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방송뉴스] 

▲신새아 앵커= 지난 달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성공회대학교에 국내 대학 최초로 ‘모두의 화장실’이 설치됐습니다.

남녀는 물론 성 소수자, 장애인까지 말 그대로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인데요.

인간이 기본적으로 누려야 하는 권리에 대해 차별 받는 사람이 없어야 한다는 게 이 화장실의 취지입니다.

하지만 찬성과 반대의 의견이 여전히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데요.

어떤 의견들이 나오는 지 이혜연 기자가 듣고 왔습니다.

[리포트]

겉보기에는 여느 화장실과 모습이 비슷하지만 화장실 앞에는 특별한 표시가 하나 있습니다.

여성·남성이 한꺼번에 있고 나아가 장애인, 아이 동반 보호자, 치마를 반만 입은 성 소수자를 뜻하는 표식까지 한 곳에 모여 있습니다.

여자, 남자로 각각 나누어진 표시판이 있는 일반적 화장실과는 다릅니다.

지난 3월 성공회대에 설치된 ‘모두의 화장실’입니다.

화장실 안으로 들어가 봤습니다.

명칭대로 모두가 이용하는 화장실인 만큼 여러 계층을 고려해 설계됐습니다.

약 5평 남짓한 규모로, 휠체어 이용자가 보조인과 함께 들어가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을 정도로 넓습니다.

또 음성지원 시스템, 자동문, 점자블럭, 유아용 변기커버, 기저귀 교환대, 소형 세면대, 외부 비상통화 장치 등이 구비돼 있습니다.

[스탠드업]
“모두의 화장실은 이처럼 각도가 조절되는 거울도 있고 이렇게 앉아서 샤워를 할 수도 있습니다.”

트랜스젠더와 같은 성소수자를 비롯해 장애인, 보호자가 필요한 어린이 등 평소 공중화장실 이용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차별 없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즉 별다른 이용 제한을 두지 않는 보통의 가정집이나 비행기 내 화장실 개념과 유사하다는 게 이훈 성공회대 인권위원회 위원장의 말입니다.

[이훈 성공회대 인권위원회 위원장]
“집에 있는 화장실처럼 이제 엄마랑 아빠가 같은 화장실을 쓰고 장애가 있는 누나랑 장애가 없는 동생이 같은 화장실을 쓰는 것처럼 성별·성적 지향·성별 정체성·장애의 유무·나이·인종 이런 것들을 전혀 상관없이 누구든지 사용할 수 있는 화장실을 만든 것이고요. 성소수자 하고도 장애인하고도 우리 학우라고 생각합니다. 그랬을 때 그들에게 화장실을 사용함에 있어서 차별을 주는 것은 결코 옳지 않다...”

5년간의 논의 끝에 설치된 모두의 화장실은 지난 2017년 총학생회가 처음 추진했지만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습니다.

하지만 이후에도 총학생회 비대위의 꾸준한 공론화와 함께 1인 시위 등 지속적인 설득의 활동 끝에 설치가 결국 확정됐습니다.

[이훈 성공회대 인권위원회 위원장]
“제가 총학생회 비대위원장이었는데 저와 신청하신 분이 이렇게 둘이서만 만나서 제가 한 분 한 분 설득 드리는 이제 그런 시간들을 거쳤고요. 그러고 나서는 학교 본부에서 주관하는 ‘모두의 화장실 대토론회’가 있었어요. 그랬을 때 학우들도 있었고 교수님, 강사님, 직원분들 이렇게 좀 한 60분 정도 모여서 함께 이야기하는 시간이 있으면서 있었습니다. 뭔가 드라마틱한 하나의 사건으로 변했다기보다는 꾸준한 설득으로 이루어진...”

선진국에선 미국 백악관에 지난 2015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설치한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국내에선 일부 시민단체에 설치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대학 중에선 최초입니다.

“학생들의 직접적인 목소리로 만들어져 의미있다”며 휠체어를 이용하는 우준하씨는 환영의 뜻을 밝혔습니다.

