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방송
법률방송

[법률방송뉴스] 일본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박근혜 정부 당시 ‘강제징용 손해배상 재판 지연 및 거래’ 의혹 관련 국가에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송이 시작됐습니다.  "공정하고 신속한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받아 손해가 발생했다"는 게 피해자들의 주장입니다. 

오늘(17일) 강제징용 피해자 이춘식(97)씨와 고 김규수(2018년 사망)씨의 배우자 최모씨가 대한민국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1차 변론기일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3부(부장판사 홍진표) 심리로 열렸습니다. 

피해자 측은 "합리적 이유없이 5년 이상 재상고심 재판을 지연시켜 원고와 망인들의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하고 당시 재판받은 사람들 중 일부가 사망해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발생했다"며 "기본권을 지키고 수호해야 할 사법부의 일원이 한 당사자의 이익 혹은 국가의 이익을 위해 재판의 공정성 등 헌법에서 정한 기본권을 침해했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는 ‘재판지연 의혹’을 비롯한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 등으로 기소된 양승태(73·사법연수원 2기) 전 대법원장과 임종헌(62·17기)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관련 형사재판이 수년째 진행 중이어서 이들의 국가 손해배상 소송도 빠르게 진행되지 못하고 있어 이같은 주장을 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피해자 측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특별조사단과 양 전 대법원장, 임 전 차장의 공소장 기재 내용 등을 근거로 법관들이 청와대·외교부 고위 공무원, 김앤장 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들과 긴밀히 접촉하며 자신들이 공정하고 신속하게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했다고 보고 있는 겁니다. 

앞서 이씨 등 4명은 지난 2005년 2월 일제 강제징용 피해 관련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습니다. 당시 1·2심에선 패소했지만, 2012년 대법원이 원고 승소 취지로 원심을 파기했습니다. 

이후 파기환송심에서 "일본제철이 1인당 1억원씩 배상하라"고 판결했으나 재상고심 처리기간이 5년 2개월이 걸리면서 원고 4명 중 3명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결국 2018년 10월 원고 승소로 최종 확정됐지만, 이후 수사과정에서 재판지연이 당시 박근혜 정부와 양승태 사법부 간 재판거래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다만 피해자 측은 양 전 대법원장과 임 전 차장에 대한 형사재판 판결이 나올 때까지 재판을 미뤄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이에 대해 국가 측은 "주장만 있고 뚜렷한 증거가 없는 상태"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재판을 추후지정 상태로 놔두기도 좋지 않을 것 같은데 판결을 내려주시거나 입증할 자료가 있을 때 다시 소를 제기하는 방식이 어떨까 싶다"고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피해자들의 주장은 주장일 뿐이니 소를 취하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취지로 해석되는 부분입니다. 

다시 피해자 측 대리인은 이를 두고  "사법부 내부 진상조사 보고서와 검찰의 공소장 등 국가기관의 자료가 이미 있는 상황"이라며 "증거가 아예없는 일방적 주장이 아닌데다 민사사건에서 관련 형사사건 결과를 보는 것은 통상적인 일"이라고 반박했습니다. 

관련해서 민법 제766조는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의 청구권의 소멸시효를 피해자가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불법행위가 발생한 날로부터 10년이 경과하면 시효로 소멸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재판부는 추후지정 상태로 두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내년 5월 18일을 2차 기일로 잡고, 양 전 대법원장의 형사재판 진행 정도를 확인해 재판 진행방향을 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저작권자 © 법률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