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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방송뉴스] 경찰이 음주운전 의심 차량의 소유주 집에 직접 방문해 현행범으로 체포한 사건에 대해 1심과 2심 법원 모두 '위법 수사'라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오늘(21일) 법조계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해 1월 30일 오후 10시 40분쯤 경기 성남시 중원구 한 도로에서 "음주운전이 의심된다"는 신고를 받고 15분 만에 음주운전 의심 차량이 주차된 곳에 도착했습니다. 하지만 경찰이 도착했을 때 신고자만 있을 뿐 운전자는 없었습니다.

신고자는 경찰에게 "얼굴이 빨갛고 걸음걸이가 술을 많이 마신 것처럼 보이는 남성이 운전하는 모습을 보고 112에 신고한 뒤 차량 추격을 했다"며 "해당 차량은 진행 신호에도 출발하지 않는 등 비정상적인 운행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운전자가 차에서 내리는 것은 보지 못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운전자를 찾지 못한 경찰은 차적 조회를 통해 차량 소유자 A씨의 주소를 확인하고, 같은 날 오후 11시 10분쯤 A씨 집으로 직접 찾아갔습니다. 경찰이 오자 A씨는 "영장을 보여달라"며 "집에서 나가달라"고 말했고, 경찰은 "음주운전 현행범으로 체포할 경우 영장 없이 압수 및 수색을 할 수 있다"며 음주 측정을 요구했습니다.

40여분간의 실랑이 끝에 오후 11시 52분쯤 A씨는 음주 측정에 응했고, 그 결과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31%로 나타났습니다. 이에 경찰은 A씨를 음주운전 현행범으로 체포하고 별도의 영장 없이 차량 블랙박스 저장장치를 압수했습니다.

해당 사건에 대해 1·2심 법원은 모두 경찰 수사의 위법성을 지적하며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1심은 "경찰은 운전자의 외관과 운전행태 등을 보지 못했고, 신고자는 운전자의 인상착의만 진술했을 뿐 신고 대상 운전자가 피고인이라고 지목한 바 없다"며 "그런데도 경찰은 혐의 차량의 소유자로 등록된 피고인이 인근에 주소를 두고 있다는 사정을 근거로 피고인이 운전자라고 추단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이런 점을 고려하면, 경찰이 피고인의 허락 없이 피고인 집 안에 들어갈 당시에는 방금 음주운전을 한 범인이라는 점에 관한 죄증이 명백했다고 볼 수 없다"며 "그러므로 경찰이 영장 없이 피고인 집에 들어간 행위는 형사소송법상 현행범 또는 준현행범 체포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위법하다"고 위법 수사를 지적했습니다.

또 "음주 측정 요구 및 블랙박스 압수 역시 위법한 강제처분에 연이은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덧붙였습니다. 

항소심인 수원지법 형사항소1-2부(권기만 부장판사)는 최근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며 검찰의 항소를 기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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