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반사광 피해 주민에 배상하라”... 대법원, 주민 패소 원심 파기

▲신새아 앵커= 대법원 주요 판례를 통해 일상에 도움이 되는 법률정보를 알아보는 '강천규 변호사의 잘 사는 법(法)', 오늘(3일)은 태양반사광과 생활방해에 대해 얘기 해보겠습니다. 오늘은 어떤 판결 가져오셨나요. 

▲강천규 변호사(법무법인 YK)= 자동차를 타고 경부고속도로를 지나다 보면 국내 최대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사옥인 그린팩토리가 보입니다.  외벽 전체가 통유리로 되어 있고 네이버의 상징인 녹색빛이 돌도록 디자인을 했는데요. 보고 있으면 '건물 참 예쁘게 잘 지었다'는 이런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외벽 전체가 통유리로 되어 있다 보니 태양광 반사가 심해서 인근 아파트 주민들이 정상적인 주거생활을 하기 힘들다며 손해배상 청구와 태양반사광 방지청구 소송을 냈고, 거의 10년이 흘러 최근 대법원 판결이 선고됐습니다. 오늘은 이 판결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앵커= 저도 지나다니면서 건물이 이쁘다고만 생각했었는데 소송이 있었군요. 이 사건의 쟁점은 어떤 것이었나요.

▲강천규 변호사= 소음이나 진동, 매연, 일조권 침해, 이 사건과 같은 태양반사광 등으로 인해 이웃 거주자의 일상생활에 고통을 주는 것을 '생활방해'라고 하는데요. 우리가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인 만큼 감수해야할 부분도 있습니다. 하지만 '수인한도'라고 하는데, 그 참을 한도를 넘는 피해가 있을 때 생활방해가 인정이 되게 됩니다.

이 사건의 경우 인근 주민들이 네이버 사옥 외벽 통유리의 태양반사광으로 인해서 시야방해, 주거불안 등을 호소했는데, 이 생활방해의 정도가 참을 만한 정도인지가 쟁점이 됐었습니다.

▲앵커= 이 사건에서 인근 주민들의 태양반사광으로 인한 피해 정도가 어느 정도였는지가 중요할 것 같은데요.

▲강천규 변호사= 네. 이를 이해하시기 위해서 ‘빛 반사 밝기’와 ‘빛 반사 시각장애’에 대한 개념을 좀 이해하셔야 됩니다.

‘빛 반사 밝기’란 단위면적(㎡) 당 반사되는 빛의 밝기(양)를 말하는데, 이러한 ‘빛 반사 밝기’가 2만 5천cd/㎡를 초과하게 되면, 인체는 포화효과로 인해 시각 정보에 대한 지각 능력이 순간적으로 손상되는 ‘빛 반사로 인한 눈부심 시각장애’ 상태에 놓이게 됩니다.

이러한 ‘빛 반사 시각장애’ 현상은 이 사건 아파트 중 A동에서는 연중 7개월가량 대략 하루에 약 1~2시간 정도, D동에서는 연중 9개월가량 대략 하루에 1~3시간 정도 나타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또한 이 사건 태양반사광의 ‘빛 반사 밝기’는 A동의 경우 최소 4천500만cd/㎡에서 최대 3억 9천500만cd/㎡, D동의 경우 최소 1천100만cd/㎡에서 최대 7억 3천만cd/㎡인데요.

좀 어려운데 쉽게 얘기해서 이는 ‘빛 반사 시각장애’를 일으키는 2만 5천cd/㎡의 약 440배 내지 2만 9천200배 정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내용이 좀 복잡하네요. 말씀하신 것을 들어보면 인근 주민들의 피해가 매우 심각한 것 같은데, 원심은 네이버 측의 손을 들어줬다면서요.

▲강천규 변호사= 우선 원심은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는데요. 크게 2가지의 기준을 세웠습니다.

첫번째는 태양직사광과 비교를 했습니다. 그래서 원심은 사람이 밖에서 낮 12시에 태양을 직접 바라보면 ‘빛 반사 밝기’가 16~20억cd/㎡가 된다고 합니다.

