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속의 산하Law] 화제의 영화와 드라마 등 대중문화,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는 인물 및 사건 등과 관련한 법적 쟁점에 대해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들이 칼럼으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합니다. /편집자 주

 

정연채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
정연채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

배우 정우성과 김향기가 주연으로 출연하며 관객들의 많은 관심을 이끌었던 영화 ‘증인’ 속 법적 쟁점에 대하여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위 영화는 자폐 스펙트럼을 앓고 있는 여고생 지우(김향기)가 살인사건의 유일한 목격자가 되면서 시작하는데요. 변호사 순호(정우성)는 사건 용의자의 변호를 맡은 뒤 용의자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하여 지우를 증인으로 재판에 출석시키려고 합니다. 지우는 자폐증을 앓고 있는데 과연 같은 병을 앓고 있어도 증인이 되어 증언의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을까요?

자폐증이란 다른 사람과의 상호관계가 형성되지 않고 정서적인 유대감도 잘 일어나지 않는 아동기 증후군으로서, 자폐증을 지닌 자에게는 일반인과 의사소통하는 것, 법정에서의 질문에 답변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한편 형사재판의 경우 죄를 지은 사람으로 지목된 피고인을 법정에 세워 객관적 증거와 관련자들의 진술을 바탕으로 유무죄를 가리고, 유죄로 인정된 피고인의 형량을 정하는 절차이기 때문에 그 의미와 영향력을 놓고 볼 때 가장 신중하고도 객관적인 판단과 심리를 요하게 됩니다.

이러한 내용까지 감안하여 본다면 재판부가 자폐증을 앓고 있는 자의 증언을 믿어야 하는지에 대해서 선뜻 대답하기가 어려워집니다.

결론만 두고 볼 때 우리 법원은 의사소통의 어려움을 겪는 자폐아라고 하더라도 심신장애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하거나 없는 상태가 아니라면 법적 증인이 가능하고, 다만 그 신빙성을 살펴보아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법원은 폭행을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 청구사건에서 다른 목격자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자폐자의 진술의 신빙성이 매우 높다면 폭행사실을 인정하여야 한다고 보아 손해배상청구를 인용하였고, 사고 당시 만 3년 3월 남짓이었던 유아의 피해상황에 관한 증언능력을 인정한 예도 있기 때문에 자폐의 병을 앓고 있더라도 심신장애 상태가 아니었고 그 신빙성을 부인할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증언의 능력을 인정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위 결론에 이르기 위해서는 일단 경찰, 검찰, 법원과 자폐자와의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져야 할 텐데요. 관련하여 법무부는 2014. 1.경 부터 성폭력 범죄 또는 아동학대 범죄 피해자가 의사소통이 어려운 장애가 있을 경우 진술조력인을 진술조사 상황에 투입하여 진실 발견에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위 제도는 장애인복지법의 개정으로 인해 2022. 2. 18.부터 범죄사건의 장애인 피해자라면 진술조력인을 지원받을 수 있게 됩니다. 그런데 지원 범위가 확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위 제도가 범죄 사건의 피해자에게만 지원되다 보니 영화에서의 유일한 목격자인 지우와 같은 경우에는 이를 여전히 이용할 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따라서 관련한 예산을 확충하고 전문가들을 양성하는 방식으로 지원대상을 확대하여 범죄 피해자가 아닌 장애를 가진자 이더라도 진술권을 보장함과 동시에 2차 피해를 방지하여 궁극적으로는 실체적 진실에 보다 접근할 수 있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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