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역 경주마 복지 위한 전 세계적 분위기 못 쫓아가” 지적

동물자유연대 제공
동물자유연대 제공

[법률방송뉴스] 지난달 KBS 드라마 ‘태종 이방원’의 동물학대 논란으로 많은 이들이 분노했습니다. 당시 촬영 말 ‘까미’는 현장에서 다리에 끈이 묶인 채로 강제로 넘어져 일주일 뒤 사망한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습니다. 또한 까미가 '퇴역 경주마'였다는 사실이 알려졌었는데요.

관련해서 어제(9일) 오전 10시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실, 동물자유연대, 생명환경권행동 제주비건·제주동물권연구소가 공동으로 주최한 ‘경주마 전 생애 복지체계 구축을 위한 국회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 위성곤 의원은 “경주 퇴역마의 복지문제는 상당히 오랫동안 제기 되어온 화두”라며 “경주마에 대한 복지가 실제로 향상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많은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 “퇴역 경주마 복지 위한 전 세계적인 분위기 쫓아가지 못해”

첫 번째로 발제를 맡은 김정현 전 한국재활승마학회 이사는 “경마산업이 건강하게 자리잡은 국가에서 마주는 명예로운 직책이지만, 국내 사행산업의 대표이자 도박 중독, 말 학대, 비리 등 불명예를 안은 한국마사회 마주들은 경주마를 소유하는 일을 고민하고 점차 포기하려고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아끼던 경주마가 은퇴하게 되자 사비를 활용해 끝까지 돌본 마주들의 사례를 소개하며 "퇴역 경주마의 처우 개선을 바라는 시민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김 전 이사는 “현재 우리나라 경마산업은 국내적 압박과 조직내 외부적 부담으로 위기에 처한 것으로 보인다”며 경주마의 두 번째 기회에 대해 제언했습니다.

아울러 국제동물권단체 PETA가 한국의 말 학대 영상을 공개하며 ‘K-동물학대(cruelty)’라고 표현한 것에 대해 “퇴역 경주마의 복지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는 전 세계적인 분위기를 우리가 쫓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꼬집었습니다.

■ “한국마사회 마케팅 목적으로 퇴역마 관리해선 안 돼”

필립 샤인 PETA 정책부서 수석연구원은 ‘한국마사회가 퇴역 경주마 관리의 국제적 모범사례로 변화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발제를 진행했습니다.

필립 연구원은 “한국에서는 그 어떠한 말도 안전하지 않다”며 “한국에 있는 모든 말들은 경마·번식·승마·레저 등의 재정적 이용 가치를 잃자마자 위기에 처하는 현실에 놓여있다”고 했습니다.

이어 “한국마사회의 도축기록 은폐, 사설 농장과 도축시설에 대한 관할 권한이 없다는 주장으로는 이 도축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면서 “다른 용도로 전환되는 퇴역 경주마의 수를 연간 100마리에서 140마리로 증가시킨다는 현재 계획은 충분하지 않다. 말들은 30세까지 살 수 있어, 퇴역 후 경주마들의 남은 생 대부분을 지원해주는 자금은 사실상 없다고 볼 수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필립 연구원은 해결방안으로 ‘3% 솔루션’을 제시하며 “상금의 3%(연간 50억원)를 퇴역마 관리에 배정해야 한다. 이 금액은 말들의 노동에 대한 대가로 지불해야 하는 금액”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아울러 “퇴역마 관리는 마케팅 또는 이미지 회복 목적으로 적용돼서는 안 된다”며 “모든 경주마들은 이름, 삶, 그리고 각자의 성격을 지닌 개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한국마사회 “말 복지 중장기 전략 추진에 어려움 있다” 

김진갑 한국마사회 보건총괄담당 부장은 한국마사회의 말복지 사업 추진내역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또 말복지 증진 기본계획 수립, 말복지 중장기 전략 수립 등에 관한 발제를 진행했습니다.

김 부장이 설명한 중장기 전략 5대 목표는 △말 보호, 복지 의식 향상 △말의 과학적, 윤리적 활용 제고 △경주마 생애주기 복지 지원 △말복지 가치의 기관경영 내재화 △전문인력 양성 및 국민소통 강화 등입니다.

또 말 복지 중장기 전략 추진의 어려움으로는 △한국마사회의 경제적, 행정적, 입법적 분야의 한계 △정부의 협력 필요 △입법을 위한 지원과 협력 필요 △유관기관의 설득과 협력의 어려움 등을 들었습니다.

■ “한국마사회, 말 이력제 의무화하라” 

이어진 토론에서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마사회 발표 내용에 대해 솔직히 말씀드리면 모호함과 공허함을 느꼈다”고 밝혔습니다.

마사회 측이 토로한 어려움에 대해서 조 대표는 “정책적 가이드라인을 분명히 해야 되는 것도 맞는다”면서도 “마사회가 주도적으로 해야 하는 것이지 늘 소극적 입장에 있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마사회가 사행성 이미지 때문에 잠재적 손해 갖고 있지 않냐”며 “적어도 최소한의 도덕적 의무를 다하기 위한 노력을 마사회가 스스로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박창길 생명체학대방지포럼 대표는 “국내에 경주마를 보호해주는 단 한 줄의 법률과 행정의 주체가 과연 있는지 의문을 제기한다”며 “말에 관해서는 가장 하위 법령인 단 한 줄의 고시도 없는 실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경주마로 뛰고 난 5살 전후부터, 퇴역하고 난 이후는 이들 퇴역마를 보호해줄 단 하나의 법률도 없다”며 “나아가 모든 말들이 법의 사각지대에 있으며, 법의 사각지에 놓여 있는 만큼 동물보호 행정이 이를 외면하고 있는 실정”이라는 게 박 대표의 말입니다.

이어 “마사회가 발표한 ‘한국마사회 말 복지 가이드라인’도 도움이 되기도 하겠지만, 한편으로 그 내용이 표준을 가지기에 그 구체성도 없고, 말의 생리나 행동적인 요구가 반영된 부분을 찾아볼 수가 없어서 표준이나 규범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아울러 고은경 한국일보 애니로그랩장은 취재 도중 들었던 한 마필관리사의 이야기를 언급하며 “다친 경주마가 완치 후 실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판단하면 성심 성의껏, 수단 방법을 안 가리고 진료한다. 반면 경쟁력이 떨어진다 판단되면 바로 퇴역시킨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마사회뿐 아니라 정부, 지방자치단체가 경주마 전 생애에 걸친 복지 체계를 구축하고, 생츄어리(보호시설)을 만드는 데 노력해야 한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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