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신탁, 반드시 법으로 보호해야 할까요?
명의신탁, 반드시 법으로 보호해야 할까요?
  • 최자유 서울지방변호사회 변호사
  • 승인 2021.10.15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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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法)이다] 'MZ 세대'는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를 아우르는 청년층을 의미합니다. 이들은 디지털 환경에 친숙하고 변화에 유연하며 새롭고 이색적인 것을 추구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제법(法)이다'는 이런 MZ세대 청년변호사들의 시각으로 바라 본 법과 세상, 인생 이야기입니다. /편집자 주

 

최자유 서울지방변호사회 변호사
최자유 서울지방변호사회 변호사

수험생이던 시절, 머리를 지끈지끈하게 했던 내용을 꼽아보자면 단연 '부동산 명의신탁'이 있을 것 같습니다. 그 외에는 민사소송법의 '다수당사자 소송관계'나 형사소송법의 '전문법칙' 같은게 있었습니다. 원고와 피고 외의 보조참가인이나 독립당사자 등 다수당사자가 참여하는 소송은 분명히 있을 수 밖에 없으니 어렵지만 공부해야 할 것 같고, 법정이 아닌 곳에서 누군가가 한 말을 판사가 그대로 인정할 수는 없으니 전문법칙의 법리도 공부해야 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며 이해는 안되지만 머리를 싸매고 이해해보려 노력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유독 명의신탁은 왜 이런게 있는지 이해가 가질 않았습니다. 나아가 왜 명의신탁을 법으로 보호하고자 하는지 납득이 가지를 않았습니다. 자기 명의의 토지는 자기 명의로 등기를 하면 그뿐이지, 왜 남의 명의로 등기를 하는지, 그리고 그렇게 등기한 것을 법은 보호해주는지... 의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습니다.(제가 로스쿨 1학년 때는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에서도 신탁 부동산을 임의처분한 수탁자를 횡령죄로 처벌하는 것이 판례의 태도였습니다.)

명의신탁은 일제 강점기 당시의 조선부동산등기령에 따르면 토지를 등기할 때 종중 명의로 등기할 수 없어서 종중원 명의로 등기하였던 것에서 비롯된 것이며 1912년 10월에 조선고등법원에서 최초로 명의신탁에 대한 판결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종중 명의의 토지를 지키기 위하여 순수한 의도에서 시작하여 관습법으로 인정받은 명의신탁은 오늘날에 이르러 탈법적인 목적으로 이용이 되기에 이르렀습니다.  

올해 초의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태로 명의신탁은 다시 화두에 올랐습니다. 부정한 방식으로 취득한 토지를 자기 명의로 가지고 있으면 금방 들킬 것이기 때문에 남의 명의로 돌려놓는데 명의신탁이 이용된 것입니다. 물론 명의신탁이 필요했던 경우도 있습니다. 가령 의용민법상 종중(권리능력 없는 사단인 경우)이 자신의 명의로 부동산을 등기할 수 없었으므로 종중이 소유한 부동산을 종손 등의 종중원의 명의로 등기하는 경우 등이 그렇습니다. 

그런데 조선부동산등기령이 개정되어 1930년부터는 “종중·문중 기타 법인에 속하지 아니하는 사단 또는 재단으로 조선총독이 정하는 것에 속하는 부동산의 등기에 대하여는 그 사단 또는 재단을 등기권리자 또는 등기의무자로 본다.”(제2조의4)라 하여 종중이 부동산을 자신의 명의로 등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오늘날까지도 권리능력 없는 사단이 자신의 명의로 부동산 등기를 하는 데에 문제는 없기 때문에 1910년대에 종중 등이 이미 종중원의 명의로 등기를 마친 경우를 제외하고 이제는 명의신탁이 꼭 필요한 경우가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여하튼 명의신탁을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부동산실명법 제8조를 보면 종중·배우자·종교단체 등 예외적으로 명의신탁이 가능하다고 보는 경우에도 조세포탈·강제집행면탈·법령상 제한의 회피를 목적으로 하는 경우에는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니 이러한 형태의 명의신탁에서도 부정한 목적이 개입할 수 있음을 입법자는 충분히 예측한 것 같습니다.

