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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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방송뉴스] 지난달 15일 경찰이 층간소음 흉기난동 사건에서 현장을 이탈해 국민의 공분을 산 가운데  ‘경찰관 직무집행법’ 개정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강력범죄 사건에서 경찰의 부실 대응이 논란이 되자 경찰청은 경찰관 직무집행법 개정안을 12월 임시국회에서 통과시키겠다고 밝혔습니다. 해당 개정안은 경찰관이 직무를 수행하다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는 경우에 발생한 피해에 대해 형사책임을 감경·면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 “정당행위로 처벌 안 해” vs “과도한 공권력 제한”

관련해서 오늘(16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경찰 형사책임감면 조항 신설 문제점과 대안’ 긴급 좌담회에서 시민사회단체와 경찰 간 팽팽한 의견대립이 이어졌습니다.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실행위원인 양홍석 변호사는 형법 제20조(정당행위)를 근거로 경찰관 직무집행법 개정안에 대한 반대 입장을 피력했습니다. 

“경찰관이 정당한 공무집행 과정에서 타인에게 피해를 주고 그것이 처벌 규정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정당행위에 따라 벌하지 않는다”는 것이 양 변호사의 반대 이유입니다.

양 변호사는 “실제 경찰관이 정당한 공무집행으로 형사처벌 된 사례는 극히 드물다”며 “형사처벌 하게되는 경우라도 정상을 참작해 상당히 가볍게 처벌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규정을 도입한다고 해도 어차피 ‘긴박한 상황’, ‘예방’, ‘진압’, ‘불가피’ 등은 현장에서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참여연대 통계에 따르면 2012∼2019년 처리된 공무원 독직폭행 사건 7254건 중 기소는 16건에 그칩니다. 기소된 경우에도 선고유예로 형사책임을 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반면 전국경찰공무원직장협의회 전국대표인 민관기 청주 흥덕경찰서 경위는 실제 현장의 사례를 들어 찬성 입장을 밝히며 개정안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민 경위에 따르면 경찰에 접수되는 사건은 하루에 5만원인데 그 중 90%가 주취상태 신고입니다. “주취자가 시비를 걸거나 음주소란을 피웠을 때 과연 공권력을 작동할 것인지 치안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지 경계선을 넘나든다”는 것이 민 경위가 밝힌 법 개정안 필요 이유입니다.

민 경위는 “도로에 위험한 주취자가 있어 순찰차에 태워 지구대로 데려오면 다음 날 국가인권위원회에 ‘불법 감금을 당했다’는 진정을 낸다”며 “그럼 경찰관은 그냥 돌아와야 하는가”라고 토로했습니다.

또 “경찰직장협의회의 자체 설문조사 결과 (층간소음 흉기난동 사건)재발 방지 대책으로 첫 번째가 총기와 경찰장구 사용에 대한 제도 마련, 두 번째가 경찰인원 증원과 공권력 강화였다”며 “법률적·제도적 보완 없이 과도한 공권력 제한으로 경찰관이 치안현장에서 온몸으로 범죄행위를 막고 있다”고 부연했습니다.

민 경위는 이어 “면책조항 신설로 경찰관의 형사소송 스트레스를 해소해 현장 치안력을 높일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 “경찰권 오남용 될 수도” vs “현행법에 사각지대 존재”

해당 개정안에 대한 법조계를 비롯한 각계 전문가들의 입장은 어떨까.

노영희 법무법인 강남 변호사는 <법률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법 개정에 보다 신중해야 될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습니다.

“현행법 하에서도 당연히 인정되는 것인데 굳이 명문화시켜줘야 경찰이 적극적으로 일을 할 수 있다며 법 개정을 주장하는 게 우려스럽다”며 “현재 수사권을 비롯한 경찰권이 강화되어 있는 상황에서 심각한 오남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게 노 변호사의 지적입니다. 

이어 “경찰은 남용 되지 않게 노력하겠다고 하지만 실제 구체적 방안이나 해법을 내놓지는 못하고 있는 형편”이라고 꼬집었습니다.

반면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법률방송> 취재진에게 “현장에서 범죄현장은 다급하고 위험한 상황일 텐데 그런 상황에서 현장에서 판단하고 결정하는 것과, 나중에 그런 일이 모두 끝나고 나서 이야기하는 것과는 긴장감이 다르다”며 찬성 입장을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곽 교수는 “재산상 손괴가 있을 경우 경찰에게 비용을 물으라고 하면 경찰관이 소신 있게 적극적으로 현장상황에 맞게 대응하기 어렵고 대응 자체가 위축되고 소극적으로 행동하게 되지 않을까 우려가 된다”고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이미 형법에서 정당행위에 대한 규정이 있다는 반대 측 입장에 대해서는 “현장을 모르고 하는 이야기다. 그것(정당행위)으로 충분히 다 포함할 수 없는 빈틈, 허점, 사각지대가 많기 때문에 이런 규정을 개정해서 경찰들이 주어진 일을 소신껏 할 수 있게 해야한다”고 반박했습니다.

곽 교수는 “결국 그것(법 개정)은 모두 국민들이 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이고, 결국 안전이라는 큰 대의명분을 달성할 수 있는 일”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오윤성 순천향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 역시 <법률방송>과의 통화에서 관련법 개정안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층간소음 관련 범죄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데 앞으로 비슷한 사건이 발생되면 경찰을 비난할 게 아니라 법을 만들지 않는 반대자들을 비난해야 한다”는 게 오 교수가 밝힌 찬성 이유입니다.

이어 “지금 경찰한테 ‘왜 적극적으로 대처를 하지 않느냐’라고 얘기하는데 적극적으로 대처해서 그 사람이 형사 또는 민사적으로 소송을 당한다고 한다면 소극적으로 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오 교수는 지난 2010년 70분 동안 흉기를 들고 난동을 부리던 피의자를 향해 경찰관이 테이저건을 쏜 사례를 예시로 들었습니다. 당시 피의자는 넘어지며 자신이 들고있던 칼에 찔려 사망한 사건입니다. 

오 교수는 “경찰이 70분 기다리다가 테이저건을 사용한 것을 불법이라고 얘기하면 경찰관을 테이저건을 쏨으로써 직업이 날아가는 것”이라며 “결국은 법을 집행하는 집행기관이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해 법 집행을 제대로 안 할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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