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방송뉴스] 지난 2020년 11월, 초·중등교사 임용시험을 코앞에 두고 노량진 학원가 역시 코로나 집단감염을 피하지 못했었죠.  

시험은 예정된 날짜에 치러졌지만, 코로나에 감염된 수험생들은 확진자라는 이유로 시험장 근처에 가지도 못한 채 그대로 응시를 포기해야만 했습니다.

이에 응시 기회를 잃은 수험생들이 국가를 상대로 “1년의 수험생활을 배상하라”며 집단 소송을 냈는데, 법원이 수험생들의 손을 들어줬다고 합니다. 

자세한 내용 김해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해 초 법률방송이 단독 입수한 손해배상 집단 소송 소장입니다. 

피고는 대한민국으로, 소송을 낸 건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아 지난 2020년 11월 21일 치러진 2021학년도 임용고시에 응시하지 못한 수험생 44명입니다.

이들 44명은 중등교사 1차 임용고시를 일주일 앞두고 노량진의 한 임용고시 학원에서 코로나 집단감염이 터지면서 확진 판정을 받아 응시 기회를 박탈당했습니다. 

당시 확진 판정으로 시험을 보지 못했던 수험생 김씨는 취재진과 직접 만나 “수년간 시험 준비에만 매달려온 사람들도 있는데 속절없이 응시 기회를 허무하게 날려야 했다“고 호소한 바 있습니다. 

[김우림(가명) / 임용고시 응시제한 피해자 모임 대표]
“제가 알기론 가장 많이 하신 분은 5번 준비하신 분도 계세요. 그리고 점점 길어지다 보니까 일과 병행하면서 잠 줄여가면서 이렇게 하고 계신 분도 있고, 정말 ‘마지막이다’ 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그런 분들은...”

이에 김씨를 주축으로 수험생들은 ‘임용고시 응시제한 피해자 모임’을 만들고 집단행동에 나섰습니다. 

국가를 상대로 피해자 1인당 15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손해배상 소송을 낸 겁니다. 

이들은 또다시 1년간 수험생활을 다시 해야 하는 것에 따른 정신적인 위자료와 수강료, 생활비 등을 보상받고자 하는 것도 있었지만, 소송을 제기한 가장 큰 이유는 따로 있었습니다. 

바로 ‘형평성’ 문제 때문입니다. 

[김우림(가명) / 임용고시 응시제한 피해자 모임 대표]
“대학수학능력시험이랑 초중등 임용시험을 교육부 평가원에서 다 주최를 하는데, 수능은 확진자에 대한 대비가 있었고 확진자도 시험에 응시할 수 있게 해주는 반면에 중등 임용고시는 그렇게 해주지 않아서 같은 기관에서 주최하는 시험인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수능과 차별을 두었기 때문에...”

나아가 지난해 1월 초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변호사시험이나 의사 국가고시는 코로나 확진자도 시험을 볼 수 있게 허용하면서 임용고시 제한 피해자들의 공분은 더욱 커졌습니다. 

당시 헌재는 “확진자의 변호사시험 응시를 막은 법무부 공고는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한다”며 응시 제한 효력을 정지시켰습니다.

[김우림(가명) / 임용고시 응시제한 피해자 모임 대표]
“저희가 격리가 해제 되고 준비를 하려는 순간에 변호사 시험의 가처분 신청이 인용돼서 변호사 시험 이틀 전에 변호사 시험도 확진자가 볼 수 있게 이렇게 발표가 났었어요. 그래서 그 부분에서 한 번 더 어떤 시험은 되고 어떤 시험은 확진자가 시험을 볼 수 없고 이런 부분에 확실히 이건 형평성에 너무 어긋난다...”

이런 지적을 의식해서 인지, 헌재 결정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교육부는 기존 입장을 바꾸고 임용 2차 시험에서 확진자들의 응시를 허용하기로 하면서 1차시험 응시 제한자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습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
“최근 헌법재판소의 결정 취지를 존중해서 이번 임용시험부터는 코로나19 확진자도 차별 없이 응시할 수 있도록 배려했습니다.”

이에 피해 수험생들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산하 현지원 변호사는 이번 소송을 통해 형평성 문제, 즉 ‘평등권 침해’를 중점적으로 주장했다고 말했습니다. 

[현지원 변호사 / 법무법인 산하]
“저희가 이 부분은 헌법 제25조 공무담임권 그리고 제11조 평등권 등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를 한 것입니다. 수능은 교육부에서 미리 준비를 해서 코로나19가 확진된 수험생임에도 불구하고 시험을 치를 수 있게 하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등 임용고시는 확진자에 대한 수험 병동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법원은 이같은 주장을 받아들여 정부가 수험생들에게 각 1000만원씩 배상하라고 최근 판결했습니다. 

“국가가 기본권을 과도하게 제한해 정신적, 경제적 손실을 가했다“는 게 1심 재판부 판시입니다. 
 
즉, 격리된 장소에서 시험을 볼 수 있는 방안을 별도로 마련하지 않아 공직에 취임할 권리를 침해했다는 겁니다.

법원이 확진자 수험생의 응시 제한에 대한 국가 배상을 처음으로 인정하면서, 유사한 소송이 줄을 이을 것이라는 게 현 변호사의 전망입니다.

[현지원 변호사 / 법무법인 산하]
“저희 국가배상 청구 소송 자체가 코로나19 이후에 교육부 등 정부 지자체들에서 시험을 막았던 것 중에 최초로 발생을 했던 소송이기 때문에 이 소송이 이제 승소로, 저희 수험생 승소로 확정이 된다면 줄줄이 후속 소송이 이어질 가능성이...” 

관련해서 교육부 측은 이번 판결에 대해 법률방송과의 인터뷰에서 “2심에서 한 번 더 다퉈볼 것”이라며 항소 의사를 밝혔습니다. 

[교육부 관계자(음성변조)]
“국가배상법상 국가의 배상 책임이 생기는 게 위법성 여부뿐만 아니라, 법령 위반뿐만 아니라 공무원의 고의 과실 여부인데 고의과실 여부는 별도로 판단을 해야 된다고 저희들은 기존의 판례에서 알고 있습니다. 그렇게 따져봤을 때 저희 1차 (시험에서) 확진자 대상으로 (응시 제한은) 모든 국가 채용 시험에서는 다 동일하게 했고, 그렇게 따져 봤을 때는 일단 저희들은 이건 좀 과중한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평등권 침해냐, 적법한 직무집행이냐. 

일단 법원은 교육 당국의 조치가 위법하다고 결론을 내린 가운데, 2심에선 어떤 결과가 나올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법률방송 김해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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