이제는 양자 간 명의신탁에서도 명의수탁자가 신탁받은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여도 명의신탁자에 대하여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간의 관계는 형법상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관계가 아니기 때문이라는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에서 적용된 법리(대법원 2016.5.19. 선고 2014도6992 판결)가 양자 간 명의신탁에서도 적용되었기 때문입니다.(대법원 2021.4.1. 선고 2017도3997 판결) 그런데 수탁자가 임의로 부동산을 처분할 때 형사적으로 횡령죄는 성립하지 않지만 민사적으로는 신탁자의 소유권에 대한 침해가 되기 때문에 신탁자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됩니다.(대법원 2021.6.3. 선고 2016다34007 판결)

명의신탁 약정은 무효이고 이에 기하여 부동산의 물권이 변동되어도 이는 모두 무효인데 이는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합니다.(부동산실명법 제4조) 그러므로 명의신탁 약정에 기하여 신탁자에게서 수탁자에게로 부동산 등기가 이전되어도 부동산 소유권은 등기 여부와 무관하게 신탁자에게 그대로 남아 있고 명의신탁자는 부동산의 소유자로서 민법 제214조에 의하여 소유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권을 행사하여 명의수탁자 명의의 등기를 말소할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명의수탁자가 제3자에게 부동산을 처분한 경우에는 더 이상 명의신탁자가 부동산을 회복할 수 없기 때문에 이는 명의신탁자의 소유권을 침해하는 위법한 행위라는 것이 불법행위 책임을 인정하는 근거입니다. 

형사책임은 사회의 법질서를 위반한 자에 대하여 책임을 묻는 것으로 행위자에 대한 공적인 제재를 그 목적으로 하지만 민사책임은 타인의 법익을 침해한 데 대하여 행위자의 개인적 책임을 묻는 것으로 피해자에게 발생한 손해를 전보하는 것이 그 목적이기에 형사책임과 민사책임을 지도하는 원리는 다릅니다. 그리고 그 입증책임의 강도도 다릅니다. 그렇기에 형사상 범죄가 되지 않더라도 민사상 불법행위가 될 수는 있습니다. 판례는 신탁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한 수탁자에게 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 없으나 민사상 책임을 물을 수는 있다고 합니다.

판례의 논리에 따르면 신탁자에게 ‘반환청구권’이 있기에 수탁자가 신탁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는 경우 불법행위가 성립하게 됩니다. 명의신탁에 의하여 이전된 부동산 물권을 ‘불법의 원인에 의한 급여’로 보면 명의신탁자에 대한 법의 보호를 완전히 거부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불법의 원인에 기한 급여는 민법 제746조에 의하여 반환청구를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대법원 2019. 6. 20. 선고 2013다218156 판결의 반대의견(4인)은 부동산 거래의 정상화와 부동산실명제의 정착을 바라는 시대 상황의 변화, 투명한 재산거래의 중요성과 부동산등기제도를 악용하는 반사회적 행위인 명의신탁을 방지할 필요성에 대하여 현재 형성되어 있는 사회 일반인의 인식 등에 비추어 보면, 이제는 무효인 명의신탁 약정에 따라 명의수탁자에게 마친 등기가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기에 충분한 법적 근거가 있다는 이유로 명의신탁 약정에 기하여 명의신탁자에게서 명의수탁자로 이동된 물권의 변동은 불법원인에 기한 급여라고 하기도 하였습니다. 불법원인급여로 보아 신탁자의 반환청구를 부정하게 된다면 아마 대부분의 명의신탁은 사라지지 않을까 생각이 됩니다.

