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계 "의무사항 준수 불가" vs 법조계 "김용균법서 이미 규정"
노동 전문 변호사 "중대재해법서 규정하는 '적용범위' 개정해야"

▲신새아 앵커= 중대재해처벌법의 주요 내용과 산업안전보건법과의 차이점 살펴보고 왔습니다. 

전문가들 말에 의하면 보호대상이 다르다, 또 바꿔 말하면 산업재해에 대한 책임 주체를 사업주에서 경영책임자와 법인까지 확대했다는 점이라는 건데요. 

김 기자, 앞서 마지막 리포트에서 언급을 잠깐 했지만 경영계에선 혼란스럽다는 의견이 많이 나오고 있어요. 어떤 이유에서죠. 

▲김해인 기자= 일단 통계를 통해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지난해 12월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제조업 중대재해처벌법 준비 실태조사’ 결과를 내놓았는데요. 

322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일에 맞춰 의무사항 준수가 가능한지 여부를 질문한 결과, 절반 이상인 53.7%가 ‘불가능하다’고 응답했습니다.

그 이유를 묻자, 40.2%가 ‘의무 이해 어려움’을 토로했습니다. 다음으로는 ‘전담인력 부족’(35.0%), ‘준비기간 부족’(13.9%), ‘예산 부족’(11.0%)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즉, 일부 법 해석이 모호하다거나 어렵다는 겁니다. 나아가 소위 예산이 ‘빵빵’한 대기업들은 얼마든지 전담조직 등을 구성해 준비를 할 수 있지만, 규모가 작은 기업들은 그럴만한 여력이 없다는 하소연입니다.  

▲앵커= 시행일에 맞춰 법에 규정된 의무사항을 완벽히 준수할 수 없다는 말인 것 같아요. 뭐 기준이 애매하고 내용이 어렵다는 이유인 것 같은데, 이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어떤 이야기들이 나왔나요.

▲기자= 노동법 전문 변호사들을 직접 만나 얘기를 들어보고 왔는데요. 

이들은 이미 일명 ‘김용균법’이라 불리는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이행 기준이나 의무가 정해져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기업들의 어려움 호소는 다시 뒤집어 얘기하면 지금까지 해당 법에 명시돼 있는 안전의무 조치를 제대로 해오지 않았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밖에 안 된다는 지적입니다. 직접 들어보시죠. 

[권영국 변호사 / 해우법률사무소]
“대기업을 다니든 중소기업을 다니든 노동자가 안전하게 일을 할 수 있는 환경과 작업 조건을 만들어야 되는 것은 사업주의 당연한 의무입니다. 그런데 자꾸만 기업 규모에 따라서 이러한 안전 조치나 안전 의무를 취하기 어렵다고 얘기하는 것은 이걸 이제 반대로 돌려서 얘기하면, 그러면 규모가 작은 업체에서는 이런 안전이나 생명에 대한 기본적인 조건 의무를 다하지 않고 지금까지 기업 활동을 해왔다는 것인가에 대한 반문이 가능한 거거든요.”

나아가 기업들이 모호하다는 점을 앞세워 ‘죄형법정주의 위반이다’ ‘명확성 원칙 위반이다’라고 반발하는 것은 법률적인 개념으로도 맞지 않는 주장이라는 건데요. 이어서 들어보시죠. 

[박다혜 변호사 / 금속노조 법률원]
“모호하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죄형법정주의 위반이다, 명확성 원칙 위반이다” 이런 얘기를 하시는데 사실 저는 그것도 진지한 법률가의 평가인가 좀 의문이 듭니다. 가령 폭행이라는 단어를 볼 때 우리 흔히 생각하는 폭행은 누군가를 때린다거나 이런 것들은 물리력을 가하는 것만 한정해서 생각하지 않습니까. 근데 실제 이 폭행이라는 단어는 법적 개념으로 들어왔을 때 유형력의 행사이거든요. 그래서 굉장히 우리가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폭행의 개념보다 더 많은, 넓은 범위예요.”

