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속의 산하Law] 화제의 영화, 드라마, 대중음악 등과 관련해 독자들이 궁금해할 만한 법적 쟁점을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들이 칼럼으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합니다. /편집자 주

 

김인석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
김인석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

[법률방송뉴스] 오월동주. 오나라 사람과 월나라 사람이 같은 배를 탔다는 뜻으로, 적대관계에 있는 사람도 어려운 상황에서는 단결하여 서로 돕고 뭉칠 수 있는 경우를 비유한 말입니다.

영화 모가디슈는 아직 냉전의 종식을 말하기 어려웠던 1990년대 초 내전을 피해 남북의 대사관이 협력하여 소말리아를 탈출했던 실화를 그리고 있는 작품인데요, 최근에 개봉하여 배우들의 열연과 실감나는 재현 등이 호평을 받으며 코로나 시국 속에서도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고, 이와 함께 남북이 대결 구도 속에서도 동포애로 힘을 합쳤던 소말리아 내전 당시의 실화도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어려움의 극복이나 목적의 달성을 위해서는 적대관계에 있는 사람과도 힘을 합치는 것이 당연한 선택이겠지만, 정비사업에서는 종종 이와 다른 풍경을 목도하게 됩니다.

특히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28조에 따라 사업대행자 방식으로 이뤄지는 정비사업에서는 조합 등 사업을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시행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별도의 대행자가 자기의 이름 및 사업시행자의 계산으로 사업을 대행하게 되면서 여러 갈등 국면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사업대행자 방식으로 이뤄지는 정비사업에서 사업시행자와 사업대행자 사이의 갈등이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사업을 이끌어갈 복수의 주체가 존재함에도 양자의 이해가 나뉘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가령, 사업시행자인 조합과 사업에 토지와 건물을 출자한 조합원은 신축주택의 특화를 위한 절차 진행을 원하나, 사업대행자는 사업의 속도를 강조하며 조합원들의 요구를 외면하기도 합니다.

또한 사업의 진행을 위해서는 조합원들이 총회의 의결로써 사업에 동의하는 절차가 필요한데, 대행자의 사업 구상이 총회 단계에서 거부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때로는 대행자가 성실히 업무를 수행하지 아니하여 시행자인 조합이 스스로 사업의 진행을 챙기는 경우도 발생합니다.

사업대행자 방식으로 진행되는 정비사업에서 시행자와 대행자의 갈등 국면이 장기화되는 경우에는 사업대행을 종료하는 것이 오히려 정비사업의 진행에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시행령 제23조는 사업대행의 원인이 된 사유가 없어진 경우 등에는 시장·군수 등이 사업대행의 완료를 고시할 수 있음을 정하고도 있는데, 다만 위 규정이 사업대행의 종료를 위한 요건이나 절차를 구체적으로 규정해 놓지는 않아, 행정관청에서는 선례를 찾기 어렵다는 이유 등을 들어 조합원들의 사업대행 종료 요구를 거절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정비사업은 본래 다수의 조합원이 존재하다 보니 갈등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기에다 사업시행자와 사업대행자까지 갈등을 벌이면 사업의 진행은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오월동주는커녕 동상이몽으로 사업이 표류하는 경우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업대행의 개시와 종료가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결정되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이를 위해서는 사업대행의 개시와 종료와 관련한 규정의 보완도 필요해 보입니다.

저작권자 © 법률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