 두 번째 사안에 해당하시겠죠. 이럴 경우에는 부양 의무를 규정하고 있고요. 

조금 더 구체적으로 가자면 이런 식으로 직계 혈족 간 혹은 생계를 같이 하는 가족 간의 부양의무인 경우에는 법원에서 2차적 부양의무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판례에는 ‘2차적 부양의무인 경우에는 부양 의무자가 어느 정도 살만할 때 즉 사회적 지위에 상응하는 생활을 하면서 생활적 여유가 있을 때 부양의무가 있고 또 부양을 요청하는 사람 역시나 스스로 자력 또는 근로에 의하여서는 도저히 생활을 유지할 수 없는 경우에 한해서만 부양의무가 성립한다’라고 해서 2차 부양의무로 규정을 하고 있습니다.

▲양지민 변호사= 그렇다면 상담자분께서 어쨌든 딸이기 때문에 사실은 연락이 두절됐던 어머니를 부양을 해야 되는 의무가 그럼 발생을 한다고 봐야 할까요?

▲황미옥 변호사= 사실 아직 우리 민법에서는 아이의 자녀에 대해서 양육 의무를 저버렸던 사람, 뭐 가출한 케이스죠. 이런 경우에는 부양의무를 요구할 수 없다는 등의 규정은 없습니다. 따라서 그냥 혈연관계만 성립되어 있다고 하면 30년을 집을 나가건 40년을 연락 두절을 하건 상관이 없이 갑자기 나타나서 부양의무를 요구할 수 있는 건 맞습니다. 맞는데 이런 식으로 일일이 규정을 해놓기가 어렵다 보니까 크게 신의칙이라는 규정을 두고 있는데요. 

이런 법 규정에 의해서 제한되는 사유는 없다 할지라도 이 경우에야말로 신의칙에 의해서 제한되어야 할 상황이 아닌가 싶습니다. 최근에도 특히 상속 부분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왔는데 ‘구하라 법’이라고 해서 아예 어릴 때부터 단절되었던 어머님이 자녀 사망 이후 상속권을 주장하는 것이 과연 맞는가. 여러 가지 문제가 있는데 이것처럼 부양권 부양의무에서도 그런 규정이 빨리 도입되어야 할 것 같은데 정리해서 말씀드리자면 법적 제한 규정은 없지만, 일반적인 규정이 신의칙에 의해서 제한될 가능성은 상당히 다분하다고 보입니다.

▲양지민 변호사= 그렇다면 이제 또 상담자분께서 걱정을 하시는 부분은 혹시나 어머니께서 돌아가실 때 굉장히 뭐 많은 빚만 남기고 계시는데 그런다면 만약에 이제 딸인 내가 혹시나 그 빚을 다 떠안게 될까 봐 그 부분도 굉장히 걱정이신 것 같아요. 이 부분은 어떻게 봐야 할까요.

▲황미옥 변호사= 지금이야 뭐 살아계시고 기초생활수급에 대해서 동의하냐 정도 오지만 정말 염려되는 것은 지금도 이렇게 어려운 경제 상황인 어머님인데 돌아가시고 나면 단지 내가 자녀라는 이유만으로 어머님이 남긴 빚을 내가 통으로 떠안아야 하는 게 아닌가. 그 공포심이 있으실 것 같아요. 충분히 그럴 수 있죠. 역시나 이런 경우에 일단은 속권 상속 의무를 부담하게 되어 있습니다. 

망자가 돌아가시게 되면 아예 30~40년 연락이 두절되었건 말건 단지 혈연관계라는 이유만으로 상속채무 그대로 나에게 승계되는 거 맞습니다. 맞는데 이런 경우에는 너무 억울하죠. 이것 때문에 상속 포기도 가능하고요. 또는 포기까지는 모르겠고 남겨진 재산이 좀 있는 것 같으니 거기까지만 내가 처리해주겠다 하는 한정승인도 가능해서 상속은 받지만, 상속인 차원에서 포기하거나 한정승인으로 정리할 수 있는 방법을 법이 규정은 하고 있습니다.

▲양지민 변호사= 네. 일단 상담자분께서는 좀 많은 부분에 있어서 좀 걱정이 되실 텐데 변호사님이 말씀해주신 바에 따르면 부양의무도 사실은 이제 신의칙의 원칙에 비추어서 본다면 너무 걱정하실 필요는 없으실 것 같고 또 상속을 혹시나 상속 개시가 되는 시점에 다다르게 됐을 때는 상속 포기라든지 아니면 한정승인 제도가 있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 좀 미리 생각해두시면 좋겠다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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