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속의 산하Law] 화제의 영화와 드라마 등 대중문화,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는 인물 및 사건 등과 관련한 법적 쟁점에 대해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들이 칼럼으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합니다. /편집자 주

 

정진욱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
정진욱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

필자는 주말에 휴식을 취하면서 웃음으로 잠시나마 속세를 잊기 위해 예능 프로그램을 즐겨 봅니다. 특히, SBS 예능 프로그램 <런닝맨>에서 전소민 배우는 특유의 발랄함과 통통튀는 매력으로 ‘러브개구리’라는 별명을 얻은 채 5년째 맹활약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렇게 <런닝맨>에서 발랄하고 사랑스러운 모습을 보이던 그녀가, 새로 연기변신을 하여 채널A 드라마 ‘쇼윈도: 여왕의 집’으로 시청자들에게 다가왔습니다. 전소민 배우는 극 중 윤미라 역을 통해 유부남인 이성재(신명섭 역)를 유혹하는 불륜녀 역할을 맡아 <런닝맨>에서와 달리 악녀 연기를 펼치며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이정재의 부인인 송윤아(한선주 역)를 손바닥에 놓고 마음껏 움직이고 있습니다.

직업병일지도 모르겠지만, 필자는 위 드라마를 보면서 2021년 9월에 변경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떠올려 여러분과 공유하고자 합니다.

대법원은 지난 2021년 9월 9일, 배우자 있는 사람과의 혼외 성관계 목적으로 다른 배우자가 부재 중인 주거에 출입하여 주거침입죄로 기소된 사건에서 ‘외부인이 주거 내에 현재하는 공동거주자의 현실적인 승낙을 받아 통상적인 출입방법에 따라 공동주거에 들어갔다면, 그것이 부재 중인 다른 거주자(배우자)의 추정적 의사에 반한다고 하더라도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라고 보았습니다(대법원 2021. 9. 9. 선고 2020도1263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대법원은 1984년에 ‘형법상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은 주거권이라는 법적 개념이 아니고 사적 생활관계에 있어서의 사실상 주거의 자유와 평온으로서 그 주거에서 공동생활을 하고 있는 전원이 평온을 누릴 권리가 있다 할 것이나, 복수의 주거권자가 있는 경우 한 사람의 승낙이 다른 거주자의 의사에 직접·간접으로 반하는 경우에는 그에 의한 주거에의 출입은 그 의사에 반한 사람의 주거의 평온, 즉 주거의 지배·관리의 평온을 해치는 결과가 되므로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라고 판시하였었는데, 이러한 입장을 무려 40년 만에 변경한 것입니다(대법원 1984. 6. 26. 선고 83도685 판결).

대법원이 입장을 변경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이와 같은 대법원 판례 변경에는 ① 공동주거의 경우 주거에서 누리는 ‘사실상 주거의 평온’이라는 법익은 일정부분 제약이 될 수 밖에 없는 점을 서로 용인한다고 보아야 하는 점 ② 설령 부재하는 다른 거주자의 의사에 반한 주거침입이라고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다른 거주자의 ‘평온의 침해’가 있었다고 볼 수 있는지는 다른 거주자에 의해 주관화·관념화되는바, 부재중인 거주자의 추정적 의사에 따라 주거침입죄의 성립이 달라져 가벌성의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지는 점 ③ 강제적인 침입이 아니라 ‘통상적인 침입’이라면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이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을 근거로 제시하였습니다.

나아가 대법원은 같은 날 가정불화로 처와 일시 별거 중인 남편이 그의 부모와 함께 주거지에 들어가려고 하는데 처로부터 집을 돌보아 달라는 부탁을 받은 처제가 출입을 못하게 하자, 출입문에 설치된 잠금장치를 손괴하고 주거지에 출입하여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공동주거침입)죄 등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공동거주자 중 한 사람이 그의 출입을 금지한 다른 공동거주자의 사실상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으로 공동주거에 들어간 경우 그것이 공동주거의 보편적인 이용형태에 해당한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는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공동거주자 중 한 사람이 그의 공동주거 출입을 금지한 다른 공동거주자에 대항하여 물리력의 행사를 통해 공동주거에 출입함에 있어 이러한 공동거주자의 행위에 외부인(시부모님)이 가담하여 함께 그들의 출입을 금지하는 다른 공동거주자의 사실상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으로 공동주거에 들어간 경우 그것이 외부인의 출입을 승낙한 공동거주자의 통상적인 공동주거 이용행위이거나 이에 수반되는 행위에 해당한다면 그 외부인에 대하여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라고 판시하였습니다(대법원 2021. 9. 9. 선고 2020도6085 전원합의체 판결).

위 판례 역시 앞선 판례와 맥락을 같이 하고 있으며, 공동거주자의 승낙을 받아 공동생활의 장소에 함께 들어간 외부인의 출입 및 이용행위가 전체적으로 그의 출입을 승낙한 공동거주자의 통상적인 공동생활 장소의 출입 및 이용행위의 일환이자 이에 수반되는 행위로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는 그 외부인(시부모님)에 대하여도 역시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본 최초의 판단입니다.

간통죄가 폐지된 이후, 불륜 상대를 형사고소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주거침입죄였습니다. 물론 이에 대하여도 가정 내부의 갈등에 국가가 형벌권을 행사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지적과 간통죄에 대한 위헌 결정 취지를 훼손한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이를 고려하였는지 대법원이 약 40년만에 입장을 변경한 것입니다.

이제 형사상으로 불륜 상대의 침입을 주거침입죄로 기소할 수 없게 되면서, 부정행위에 대한 처벌이 보다 어려워졌다는 측면을 간과해서는 아니 됩니다. 상간으로 인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시 법원에서 인정해주는 금액이 과거에 비해 증가하였다고 하나, 실무상 2000만 원 내외에 불과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거침입죄까지 무죄로 인정되니, 불륜을 당한 배우자 입장에서는 애가 탈지도 모르겠습니다. 대법원의 2021년 9월 9일자 판례 변경을 고려하여, 향후 민사법원에서 상간에 따른 손해배상청구의 인정 금액을 조금 더 상향해주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건 어떨지 조심스럽게 제안해보며, 전소민 배우의 활약 앞으로도 응원하고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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