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녀와 인어공주가 법정에 선다면?... 동화와 영화를 법률로 풀어내는 작가, 백세희 변호사
선녀와 인어공주가 법정에 선다면?... 동화와 영화를 법률로 풀어내는 작가, 백세희 변호사
  • 김해인 기자
  • 승인 2021.09.28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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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 미대 입시 낙방 후 50회 사법시험 합격
"변호사이자 작가로서의 삶... 도전 멈추지 않을 것"

[법률방송뉴스] 게임에서 사용되다 최근 일상생활에서 많은 사람들이 쓰고 있는 유행어죠. 원래 자신의 캐릭터라는 뜻의 ‘본캐’만큼이나 새롭게 만든 부캐릭터의 줄임말 ‘부캐’를 중시하는 MZ세대 바람이 법조계에도 불고 있습니다. 

이에 발맞춰 법률방송에서도 법조인으로서의 업무를 마치고 제2의 또 다른 삶을 위해 출근하는 이른바 ‘부캐’를 가진 법조계 인사들을 소개해 드리려고 하는데요. 

영화나 전래동화 속에서 봤던 인어공주, 선녀와 나무꾼의 선녀가 법정에 선다면 어떤 전개가 펼쳐질까 하는 다소 엉뚱한 고민을 법률적 문제로 풀어낸 법조인이자 작가인 백세희 변호사를 만나 이런저런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김해인 기자입니다.

[리포트]

여름의 끝자락에서 가을의 초입을 향하던 어느 날, 법률방송 취재진은 경기도 양평의 한 마을에서 백세희 변호사를 만났습니다.

그곳에서 만난 백 변호사는 양평의 한적한 풍경과 어울리는 편안한 미소로 취재진을 맞았습니다.

백 변호사는 한 달에 2~3번 법률사무소에 출근하고, 나머지 시간은 양평에서 업무를 처리하고 있습니다.

[백세희 변호사 / 디케이엘파트너스 법률사무소]
"이렇게 이런 시원한 환경에 있으면 일과 개인생활을 확실히 분리할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강남역의 사무실로 가게 되면 사람들도 많고 '나 여기 정말 일하러 왔구나' 이런 생각이 드는데 양평으로 돌아오는 순간에는 '아 이제 일 끝났다. 이제 나의 휴식 시간.'"

학창시절 미술대학 입시를 준비했지만 낙방했고, 이 불명예를 단 한 번에 역전시킬 ‘무언가’가 필요했습니다.

백 변호사에게 그 ‘무언가’는 바로 사법시험이었고, 그는 진로를 틀어 법학과에 진학하게 됐습니다. 

[백세희 변호사 / 디케이엘파트너스 법률사무소]
“정말 내가 1,2년 더 한다고 해서 미대 입시에 다시 성공할 수 있을까? 이건 정말 예측하기 어렵다. 이런 생각이 드니까 결국에는 수능 성적만으로 뭔가 할 수 있는 게 없을까? 그리고 똑같이 그냥 시험을 봐서 공부를 많이 하면 시험을 잘 볼 수 있고 공부를 적게 하면 시험을 못 보는 그런 예측 가능한 게 뭐가 있을까 해서 그 짧은 생각으로 선택한 게 바로 사법시험이었어요.”

제50회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변호사의 길로 들어선 뒤에도 미대 입시를 준비하며 만났던 친구들을 통해 자연스럽게 미술계의 소식을 접할 수 있었던 백 변호사. 

소위 ‘신변잡기’적인 이슈들이라고만 치부해왔던 미술계 이슈들은 법률적인 이슈들과 맞닿아 있었고, 이를 계기로 백 변호사는 문화예술과 법을 잇는 그 어느 지점에 자리를 잡고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합니다. 

[백세희 변호사 / 디케이엘파트너스 법률사무소]
“처음에는 신변잡기적인 것들이 많았죠. 대학생활에는. 그런데 미대 입시에 성공하고 미술계로 진출한 친구들이 나이가 들어서 사회인이 되니까 그런 신변잡기적인 이슈들이 점점 법률적인 이슈로 많이 옮겨가더라고요. 그리고 제가 법조인 생활을 시작하면서 미술계에서는 요즘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데 이게 법률적으로 볼 때 온당한 일이냐. 어떻게 생각하냐. 이런 식으로 물어보는 경우도...” 

다른 변호사들과 마찬가지로 강남의 한 대형로펌에서 치열하게 일해 온 백 변호사는 어렵게 얻은 아이를 위해 경기도 양평에 자리를 잡기로 결심했습니다. 

육아에 전념하고자 별다른 법률적 업무를 하고 있지 않던 상황에 백 변호사는 여유로워진 시간을 활용해 자신이 좋아하는 독서를 하며 그에 대한 리뷰를 끊임없이 자신의 SNS에 올렸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변호사이자 작가로서 ‘부캐’를 만들게 된 계기가 됐다는 게 백 변호사의 말입니다. 

