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나씨에 무죄 선고... “경찰의 채혈 과정 위법”

[법률방송뉴스] 경찰이 이달 초 새로 개발된 음주단속 신형 복합감지기를 적용해 전국에서 집중단속을 시작했습니다.

알코올 감지 센서가 전보다 개선돼 차량 안에 남은 미세한 알코올 성분을 잡아낼 수 있어 정확성과 편리성을 동시에 높였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음주단속 시 이런 호흡측정 외에 채혈로 측정하는 방법도 있는 것 알고 계실 겁니다.

오늘(15일) ‘알쏭달쏭 솔로몬의 판결’에서는 교통사고를 당해 의식불명에 빠진 음주운전자의 채혈측정은 적법한 것인지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리포트]

회식자리에서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은 나모씨.

만취상태로 운전을 하던 나씨는 집으로 가는 길에 잠이 쏟아져 갓길에 차를 세워뒀습니다.

정차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갑자기 나씨 차량을 화물차가 들이받았고, 이 사고로 나씨는 의식을 잃었습니다.

나씨는 응급실로 호송됐고, 이 과정에서 경찰 역시 사고 관련 수사를 위해 병원에 도착했습니다.

당시 경찰은 나씨의 상태를 확인한 결과 음주가 의심됐지만, 사고 충격으로 의식을 잃은 나씨를 상대로 음주 측정을 할 순 없었습니다.

이에 경찰은 나씨 배우자 동의를 받은 뒤 간호사로 하여금 혈액을 채취하도록 했습니다.

혈액 감정 결과 경찰은 사건을 검찰로 넘겼고, 검찰은 나씨를 음주운전 혐의로 재판에 넘겼습니다.

나씨의 혈중알코올농도가 0.103%로 면허취소 수준으로 나온 겁니다.

통상 채혈측정은 운전자 신체에 다소 침해가 발생하기 때문에 절차상 반드시 운전자 동의를 얻거나 영장을 발부 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수사기관은 영장을 발부받진 않았지만 보호자 동의를 얻었고, 나씨의 과거 음주운전 처벌 전력을 고려해 기소했습니다.

이후 정신을 차린 나씨는 경찰에 항의를 했습니다.

나씨는 "정신을 잃고 쓰려져 있는 사람을 마음대로 채혈해도 되는 건가. 이건 무효“라며 강하게 반발했고,

경찰은 “채혈결과를 보니 음주운전이 명백하다”며 “음주운전으로 처벌받게 될 것”이라고 나씨에게 겁을 줬습니다. 

교통사고를 당해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음주운전 피의자 나씨에 대한 경찰의 채혈측정, 그 후 나씨의 기소는 적법했던 것일까.

법원은 나씨에게 무죄를 선고하며 음주운전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운전자가 면허 취소에 해당하는 음주 상태에서 사고를 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경찰의 채혈 과정이 위법했다고 본 겁니다.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발부받지 않은 채 나씨 동의 없이 채혈이 이루어졌음이 명백하다”며 “이후에도 지체 없이 영장을 발부받지 않은 상황에서 채혈된 혈액에 기초한 증거는 형사소송법에 따라 유죄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는 게 법원 판시입니다.

형사소송법 308조의2에선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할 수 없다”고 규정해놓고 있습니다.

우리 대법원 판례도 마찬가지로 “법률이 정한 절차에 의하지 않고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는 원칙을 고수해왔습니다.

즉, 수사기관이 영장이나 감정처분허가장 없이 강제 채취한 피고인 혈액을 이용한 혈중알코올농도 감정은 형사소송법상 영장주의 원칙을 위반했다는 게 법원 판결 취지인 겁니다.

관련해서 법제처는 해당 사건과 관련해 "기본적 인권 보장을 위해 마련된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않은 증거의 증거능력을 배제하는 것이 오히려 형사 사법 정의를 실현하려고 한 취지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으로 평가되는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긴 어렵다“고 전했습니다.

법률방송 신새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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