▲앵커= 일단 법조계에선 안전한 근로환경을 만드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니 우왕좌왕할지라도 기업들은 지켜야 마땅하다 뭐 이런 취지로 들려요. 그럼에도 이 중대재해법, 구멍은 있다고 하던데 어떤 게 문제점으로 꼽혔나요. 

▲기자= 네. 개정의 필요성은 있다는 게 법조계 시각인데요. 그 가장 중요한 지점으로 ‘적용 범위’를 언급했습니다. 

일단 곧 시행될 중대재해법의 내용부터 잠시 설명드리면, 5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한정했습니다. 

50인 미만 사업장은 3년간 유예기간을 거쳐 2025년 시행되고, 5인 미만 사업장은 법 적용 대상에서 일단 제외됐는데요.

그런데 이 소규모 사업장들을 바로 적용하지 않거나 제외시키는 건 법의 실효성을 떨어뜨린다는 게 법조계 말입니다. 

중대재해의 대부분 발생 장소가 소규모 사업장이라는 이유에서인데요. 권영국 변호사의 말을 들어보시겠습니다. 

[권영국 변호사 / 해우법률사무소]
“이미 지난해 보면 중대 재해의 84%가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했다. 또 산재 사망 사고의 80%가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했다. 이렇게 되어 있는데 정작 중대재해처벌법에 들어가면 50인 미만 사업장은 3년으로 유예가 돼 있고 또 5인 미만 사업장은 아예 적용이 제외돼 있어요. 그럼 결과적으로 법의 실효성이 80%에 대해서는 전혀 발동이 되지 않는...”

권 변호사의 말은 실제 수치로도 확인이 되는데요.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산재 사고사망자(산재승인 기준 공식통계) 수는 828명이었습니다.

발생비율을 보면 건설현장 공사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이 71.5%, 제조업 등 상시근로자 수 50인 미만 사업장이 78.6%에 달했는데요.

한 마디로 대부분의 사망사고가 중대재해법 적용이 유예된 소규모 사업장에서 발생한 겁니다.

영세한 사업장일수록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고, 취약 노동자를 두텁게 보호해야지 법에서 배제하는 방식은 안 된다는 말들이 나오는데요. 

이러한 의견을 반영한건지, 고용부는 소규모 사업장의 안전관리 역량 향상을 위한 재정·기술지원을 대폭 확대할 계획입니다. 고용부의 브리핑 영상 함께 확인해보시죠. 

[권기섭 / 고용노동부 산업안전보건본부장]
“올해 산재 예방 지원사업 규모는 1조 1천억원입니다. 이를 통해 소규모 사업장의 안전관리 역량 향상을 위한 재정·기술지원을 대폭 확대하겠습니다. 추락·끼임 등 재래형 사고 예방에 효과성이 입증된 클린사업을 통해 사업장의 유해·위험요인을 제거해 나가겠습니다.”

▲앵커= 자, 그간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중대재해법이 곧 시행됩니다.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요. 

▲기자= 법조계에선 노사 간 끊임없는 ‘소통’이 필요함을 강조했고요. 

나아가 중대재해와 관련된 법들을 ‘처벌’이 아닌 ‘예방’의 용도로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박다혜 변호사 / 금속노조 법률원]
“저는 노동자들, 노동조합과 계속 소통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이 위험으로 인해서 내 생명을 잃을 수 있고 내 건강을 잃을 수 있기 때문에 가장 그것의 이해관계가 큰 사람들은 현장에 있는 노동자들입니다. 지금 당장은 중대재해로 발전하지는 않았지만 미리 그런 위험들을 제거할 수 있는 방식으로 안전 관리 체계를 만들어가는 그런 작업들이, 처벌이 문제가 아니라 사실 그걸 예방으로 활용할 수 있는...” 

▲앵커= 오는 27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계기로 노동 현장에서의 비극적인 소식이 줄어들길 바라봅니다. 이번 주 여기까지 듣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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