[백세희 변호사 / 디케이엘파트너스 법률사무소]
“처음에는 제가, 저는 책 읽는 것을 좋아해서 개인 SNS계정에 책 리뷰를 끊임없이 올렸어요. 근데 남의 글을 끊임없이 읽고 거기에 대한 저의 평가를 끊임없이 글로 표현한다는 게 언론사 기자분의 귀에 들어가게 된 거예요. 처음에는 국내에 있는 포털 사이트 공연·전시 섹션에 문화예술과 법을 잘 버무려서 한 번 칼럼을 연재해 달라 이런 식의 의뢰가...”

이후 백 변호사는 국내 대형 포털사이트인 네이버 공연·전시 섹션에 자신의 이름을 건 칼럼 ‘아트로(Art Law)'라는 문패를 달고 격주로 공연전시 칼럼을 연재했고, 벌써 2년이란 세월이 흘렀습니다. 

글로 무언가를 표현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읽힌다는 것에 매력을 느껴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연재한 칼럼은 ‘선녀와 인어공주가 변호사를 만난다면’이라는 재치 있는 제목을 달고 한권의 책으로 재탄생 했습니다. 

그간 연재해온 수많은 칼럼들 중 32가지의 흥미로운 주제를 일부 재구성해 대중문화예술 분야에서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법적인 궁금증들을 전문적으로 담아냈습니다. 

백 변호사는 특히 유년시절 우리가 한 번 쯤은 보고 지나친 동화를 ‘리걸 마인드(Legal Mind)’로 다시 한 번 새롭게 바라보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백세희 변호사 / 디케이엘파트너스 법률사무소]
“칼럼의 시작이 사실 인어공주 이야기예요. 저는 칼럼이라는 걸 쓰겠다는 생각을 하기 전부터 디즈니 애니메이션 인어공주를 볼 때마다 ‘아 이거는 좀 다르게 볼 수 있는데’ 그런 생각을 전부터 하고 있었어요. 인어공주가 미성년자잖아요. 16살이에요. 민법상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미성년자가 한 계약은 친권자가 취소할 수 있어요. 취소할 수 있는데 그냥 취소한다고 하고 거기 바닷속에, 용궁 속에 법정이 있다면 취소한다고 하고 마녀랑 실랑이가 일어난다면 법적으로 해결할 수도 있는 문제인데...”

백 변호사의 시선에서 동화 ‘선녀와 나무꾼’의 등장인물들 역시 법의 울타리 안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습니다.

[백세희 변호사 / 디케이엘파트너스 법률사무소]
“선녀가 그런 식으로, 사실상 나무꾼이 감금한 거잖아요. 판례는 이렇게 다 벗고 있는 상태에서 옷을 숨기거나 그런 식으로 수치심에 못 나오게 하는 것까지도 감금으로 보거든요. 그런데 법률가의 해석을 거기에 보태자면 ‘과연 선녀는 죄가 없는가. 선녀는 피해자이기만 한가‘라는 문제도 제기할 수 있거든요. 왜냐하면 선녀가 아이들을 데리고 하늘로 가버리잖아요. 그런데 그 아이는 선녀만의 아이는 아니거든요. 나무꾼의 아이기도 하잖아요. 그러면 하늘로 가버리는 거는 약취유인죄가 될 수 있어요.”

심청전, 선녀와 나무꾼 같은 전래동화부터 인어공주, 어벤져스와 같은 외국 흥행영화까지 잘 알려진 대중문화 콘텐츠를 분석하다보니 뜨거운 관심과 함께 한 켠에선 ‘동심 파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하지만 백 변호사는 이러한 지적에 대해 “익히 알려진 이야기를 일종의 케이스 스터디로 재미있게 이용하고자 한 것이니 너무 무겁게만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자신의 소견을 전했습니다. 

[백세희 변호사 / 디케이엘파트너스 법률사무소]
“일부에서는 그때도 댓글에서는 ‘이거 완전 동심파괴다. 동화는 동화로만 알아야지 이거를 일일이 분석하고 있냐. 한심하다. 시간 너무 많은 것 아니냐’ 이런 식으로 악플도 달리고 했는데요.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거는. 누구나 다 아는 사건을 케이스 스터디로 한 번 해보자. 그런 뜻이었기 때문에...“

어느새 두 번째 책 출판을 준비하는 백 변호사는 앞으로도 계속 변호사와 작가의 삶을 오가며 도전을 멈추지 않겠다고 포부를 밝히고 인터뷰를 마무리했습니다.

[백세희 변호사 / 디케이엘파트너스 법률사무소]
“변호사라는 직업이 저에게 스페셜리스트라는 그런 지위를 부여해줬다면 작가라는 직업은 저를 제너럴리스트로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대중들이 좋아할만한 법률적인 글이 뭐가 있을까‘를 생각하게 되면 결국에는 제가 평소에 사건으로 접하지 않았던 되게 다양한 여러 가지 주제들을 생각할 수밖에 없어요. 그런 주제들을 생각하고 연구하고 그걸 또 글로 표현하게 되면 ‘아, 내가 스페셜리스트를 넘어서서 제너럴리스트까지도 두루두루 경험하고 있구나’ 그런 생각을 하게 되면...”

법률방송 김해인입니다.

 

김해인 기자 haein-kim@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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