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약속①] 정부는 무엇을 감췄나... 끝나지 않은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대통령의 약속①] 정부는 무엇을 감췄나... 끝나지 않은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 석대성 기자
  • 승인 2022.01.21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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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이모씨, 연평도서 38km 떨어진 등산곶 인근서 북한군에 총격
연평도 물살 반시계 방향... "물살 거슬러 장거리? 특수부대도 힘들어"

[법률방송뉴스]

▲신새아 앵커= 안녕하십니까, <LAW 포커스> 신새아입니다.

설 연휴가 열흘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거리두기 규제 속에서 소소하게나마 가족들과 정을 나눌 생각에 설레실 것 같은데요. 

그런데 경남 양산에 사는 한 가족은 올해도 가장의 자리를 비워둔 채 명절을 보내게 됐습니다. 

재작년 서해안에서 북한군 총격에 사망한 공무원 이모 씨 유족들인데요. 

지난 화요일엔 유족들이 청와대로 찾아가 문재인 대통령이 이들에게 "진실을 밝혀주겠다"며 쓴 편지를 돌려주고 오기도 했습니다.

'LAW 포커스' 이번 주는 석대성 기자와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그날을 되짚어보고, 사법 전망에 대해 얘기해봅니다. 

석 기자, 어서오십시오.

▲석대성 기자= 안녕하십니까.

▲앵커= 벌써 1년 반 지났죠. 먼저 당시 사건을 한 번 재조명해볼까요.

▲기자= 지난 2020년 9월 연평도에서 발생했었죠. 해수부 소속 공무원 이씨가 NLL(북방한계선) 너머로 표류했다가 실종됐는데, 북한군 총격으로 유명을 달리했습니다.

시신은 불에 태워진 것으로 추정되는데, 아직도 정확히 나온 사실은 없는 실정입니다.

정부는 이씨가 개인사 때문에 '월북'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는데요. 망연자실하던 유족들, 정부의 이같은 발표에 분노하며 "끝까지 진실을 밝히겠다"고 표명했습니다.

실제 정부가 내놓은 조사 결과를 보면 이상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닌데, 직접 연평도에 들어가 주민들과 어업 종사자들의 얘기를 듣고 왔습니다.

[리포트]

가장 없이 보내는 설 명절, 어느덧 두 번째입니다.

[피격 공무원 배우자]
"(연휴에) 캠핑을 자주 다녔었거든요. 캠핑도 가고, (남편이) 집에 오는 날이면 멀리는 안 가도 가까운 곳으로 1박 2일로 놀러도 다니고..."

남편 실종 후 홀로 두 아이를 키운 배우자 권모 씨.

아들은 수능까지 치렀지만, 꿈꾸던 육사 진학은 포기해야 했습니다.

[피격 공무원 배우자]
"(월북 논란이) 아무래도 영향이 있을 거 같아서 포기를 했는데... 육사를 포기하고 나니까 가고 싶은 학과도 없다면서..."

어린 마음에 충격이 크진 않을까, 초등학생 딸에겐 '아빠가 외국에서 일하고 있다' 애둘렀다고 합니다.

[피격 공무원 배우자]
"'언제 오느냐' 물어보는데, 작년에 물어볼 때는 2학년 되면 올 거라고 했는데... 또 올해 물어보면 '3학년 돼야 올 거 같다' 이렇게 얘기를..."

아버지의 죽음을 알게 될 날이 언젠가 오겠지만, 어머니는 두 아이가 '월북자의 자식'이라고 낙인 찍히는 게 더 두렵습니다. 

정부는 이씨가 도박 빚이 있었다는 것, 그리고 표류 당시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던 점 등을 이유로 월북에 무게를 뒀습니다.

[윤성현 당시 해경 수사정보국장] (2020년 10월 22일)
"도박에 깊이 몰입돼 있었음을 저희들이 확인했고... 월북 의사를 표명한 구체적인 정황 등을 고려할 때 실종자는 정신적 공황 상태에서 현실도피의 목적으로 월북한 것으로..."

하지만 이씨의 유족은 물론, 연평도에 사는 주민들도 쉽게 납득이 안 된단 입장입니다.

특히 지역 어민들은 정부가 발표한 이씨의 표류 동선을 보고 "말도 안 된다" 입을 모았습니다.

근거가 뭘까.

저는 지금 소연평도에 나와 있습니다, 이씨는 이곳 부근 해상에서 실종된 것으로 정부는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씨가 실종된 지점은 소연평도에서 남쪽으로 2.2km 떨어진 곳.

정부가 추정한 이씨 사망 지점은 실종된 곳에서 38km 떨어진 황해남도 강령군 등산곶 인근입니다. 

정부 주장대로면 이씨가 해상 경계를 뚫고 3만8000m를 갔다는 겁니다.

[연평도 주민]
"정말 (군사) 교육을 받은 사람이면 갈 수도 있지. 갈 수도 있는데, 배 선원이나 그런 사람들이 갈 거리는 아니지."

[연평도 주민]
"(월북을 하려면) 뭐하러 힘들게 여기(바다)로 가, 차라리 저쪽으로 가지. 가려면 저쪽으로 가지, 이번에 넘어간 데로. (육지로요?) 그럼, 왜 이리로 가."

연평도 물살은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돕니다.

이 때문에 이씨가 부유물을 타고 있었더라도 물살을 거슬러 38km를 가는 건 불가능하다는 게 40년 뱃사람들의 주장.

물살이 셀 때는 불과 몇 미터도 나아가지 못한다고 합니다.

[연평도 어촌계 관계자]
"소연평도 남쪽에서 실종이 됐다고 보면 소연평도 동단쪽으로 올라가는 물줄기하고, 바람 방향하고 돌면 다시 턴해서 내려오게 돼 있거든요."

[연평면 관계자]
"그 물살을 빠져나가기에는 동력이 있으면 몰라도 인력으로나, (부유물을) 탔든 뭐하든 어렵다..."

이씨의 월북을 주장했던 해경의 '더미 표류 실험' 보고서입니다.

이씨 실종 당시와 조석·풍향이 유사했던 때 인체모형을 해상에 투하했는데, 경비함정이 소연평도 남서방으로 3.7km 떨어진 곳에서 발견했다고 합니다.

해경은 이씨가 강령군 해상까지 갔다고 했지만, 인체모형은 대연평도에도 미치지 못하고 오히려 실종 지점보다 더 뒤에 있었습니다.

나아가 해경 말처럼 이씨가 물길을 잘 알고 있었다면 소연평도가 아닌 대연평도에서, 가까운 해주항으로 가 월북 의사를 표하지 않았겠냐는 게 어민들의 주장.

연평도에서 평생을 살았다는 한 노인은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거듭 의아하단 반응을 보였습니다. 

[연평도 주민]
"미스테리야, 사실. 아직 확실하게 밝혀진 건 없잖아. 근데 역사는 흘러야 나온다고, 분명히 진실은 있을 거라고 봐. 나는 그걸 믿어. 이 정권이 바뀌면 그때는 비밀이 나오고, 뭐가 있을 거야."

제 뒤로 보이는 곳은 황해남도 강령군입니다.

70년 넘도록 지속되고 있는 분단 국가의 아픔은 다음 세대와 그 다음 세대에게까지도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남기고 있습니다.

법률방송 석대성입니다.

 

석대성 기자 bigstar@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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