[우준하 '성공회대 모두의 화장실 설치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위원]
“기존의 화장실 사용에 있어서 차별받고 배제되는 학생들이 직접 목소리를 내어서 만든 것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 같은 경우 대부분 화장실이 턱이 있고 비좁아서 휠체어로 가기가 어려운데 모두의 화장실은 턱이 없고 장애물이 없어서...”

그러나 아직도 부정적 시선은 존재하는 상황.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이들은 불법촬영 및 성범죄가 증가할 수밖에 없고 역차별을 불러올 것이라고 말합니다.

성소수자 인권보호라는 명목하에 ‘모두’가 아닌 ‘소수’를 위한 화장실로 변질될 것이라는 겁니다.

[박성제 변호사(법무법인 추양 가을햇살)]
“이게 이제 단순한 화장실의 문제는 아니고요. 결국에는 대한민국 헌법상에 규정돼 있는 남녀라는 그런 신원 체제에 대해서 성별 이분법을 해체하려는 시도라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그게 왜 그렇냐면 결국 ‘모두의 화장실’이라고 명칭은 하고 있지만 결국에는 소위 말하는 성소수자들을 위한 화장실입니다. 장애인을 위한 화장실이라든지, 남녀를 위한 화장실은 이미 다 구비가 돼 있기 때문에 결국 이 화장실의 목적은 성소수자를 위한 화장실로 볼 수밖에 없고...”

나아가 박성제 변호사는 성공회대의 모두의 화장실이 현행법과도 맞지 않다고 꼬집었습니다.

[박성제 변호사(법무법인 추양 가을햇살)]
“지금 우리나라 법상 '공중화장실에 관한 법률'이라는 게 있습니다. 약칭해서 '공중화장실법'이라고 하는데요. 거기 2조 1호에 보면 공중 화장실이라는 걸 개념 정립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성공회대 모두의 화장실은 공중화장실법상에 따른 공중화장실에 해당이 되고요. 그 공중화장실법 7조 1항에 보시면 ‘공중화장실 등은 남녀를 구분하여야 한다’라고 분명히 명시되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단은 모두의 화장실은 이 공중화장실법을 위반하고 있다...”

이런 지적들에 대해 하지만, ‘장소’의 문제가 아니라 여성을 성적 대상화 또는 상품화 하는 ‘환경’이 개선이 돼야한다는 반박의 의견도 나옵니다.

[김지학 한국다양성연구소 소장]
“우리가 뭐부터 질문해 봤으면 좋겠냐하면 그럼 지금 디지털 성범죄나 성폭력이 일어나는 화장실이 어떤 화장실이냐는 거예요. 성별 구분되어 있는 여성 화장실에서 일어나는 거잖아요. 그렇다면 다시 뒤집어서 생각해 보면 성별 구분이 여성들에게 안전을 보장하고 있지 못하다는 거죠. 마치 ‘성별 구분이 있으면 여성에게 안전할 거야’라고 하는 사실은 굉장히 쉬운 방법을 택하는 거지만 사실은 근본적인 변화를 만들어낼 수 없는 방법이라는 겁니다.”

또한 김지학 한국다양성연구소 소장은 “모두의 화장실이 결코 기존의 화장실을 대체하는 개념은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김지학 한국다양성연구소 소장]
“기존에 화장실을 갈 수 없었던 사람들에게 화장실을 갈 수 있는 선택지가 한 칸 더 늘어나는 것뿐이지, 기존의 화장실을 자연스럽게 당연하게 가고 있었던 사람들의 선택지를 뺏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너무 두려워하시거나 무서워하실 필요 없고...”

겉으로 보여 지는 성별을 기준으로 이용 자격 여부가 결정되다 보니 성별 이분법 규범이 그 어느 것보다도 강력한 화장실.

“시기상조”라는 반대의견과 “차별 없는 세상”을 외치는 찬성 측간 대립은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이번 성공회대의 시도가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법률방송 이혜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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