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시행
위장수사 특례 포함... 경찰, 신분 비공개·위장 수사 가능
'온라인 그루밍' 범죄, 3년 이하 징역·3천만원 이하 벌금

[법률방송뉴스] 오늘부터 경찰이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디지털 성범죄를 수사할 때 신분을 숨기거나 위장할 수 있게 됐다고 하는데요. ‘이슈플러스’ 김해인 기자와 자세히 얘기해보겠습니다.

▲신새아 앵커= 김 기자, 우선 구체적인 내용부터 설명해주시죠. 

▲김해인 기자= 경찰청은 오늘부터 아동 청소년에 대한 디지털 성범죄 추적 시 '신분 비공개 및 위장 수사'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일단 새로 도입되는 위장수사는 ‘신분 비공개 수사’와 ‘신분 위장 수사’로 나뉩니다. 신분 비공개 수사는 수사관이 경찰 신분을 숨기고 범인에게 접근해 증거를 수집하는 수사 방식이라고 할 수 있고요. 신분 위장 수사의 경우는 범죄를 막거나 범인을 체포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뤄지게 됩니다. 

이 방식이 도입되면 지난해 이른바 ‘n번방’ 사건 조주빈 일당 수사 때처럼 경찰이 신분증 인증을 제때 하지 못해 수사 대상인 채팅방에 들어가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게 될 수 있습니다. 

즉,  수사가 어려운 랜덤 채팅방이나 메신저 등 사이버 공간에서 범인에게 성 착취물 구매 문의를 하거나 여고생 등으로 위장해 성착취범에게 접근해 범죄 증거를 수집할 수 있게 되는 겁니다. 

이를 위해 경찰청은 전국 시도 경찰청에서 아동·청소년 디지털 성범죄 위장수사관 40명을 선발했고, 오늘부터 전국 사이버·여청수사관과 함께 본격적으로 수사에 나선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관련 법령은 어떻게 되나요. 

▲기자=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이 그것인데요. 

경찰청은 개정 법률이 올해 3월 공포된 뒤 6개월간 여성가족부·법무부와 협의해 위장수사에 필요한 시행령을 마련했습니다. 시행령에는 위장 수사를 할 때 본래 범의를 가지지 않은 자에게 범의를 유발하지 않아야 하며, 피해 아동·청소년에게 추가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습니다. 

아울러 경찰은 함정수사 등에 대한 우려를 고려해 시행령에 신분비공개수사의 세부 방법과 승인 절차, 국가경찰위원회와 국회 보고 사항 등의 통제 방안을 포함했습니다. 

특히 해당 개정안에는 경찰이 신분을 공개하지 않거나 위장해 수사할 수 있는 위장수사 특례가 포함돼 앞서 말씀드린 내용의 정책이 가능해졌는데요. 

이에 따라 경찰은 범죄 혐의점이 충분하다고 판단되면 법원 허가를 받아 청소년 등으로 신분을 위장해 수사할 수 있게 됐습니다. 법원 허가를 받으면 신분 위장을 위해 문서·전자기록 등을 작성·변경할 수 있고, 위장된 신분을 이용해 계약·거래하거나 성 착취물을 소지·판매·광고할 수 있습니다. 신분을 공개하지 않는 수사는 최대 3개월이라는 기간 제한이 있지만, 신분위장수사의 경우 최대 1년까지 3개월마다 연장이 가능합니다. 

▲앵커= 법이 개정된 배경은 뭘까요. 

▲기자= 아무래도 이번 위장수사가 이뤄지게 된 배경은 박사방·n번방 등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성범죄 사건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지난해 11월 이른바 n번방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에게 운영자 조주빈은 추가 인증을 요구했습니다. 조주빈은 경찰이나 기자가 있을 수 있다며 불법 촬영물을 다른 대화방에 공유하고 인증하라고 한 건데요. 결국 담당 수사관이 지인의 신분증과 사진을 빌려 인증한 뒤 수사를 이어갔지만, 그 사이 피해자는 더 늘어갔습니다.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준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 사건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이러한 디지털 성범죄를 선제적으로 감시하기 위한 법안 개정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게 됐습니다.

▲앵커= 이번 개정안 시행으로 경찰의 수사 효율이 높아지고, 디지털 성범죄의 예방효과가 있을 것 같다는 장점도 있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고요. 

▲기자= 네. 범죄 피해를 사전에 막기 위한 경찰의 위장수사가 제도화됐지만 몇 가지 한계점이 거론됐습니다. 

먼저 ‘주민등록증’의 문제입니다. 현행 주민등록법상 제약 때문에 가짜 주민등록증은 만들 수 없기 때문인데요. 이런 이유로 추가 보완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10대 성 착취물을 다루는 디지털 성범죄 조직이 채팅방에 입장시키기 전 ‘인증 절차’로 주민등록증 사진 등을 요구할 경우 대응할 방법이 마땅치 않아 수사에 난항이 생길 수 있는 겁니다. 

또 이번 제도가 청소년성보호법에 규정된 만큼 성인 대상 디지털성범죄나 성매매 같은 오프라인 범죄에서는 활용될 수 없다는 점도 한계점으로 지적됐고요. 아울러 성인 대상 디지털 성범죄나 해킹 등의 경우에는 위장 수사 방식을 활용할 수 없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힙니다. 

▲앵커= 위장수사와 별개로 오늘부터 ‘온라인 그루밍’ 행위에 대한 처벌도 강화된다고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온라인 그루밍이란 온라인에서 아동·청소년을 성적으로 착취하기 위한 목적으로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혐오감을 유발하는 대화를 지속적·반복적으로 하거나 성적 행위를 유인·권유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채팅 어플을 통해 피해자와 신뢰관계를 쌓아 피해자를 성범죄로 유인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합니다.

오늘부터 이러한 그루밍 행위에 대해 보다 강력한 형사처벌을 할 수 있게 됐는데요. 

19세 이상의 사람이 성적 착취를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아동ㆍ청소년에게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 또는 혐오감을 유발할 수 있는 대화를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하거나 그러한 대화에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참여시키는 행위를 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한다는 내용입니다.

지금까지는 아동·청소년의 ‘성 구매’를 목적으로 한 유인·권유만 처벌할 수 있었고, 정보통신망에서 성적 목적으로 접근해 대화하는 행위 등은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앵커= 오늘부터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대한 새로운 법안이 시행되는 만큼 지난해 n번방과 같은 불미스러운 사건들이 사전에 예방되고 근절됐으면 좋겠네요. 오늘 잘 들었습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법률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