최근 법원은 양자 간 명의신탁을 마지막으로 모든 유형의 금지되는 부동산 명의신탁에 있어서 형사적인 수단으로 보호할 것을 거부하였습니다. 일반적으로 형사소송에서 피고인에게 유죄가 인정되고 이를 근거로 하여 피해자가 원고로서 피고인을 피고로 민사소송을 제기하면 피고에게는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됩니다. 양자 간 명의신탁에 있어서 이전까지는 수탁자에게 횡령죄가 인정이 되기 때문에 민사상으로도 불법행위가 인정이 되었다면, 이제는 수탁자에게는 횡령죄가 인정되지 않지만 민사책임의 지도원리는 다르기 때문에 신탁자의 소유권을 침해한 불법행위는 인정이 되는 것이 됩니다. 즉 수탁자는 여전히 민사적인 수단으로는 보호를 받게 되는 것입니다.

다만 헌법재판소에서 이미 명의신탁에 대한 제재로서 부동산 가액의 30%를 조세포탈 목적인지 여부 등을 고려하지 아니하고 일률적으로 과징금으로 부과하는 舊 부동산실명법이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함을 선언(헌재 2001.5.31. 선고 99헌가18 결정)한 상황에서 부동산의 소유권 자체를 수익자에게 귀속되도록 것은 헌법상 비례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볼 여지도 있습니다. 부동산 가액의 30%의 이익을 박탈하는 것이 헌법에 위반되므로 불법원인급여로 인정하여 반환청구권 자체를 부정함으로써 부동산 전체를 박탈하는 것은 위헌성이 더욱 강하다고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시대상황을 반영하는 것입니다. 간통죄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헌재 2015.3.10. 선고 2015헌바67 결정)에서도 헌법재판소는 “사회 구조의 변화, 결혼과 성에 관한 국민의 의식 변화, 그리고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다 중요시하는 인식의 확산에 따라, 배우자 있는 사람이 배우자 아닌 사람과 성관계를 하였다고 하여 이를 국가가 형벌로 다스리는 것이 적정한지에 대해서는 이제 더 이상 국민의 인식이 일치한다고 보기 어렵게 되었다”고 함으로써, 이전의 간통죄에 대한 4차례의 합헌판결(89헌마82, 90헌가70, 2000헌바60, 2008헌가7 등)의 내용을 변경하였습니다. 즉 헌법재판소는 사회 구조와 국민의 인식 변화에 따라 이전 결정을 변경할 필요가 있음을 밝힌 바 있는 것입니다.

부동산실명법상 과징금 부과와 관련된 내용은 당시의 사회상을 반영한 2001년의 결정 내용입니다. 이미 20년에 가까운 세월이 흘러 명의신탁 약정에 대한 사회의 인식 등이 상당히 변화한 것을 고려할 때에 명의신탁 약정에 대하여 반사회적인 불법원인급여로 보아 신탁자의 반환청구권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해당 결정의 취지에 반한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특히 2021년 3월 적발된 LH(한국토지주택공사) 임직원의 투기 사건 등이 상당수 차명거래의 형태로 이루어졌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명의신탁에 대한 국민 일반의 인식은 20년 전과는 완전히 상이할 것입니다.

지난 3월, 명의신탁에 기하여 부동산 등기가 이전된 것을 불법의 원인에 기한 급여로 보아 반환청구를 부정하는 법률안이 발의되기도 하였습니다.(의안번호 8816) 부동산에 대한 명의신탁 약정과 이에 기한 물권의 변동을 모두 무효로 하고, 신탁자가 이를 회복할 수 없도록 함으로써 사실상 탈법의 목적 외에는 그 존재의의를 상실한 부동산 명의신탁에 대한 모든 형태의 법적 거부를 보호한다면 LH 사태와 같은 불공정한 사건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데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부동산실명법의 취지인 ‘부동산등기제도를 악용한 투기·탈세·탈법행위 등 반사회적 행위를 방지’하고 ‘부동산 거래의 안정화와 부동산 가격의 안정을 도모’하여 공정한 사회를 만들어 가는데에 있어 명의신탁은 반드시 퇴출되어야 할 구시대의 유물이라 생각합니다.

최자유 서울지방변호사회 변호사 webmaster@lt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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