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경찰청, 피의자 김씨 살인교사 혐의로 검찰 송치... 구속 수사 진행 중
김씨 "유족들에 '피해자 원혼 달래줬다'는 명목으로 사례금 받으려 했다"

▲앵커= 장기 미제 사건인 ‘제주 변호사 피살사건’의 살인 교사 피의자 김모씨가 22년 만에 경찰에 붙잡혔죠. 자세한 내용 설명 부탁드리겠습니다.

▲하서정 변호사= 네. 1999년 제주 초등학교 인근 도로변에 주차된 승용차에서 변호사가 칼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됐던 사건이 있었죠. 당시에는 지금처럼 곳곳에 cctv가 설치되어 있거나 차량마다 블랙박스를 달고 다니던 시절도 아니었고, 사건 현장에서도 범인을 추정할 만한 증거가 나오지 않아 수사에 난항을 겪었었습니다.

결국 경찰의 대대적인 수사에도 불구하고 장기 미제 사건으로 남아있었는데요. 지난해 6월 피의자 김모씨가 한 방송사 프로그램에 출연해 자신이 살인을 교사했다고 자백하는 취지의 주장을 하면서 재수사가 시작되었습니다. 방송 후 경찰은 캄보디아에 있는 김씨의 소재를 파악해 지난 6월 그를 국내로 송환했고요. 현재 검찰로 송치돼 구속수사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앵커= 김모 씨는 방송에 출연해 어떤 발언을 한 것인가요.

▲하서정 변호사= 네. 지난해 방영된 TV프로그램에서 김씨는 자신이 1999년 10월 당시 조직 두목인 백모씨로부터 범행 지시를 받아 동갑내기 손모씨를 통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습니다. 당초 백씨는 다리를 찔러 겁을 주라고 지시를 내렸지만, 자신의 말을 듣고 직접 행동에 나선 손씨가 피해자가 저항하는 과정에서 살해했다는 것이 김씨가 한 진술 내용인데요.

하지만 김씨가 범행 지시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시기에 백씨는 교도소에 수감 중인 상태였기 때문에 경찰은 김씨가 백씨의 범행 지시를 받았을 가능성은 작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현재 백씨와 손씨 두 사람 모두 사망한 상태이기 때문에 조사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김씨가 교사가 아닌 직접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도 있는 건가요.

▲하서정 변호사= 현재 김씨가 계속해서 범행 동기와 수법 등에 대한 진술을 번복하고 있는 상황인데요. 수사 과정에서 김씨가 범행에 사용된 것과 비슷한 모양의 흉기를 직접 그려서 보여주고, 변호사의 이동 동선과 골목의 가로등이 꺼진 정황까지 설명하는 등 단순 교사라기에는 당시 사건 현장을 자세하게 기억하고 있어 프로파일러들은 김씨가 이 변호사를 직접 살해하지 않았더라도, 최소한 범행 현장에는 있었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에 따라 김씨가 직접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수사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앵커= 피의자 김씨가 방송에 모습을 드러내 가며 자백을 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하서정 변호사= 네. 김씨는 경찰조사에서 해외에서 귀국할 때 여비라도 마련해보려고 방송에서 범행 사실을 밝혔다고 진술했습니다. 수사 당시 일부 유족이 용의선상에 오르기도 했던 터라, 김씨는 자신이 자백하면 유족들로부터 ‘오해를 풀어주고 피해자 원혼을 달래줬다’며 사례금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김씨가 이 사건의 공소시효가 만료됐다고 여겨 방송 출연을 결심했다는 말도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어떻게 유족에게 사례비를 받을 생각을 한 건지 참 황당한데요. 김모 씨의 공소시효 만료 여부. 이는 태완이법과 관련이 있다고요.

▲하서정 변호사= 네. 사건 발생 당시의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살인죄의 공소시효는 15년이었습니다. 그런데 2007년 12월에 형소법이 개정되면서 살인죄의 공소시효가 25년으로 늘어났거든요.

하지만 이 사건은 개정법 시행 전 저지른 범죄이기 때문에 형벌불소급원칙에 따라 소급적용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원래대로라면 2014년 11월 4일로 공소시효가 만료되는 거죠. 그런데 2015년 7월에 살인죄의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법안이 시행되면서 살인범은 끝까지 추적해 처벌이 가능해지게 되었습니다.

이 법안은 흔히 '태완이법'이라고 불리는데, 이 태완이법은 부진정소급효를 인정했기 때문에 이 개정법 시행 전에 공소시효가 지나지 않은 살인 범죄에 대해서도 적용이 가능했고, 이 사건에도 공소시효 폐지의 효력이 적용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앵커= 그런데 원래 이 사건의 공소시효는 2014년이었고, 태완이법은 2015년에 도입되었기 때문에 부진정소급효가 적용될 수 없는 것 아닌가요.

▲하서정 변호사= 여기서 중요한 것이 바로 공소시효의 정지에 대한 규정인데요. 형사소송법 제 253조 3항에서는 ‘범인이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으로 국외에 있는 경우 그 기간 동안 공소시효는 정지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김씨의 출입국기록을 살펴보면 김씨가 범행 후 2014년 11월 5일 전까지 여러 차례 해외를 오간 사실을 알 수 있고, 김씨의 해외 체류기간이 도합 만 8개월 이상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김씨가 해외에 머무른 기간 동안에는 공소시효가 정지되어 공소시효 만료일은 2014년 11월이 아닌 2015년 8월 이후로 판단될 수 있는 것이죠. 결론적으로 태완이법 적용대상 사건으로 분류될 수 있습니다. 다만 하나의 요건이 더 충족되어야 하는데, 김씨가 해외에 체류한 것이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이어야만 합니다.

▲앵커=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시효 문제와 관련해서는 ‘김씨가 도피 목적으로 해외에 체류했다.’ 이것을 수사기관에서 입증하는 것이 관건일 것 같은데, 김 씨는 범행 후 여러 차례 해외를 오간 기록이 남아있지 않습니까. 처벌을 피할 목적이었다면 다시 국내로 들어온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이 필요할 것 같고, 개인적인 용무로 출국했다고 주장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어떻게 보시나요.

▲하서정 변호사= 네. 일단 수사기관에서 김씨가 해외로 출국한 것이 형사처벌을 피하기 위한 도피로 볼 수 있는 진술과 자료 등 실체적 증거를 확보했다고 밝혔기 때문에 입증이 충분히 가능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고요.

지난 20일에 수사기관에서 김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다음 날 법원에서 구속영장이 발부됐거든요. 공소시효 도과 여부는 처벌 가능성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영장 심사 때 이 부분이 어느 정도 고려됐을 것입니다.

이를 미루어 봤을 때 법원도 김씨가 처벌을 피할 목적으로 해외 도피를 한 것이라는 점이 어느 정도 소명됐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직 완전히 증명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의 재판과정을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앵커= 22년 동안 장기 미제로 남아있던 사건이 이제 점점 실마리가 풀려가는 것 같은데, 말씀하신 대로 앞으로 재판과정을 지켜봐야할 것 같네요. 오늘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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