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 의심되나 공소장 변경 없이 유죄 인정시 피고인 방어권에 불이익"

'내부 정보 활용 투기' 혐의 LH 직원 검찰 송치. /법률방송 그래픽=김현진
'내부정보 활용 투기' 혐의 LH 직원 검찰 송치. /법률방송 그래픽=김현진

[법률방송뉴스] 미공개 개발정보를 이용해 땅 투기를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에게 무죄가 선고됐습니다. 땅 투기는 의심되지만, 불법적인 '내부정보'인지 특정되지 않았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입니다.

수원지법 안산지원 제2형사부(남천규 부장판사)는 9일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부패방지권익위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LH 직원 A씨와 지인 2명 등 3명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A씨가 취득한 '내부정보'가 어떤 취지로 작성됐고 무슨 내용이 담겼는지가 특정되지 않아, 땅 투기에 활용된 내부정보인지 특정할 수 없다는 취지로 설명했습니다.

재판부는 일단 "피고인들이 부동산을 취득한 시점 등을 보면 투기 범행에 대한 강한 의심이 드는 것은 사실이나 검사가 '내부정보'에 대한 공소장 변경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유죄로 판단하는 것은 피고인들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인 불이익을 주는 것"이라고 선고 이유를 밝혔습니다.

이어 "검사는 피고인들이 기밀에 해당하는 내부정보를 활용해 투기했다고 주장하면서도, 그 내부정보에 어떤 내용이 담겨 있었고, 어떤 취지로 작성됐는지 등에 대해선 관계자를 조사하지 않았다"고 덧붙였습니다. 

재판부는 "부패방지권익위법의 취지는 공직자가 기밀의 성질이 있는 내부정보를 활용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을 때 처벌한다"고 전제했습니다. 그러면서 "하지만 이번 사건 공소사실에서 특정한 '내부정보'는 LH가 직접 사업을 시행한다는 내용이 담기지 않았다"며 "A씨가 해당 정보를 취득·이용해 지인과 투기를 공모했다는 것은 합리적 의심 없이 범죄가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A씨는 LH 광명·시흥 사업본부에서 도시개발 관련 업무를 하던 2017년 3월 업무상 알게 된 '비밀정보'로 지인 등 2명과 함께 경기도 광명시 노온사동 일대 4개 필지 1만7000여㎡를 25억원에 매입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이들이 사들인 땅은 2010년 보금자리주택 지구로 지정됐다가 2015년 지구 지정이 풀린 뒤 특별관리지역으로 관리됐습니다. 이후 올해 2월 3기 신도시 개발 예정지로 선정됐습니다.

이들이 산 땅은 신도시로 지정된 이후부터 가격이 올라 올 4월 기준 약 102억원으로, 3배 이상 폭등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검찰은 A씨가 2017년 1월부터 2월 말까지 노온사동 일원 취락정비 구역과 유보지 통합개발 계획 수립 과정에서 '광명시흥 계획적 관리를 위한 운영방안' 등 3가지 문서 작성에 관여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A씨가 킥오프 회의에 참석한 사실을 근거로 기밀에 해당하는 내부정보를 취득했다고 봤습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3가지 문서와 킥오프 회의에 참여했다는 것만으로 'LH가 직접 개발사업을 시행한다'는 내용을 예측할 근거가 없기 때문에, 땅 투기에 활용한 불법적인 '내부정보'로 확정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이와 관련, 부패방지권익위법에 따르면 공직자가 업무처리 중 알게 된 비밀을 이용해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사실이 밝혀지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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