이것을 기준으로 보면 태양반사광의 빛 반사 밝기가 많다고는 하는데, 이 사건 태양반사광의 ‘빛 반사 밝기’는 태양직사광 ‘빛 반사 밝기’의 약 7분의1 수준 밖에 되지 않고, 색이나 형태 등의 차이로 응시자에게 시각적, 심리적 불쾌감의 차이를 유발할 뿐 ‘빛 반사 시각장애’에는 별다른 차이가 없어 보인다고 판단을 했습니다.

또 한가지는 원심은 유사한 생활방해인 일조방해와 비교를 했는데요. 일조방해는 동짓날 기준 08시부터 16시 사이에 4시간 이상일 것을 요구하는데요. 이 사건 태양반사광 유입은 하루 1~3시간에 불과해서 참을 한도를 넘지는 않았다고 판단을 했습니다.

▲앵커= 우리 대법원은 어떻게 판단을 했나요. 

▲강천규 변호사= 우리 대법원은 먼저 원심이 이야기했던 태양직사광 부분을 이렇게 반박을 했는데요. 인위적으로 축조된 건물의 외벽에 의해서 반사효과와 결합해서 발생하는 생활방해하고 자연에 의해서 발생하는 태양직사광으로 인한 생활방해는 사실은 본질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비교를 해선 안 된다 이렇게 봤고요. 

또 한 가지는 일조방해와도 차이가 있다고 봤는데요. 사실상 태양반사광 침해는 반사되는 태양빛이 강하게 우리 눈에 들어오지 않습니까. 그래서 일조방해보다도 더 적극적으로 침습의 형태를 띤다, 이렇게 봤죠. 

그래서 햇빛이 단순히 들어오지 않는 일조방해보다 훨씬 더 공격적인 형태를 띠기 때문에 참을 한도를 판단함에 있어 동일한 기준으로 볼 수는 없다고 판단을 했고요. 

나아가 구체적으로 태양반사광이 아파트의 거실이나 안방 등 주된 생활공간에 어느 정도 밝기로 얼마 동안 유입되어 눈부심 등 시각장애를 유발하는지, 태양반사광으로 인해 아파트의 주거로서의 기능이 훼손되어 참을 한도를 넘었는지를 직접적으로 심리해야 하는데 이를 심리하지 않은 원심 판단이 잘못되었다고 돌려보냈습니다.

▲앵커= 잘 사는 법(法), 태양광 반사와 생활방해에 대한 오늘 내용 정리해 주신다면요.

▲강천규 변호사= 앞서 살펴본 네이버 사옥과 관련한 판결이 나오기 전인 지난 3월에는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 내에 있는 초고층 아파트의 시공사에게 인근주민들의 태양반사광으로 인한 생활방해를 인정한 대법원 판결이 선고되는 등 통유리 건축물로 인한 태양반사광 피해를 인정한 대법원 판결이 잇따라 선고되고 있습니다.

외벽 전체를 통유리로 한 건축물의 경우 화려한 외관 때문에 많이 선호되었는데, 대법원이 인근 주민들의 주거안정 등을 이유로 제동을 걸고 나섰는데요. 이에 발맞춰 최근 국회에선 건축물 외벽 마감재 빛 반사율을 규제하도록 하는 건축법 일부개정안 법률을 발의하기도 했습니다.

사회적 논의를 통해 도시 디자인적 가치를 추구하면서도 인근 주민들의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 마련되길 바라겠습니다.

▲앵커= 결국 건축주가 관련 법과 절차를 준수했다고 해도 태양반사광으로 인한 인근 주민들에 대한 피해 방지는 마땅히 해야 한다는 게 법원의 판결인 건데, 이번 대법원 판결은 향후 통유리로 된 건물 신축 과정과 피해 구제 등에 관해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이네요. 오늘 잘 들었습니다.

 

저작권자 © 법률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