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사건 핵심은 '유서 추정 노트 은폐'… 항소할 것"

법률방송 

[법률방송뉴스] 공군 제8전투비행단 소속 여군 A하사를 강제추행하고 숙소에 침입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모 준위가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습니다.

공군작전사령부 보통군사법원(재판방 김종대 대령)은 오늘(18일) 군인 등 강제추행, 공동주거침입, 주거수색, 재물손괴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준위의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판단,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습니다. 

이 준위는 지난해 3월 말~4월 초 피해자의 볼을 한 손으로 잡아당긴 채 다른 손의 손날로 치는 등 ‘볼 썰기’ 하고, 지난해 4월 말 피해자의 볼을 한 손으로 잡는 등 2차례 강제추행한 혐의를 받습니다. 또 지난해 5월 11일 오전 피해자가 출근하지 않고 연락이 되지 않는다며 숙소에 찾아가 박모 원사와 방범창을 뜯고 침입한 혐의도 받습니다. 

이들은 숨진 A하사를 발견했음에도 군사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거실 내부에 들어갔습니다. 이어 컴퓨터 책상 위 A4용지와 노트 등 물건을 만지는 등 주거를 수색해 현장을 훼손한 혐의를 받습니다.

당시 피해자의 노트에서 일부 찢어져 나간 종이는 발견되지 않았고, 노트북 역시 행방이 묘연한 상태입니다.

지난달 23일 군 검찰은 결심공판에서 “피고인은 피해자가 의지할 수밖에 없는 지위를 이용해 범행을 저질렀고, 장기지원을 고민하는 피해자를 상담하며 피해자와 쌓은 신뢰관계를 이용해 범행을 저질렀다”며 재판부에 징역 4년을 내릴 것을 요청했습니다.

반면 이 준위 측은 혐의를 부인했습니다. 이 준위 변호인은 최후변론에서 “피고인의 행위가 부적절한 신체 접촉이 될 수 있을지언정 피해자가 성적 수치심을 느낄 정도는 아니”라면서 “현행법은 사자를 주거침입 범죄의 객체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A하사 측 손을 들었습니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볼을 잡는 행위는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사람에게 성적 불쾌감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한다”며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했다고 봄이 마땅하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대법원 양형 기준과 성범죄 관련 초범임을 고려해 신상정보 공개 및 고지, 취업제한 명령을 하지 않았습니다.

아울러 주거침입 혐의에 대해서 “피고인들은 재물손괴와 주거침입 등에 대해 피해자를 긴급히 구호하기 위해 긴급히 구호하기 위한 정당행위라고 주장하나 행위의 동기나 목적이 정당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은 사실상의 주거의 평온으로서, 피해자가 생전에 가졌던 사실상의 주거 평온은 사망 후에도 계속 보호되어야 함이 마땅하다”고 판시했습니다.

또 이 준위의 주거수색 혐의에 대해서는 “피고인은 무의식적으로 A4용지와 노트를 만졌다고 주장하지만, 여러 증거들을 종합해서 보면 피고인이 무의식적으로 만진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습니다.

한편 공동주거침입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박 원사는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습니다. 선고 후 유족은 "판결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항소 의사를 밝혔습니다.

유족은 “군 수사기관 수사가 초동수사 때부터 미흡했다”면서 “이번 사건의 핵심은 이 피고인이 딸의 사망 현장에서 유서로 추정되는 노트를 은폐하지 않았느냐는 것이었으나 재판 과정에선 이 부분에 대한 진실이 전혀 드러나지 않았다. 군검찰에 항소해 달라고 강력히 요청하겠다”고 했습니다.

이 준위는 “그동안 겪은 일을 생각하면 무죄가 나왔어도 억울하다고 느꼈을 것”이라며 “모든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것에 대해 항소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성범죄 사건 전문 김수현 법무법인 온화 변호사는 <법률방송>과의 통화에서 “피해자가 사망한 상태에서 지금 형사 사건이 진행된 것인데, 재판부가 피고인의 모든 범죄 혐의를 다 유죄로 인정을 한 것은 결국 그 피해자가 생전에 수사 단계에서 진술했던 상황이나 사실관계에 대해서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다만 피해자 가족들이 보기에는 판결이 조금은 약하다고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일반적인 형사 사건의 선고형 기준으로 봤을 때는 보통 이런 경우에 성범죄 전력이 없다고 한다면 거의 대부분 집행유예 형이 나오고 있다”며 “일반인 분들이나 유족 분들의 법 감정에는 좀 반할 수는 있으나 그렇게 형이 아주 낮게 선고된 것은 아니라고 조심스럽게 의견을 말씀드리고 싶다”고 전했습니다.

한편 “피고인이 지금 현재 억울하다 무죄를 주장하며 항소를 하겠다고 하지만 피고인의 태도는 피해자가 지금 법정에 나올 수 없는 상황인 것을 잘 알면서도 이렇게 얘기한 것”이라며 “스스로 목숨을 끊을 정도로 굉장히 힘들어 했던 피해자에게 진심으로 사과를 하고 반성을 해야 될 피고인의 태도로서는 맞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유족들의 입장에서는 사실 피고인이 진심어린 사과를 하더라도 굉장히 힘드신 부분이 있을 텐데 오히려 분노를 더 가중시키고 진심으로 반성하지 않는 것”이라며 “유족들이 군 검찰에 항소하겠다고 요청을 하셨지만 아마 피고인의 이런 워딩도 충분히 항소의 이유에도 들어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내다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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