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판사가 어떤 판결 했는지 알아야... 판결문 공개, 나비 날갯짓 되길"

[법률방송뉴스] 국내 굴지의 건설 대기업을 상대로 16년간 지난한 법정싸움을 벌여온 변호사가 있습니다.

공고를 나온 ‘용접공 출신 변호사’로 알려진 안천식 변호사가 그 주인공인데요.

오늘(10일) ‘책과 사람들’은 건설 대기업을 상대로 한 16년의 법정 다툼을 ‘확증편향’이라는 제목의 책으로 정리한 안천식 변호사를 만나 관련 얘기들을 들어봤습니다.

신새아 기자입니다.

[리포트]

1심, 2심, 3심 판결에 이은 1차, 2차, 3차 재심까지.

국내 굴지의 건설사를 상대로 한 16년에 걸친 지난한 법정다툼.

[안천식 변호사 / 법무법인 씨에스]
“H건설이라는 대기업이 이른바 전직 판사 출신 변호사를 선임해 의뢰인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가짜 계약서를 증거로 제출했고 재판과정에서 현직 법관들은 이를 그냥 눈감은 결과 김포에 사는 한 농민이 자신이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토지를 약 10분의1 가격으로 빼앗기게 된...”

관련 소송 판결만 무려 18차례.

그러나 ‘진실’엔 눈을 감아버린 재판이라는 게 안 변호사의 주장입니다.

16년간의 지난한 법정다툼을 안천식 변호사가 ‘마녀재판’ 이라고 정의하는 이유입니다.

[안천식 변호사 / 법무법인 씨에스]
“‘이 사람은 마녀다’라고 지목해서 그 사람을 마녀재판으로 처벌하고 그에 관련된 토지나 마녀로 지목된 사람들의 토지나 이런 부분을 다 몰수하게 되죠. 그러니까 아무 근거 없이...”

재판 과정에 주요 증인들이 위증죄로 줄줄이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정작 본안 재판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안천식 변호사 / 법무법인 씨에스]
“최근 tvN에서 ‘악마판사’라는 드라마가 방영되고 있는데 여기서 주인공 강요한, 지성이죠. 강요한이 국민시범재판 재판장인데 사법절차에 대해서 이렇게 말합니다. ‘정의란 없다. 다만 입증을 하지 못하면 지게 되는 지극히 불공정한 게임이 있을 뿐이다‘ 라고...”

법원의 이 지독한 ‘아집’을 안천식 변호사는 ‘확증편향’이라고 꼬집으며, 책 제목도 ‘확증편향’으로 했습니다. 

[안천식 변호사 / 법무법인 씨에스]
“진실은 패소하는 게 대부분 현실이다. 물론 드라마지만 지금 사법현실도 다르지 않다고 어느 정도 부합한다고 생각해서 이런 현실 자체를 저는 ‘확증편향’으로 표현했고요.”

책에서 관련 판결문을 모두 공개한 것도 이 같은 이유입니다.

누가, 무슨 이유와 근거로, 어떤 판결을 했는지 상식의 잣대로 평가받게 하겠다는 겁니다.

[안천식 변호사 / 법무법인 씨에스]
“어떤 판사가 판결했는지, 그리고 어떤 내용을 판결했는지를 모두 공개했습니다. 그렇게 한 이유는 어쩌면 이게 우리 헌법 109조에서 ‘재판 공개’를 선언하고 있고 이렇게 하는 게 당연한 일이에요. 그런데...”

그런데 그 당연한 일도 판사와 법원이라는 이름이 주는 권위와 무게에 눌려 꺼리고 주저하게 된다는 것이 안 변호사의 지적입니다.

[안천식 변호사 / 법무법인 씨에스]
“대부분의 사람들은 판사가 쥔 막강한 권한 때문에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아마 이렇게 공개를 하는 분들이 변호사하고 일반인이고 간에 거의 없었을 겁니다 아마. 없었고...”

그리고 판결문 공개를 꺼리는 이면엔 법원 스스로 잘못된 판결과 치부를 드러내기 싫어하는 경향이 자리 잡고 있다고 안 변호사는 거듭 지적합니다.

[안천식 변호사 / 법무법인 씨에스]
“이제까지 판사들이 독점적 권한으로 판결한 부분에 대해서 잘못된 판결 혹은 편파적 판결이 상당히 있다. 그런데 그런 부분들은 굳이 드러내고 싶지 않다. 이제까지 안 드러냈는데 왜 그걸 굳이 드러내야 하냐...”

법원 판결은 존중되어야 하지만, 판사는 신이 아니고 신 행세를 하려고 해서도 안 된다고 안 변호사는 강조합니다.

[안천식 변호사 / 법무법인 씨에스]
“어쩌면 어떤 사람한테 재판 권한을 모두 맡긴다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고 늘 그 위험성과 독재성 그리고 위험성을 늘 우리가 인식해야...”

그런 측면에서 판사와 법원에 대한 견제와 감시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안 변호사는 또 한 번 강조합니다.

[안천식 변호사 / 법무법인 씨에스]
“판사 자체가 권력자가 되거나 또는 다른 권력 또는 다른 세력과 결합해 불공정한 재판을 하는 경우 이런 경우는 굉장히 권력남용의 가능성이 높거든요. 이런 부분이 없는지는 늘 국민들이 지켜보고 견제하고 감시해야...”

16년간의 지난한 법정 다툼.

그 ‘패배의 기록’을 가감 없이 드러내고 공개하는 것도 사법부에 대한 이 같은 견제와 감시를 위해서입니다. 

[안천식 변호사 / 법무법인 씨에스]
“변호사들, 법조인 그리고 일반 국민들까지 판결 하나하나에 관심을 가지고 이런 부분에 대해서 제대로 감독한다면 그게 바로 ‘헌법의 의지’다. 이 책도 그런 의미에서 쓴 것이다. 그렇게 보시면...”

안 변호사는 그러면서 이제 판사와 법원 스스로 잘못된 판결을 인정하는 용기를 낼 시간이 됐다는 말로 인터뷰를 마무리했습니다.

[안천식 변호사 / 법무법인 씨에스]
“작은 불신이라도 사법부에서 그걸 극복하고 바로 직시하고 해결하려는 의지가 없다면 아마 이런 불신은 점점 더 크게 될 것이다. 그래서 법원도 마찬가지죠. 잘못된 판결, 그런 부분에 대해선 용기를 가지고 ‘이 부분은 잘못됐다’라고 스스로 말할 수 있는 그런 용기를 좀 냈으면 좋겠다...”

법률방송 신새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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