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들 "법무행정 난맥상 두고 볼 수 없다"
변시생들 "도입 취지대로 돌아가는 게 맞다"

대한변호사협회가 주관한 집회 현장./ 법률방송

[법률방송뉴스] 2022년도 제11회 변호사시험 합격자 발표가 앞당겨지며 합격자를 결정하기 위한 변호사시험 관리위원회가 오늘(20일) 오후 2시부터 법무부 대회의실에서 시작된 가운데, 대한변호사협회가 “합격자 수를 1200명 이하로 제한해 달라”는 집회를 재차 진행했습니다.

이날 오전 11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앞에는 전국 각지에서 100여명의 변호사들이 모여들었습니다. 이들은 ‘무책임한 대량공급 변호사만 골병든다’, ‘로스쿨만 배불리는 대량공급 중단하라’ 등의 피켓을 각각 손에 들었습니다.

성명서를 낭독하는 이종엽 대한변호사협회장. /법률방송
성명서를 낭독하는 이종엽 대한변호사협회장. /법률방송

이종엽 변호사(대한변호사협회장)은 “작년에 이어서 올해 두 번째 법무부 앞에서 이런 집회를 하게 됐다”며 “정부가 변호사 시험 합격자 수를 정하지 않고 일단 시험부터 쳐놓고 매번 이렇게 결정하는 날 위원회라는 명칭으로 회의를 소집해서 엿가락 늘리듯이 합격자 수를 증원해 왔다”고 말문을 열었습니다.

이어 “더 이상 우리 전국의 변호사들이 이러한 법무행정의 난맥상을 두고 볼 수 없어서 거리로 쏟아져 나온 것”이라며 “오늘 합격자 수 결정에 있어서 이 사회에 만연한 온정주의를 과감히 떨쳐버리고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합격자 수 결정이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사회를 맡은 김대광 변호사(대한변호사협회 사무총장)는 “우리는 변호사입니다”라는 구호를 연신 외쳤습니다. 김 변호사는 “‘우리는 변호사’라는 그 말 한마디에 헌법적 가치와 인권 옹호와 사회정의 구현이 담겨 있다”며 “이 한마디로 헌법적 사명을 수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전국에서 한데 모인 변호사들이 자유발언을 이어나갔습니다.

이임성 변호사(전국지방변호사회장 협의회장, 경기북부지방변호사회장)은 “전국에 있는 지방 변호사들이 변호사 수 대량 배출로 인한 어려움을 체감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 변호사는 <한국경제>의 박동진 연세대 로스쿨 교수 인터뷰를 언급했습니다. 해당 인터뷰에서 박 교수는 ‘의사는 95% 합격률인데 변호사는 50% 남짓 합격률’이라는 취지로 변협의 주장에 반박한 바 있습니다. “지난 5년간 배출된 의사 숫자가 1만 5000명, 변호사는 8000명”이라며 “법조 매출액의 10배가 넘는 의료인 숫자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의 지경에 이르렀다”고 이 변호사는 지적했습니다.

홍요셉 변호사(전북지방변호사회장)은 “변호사들은 우리 국민의 인권을 옹호하고 정의를 실현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다. 그런데 정치권은 그러한 변호사들을 무시하고 오로지 자기에게 표가 되는 정책들을 지금 행하고 있다”며 “이 모든 책임이 문재인 정부 법무정책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꼬집었습니다.

그러면서 “항상 변호사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살았고 냉철한 머리로 유능하게 일하는 변호사, 따뜻한 마음을 가진 착한 변호사가 되자고 수십 년 동안 열심히 일했다”며 “하지만 우리를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은 갈수록 냉소적이고, 변호사가 인권을 수행한다는 직업을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가 팽배되고 있다”고 울분을 토했습니다.

하채은 변호사(대한변호사협회 대변인)는 “그동안 로스쿨 시절을 경험하면서 이 로스쿨 제도에서도 개선할 점이 많다고 느꼈고 변호사 시험에 합격을 하더라도 변호사 시장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는 선배들 말을 많이 들어왔다”며 “변호사 시장으로 나와보니 이게 얼마나 치명적이고 시장이 확실하게 명백하게 무너지고 있는지를 실감할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우선 이렇게 변호사 시험 합격자 수를 이렇게 합격 발표 당일에 발표한다는 것 자체도 너무 말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변호사들의 공익성, 윤리성이 강조되는데도 저희는 수험생일 때부터 저희 기본적인 인권조차도 보장받지 못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번 집회에 앞서 법무부 앞에서 약 7~8번의 1인 시위를 진행했다는 김은산 변호사(서울지방변호사회)는 “현재 정부가 온라인 로스쿨, 야간 로스쿨을 도입을 한다고 공약을 내걸고 있는데, 이를 통해서 점점 응시자 수가 많아지게 되면 그에 따라 배출자 수도 더 뽑겠다는 논리밖에 되지 않는다”며 “법조인들의 절실한 목소리를 고려해서 적정한 합격자 수 배출을 꼭 약속해주길 바란다”고 소리쳤습니다.

도춘석 변호사(경남지방변호사회장)는 “지금 막 로스쿨 시장에 진입을 하는 후배들은 아직도 기득권을 가지고 있는 변호사들이 배 아파서 이렇게 (집회를) 하느냐고 비아냥거리는 분들도 있다”며 “그런데 이것은 국가 정책이 한 치 앞을 못 내다보기 때문에 생긴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도 변호사는 “일본보다도 훨씬 적은 인구를 가지고 있고 경제력도 마찬가지인 우리나라의 변호사 배출 숫자가 일본보다 많다는 게 있을 수가 없는 일”이라며 “로스쿨 세력과 저희 변협 또는 변호사들의 기득권이 부딪히는 것이 아니다.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 변호사들이 나서서 충정어린 권고를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발언 중인 김민규 대한변호사협회 교육이사. /법률방송

김민규 변호사(대한변호사협회 교육이사)는 자신이 로스쿨 1기로 입학했다는 점을 근거로 주장을 펼쳤습니다.

김 변호사는 “(로스쿨) 3년이라는 시간은 헌민형(헌법, 민법, 형법) 배우기에도 너무 짧았다. 그 당시 로스쿨에서는 엄격한 학사 관리를 할 테니 (변호사 시험에서)1500명 이상을 뽑아달라고 약속했다”고 언급했습니다.

“졸업을 2주 앞두고 유급 당했다. (저는) 저희 학교 최초의 유급자”라며 “(학교는) 무책임한 졸업장보다 장학금을 내밀어 주어 법학에만 열중해서 로스쿨을 5년 다녔다. 그래서 졸업한 시기에는 민법 만점을 받아서 원장상까지 받았다”는 게 김 변호사의 말입니다.

또 “변호사가 되어 보니 무책임한 졸업보다 필요한 것은 장학금이다. 무책임하게 다 졸업시켜놓고 사교육으로 내몬다”며 “그런데 매년 1800명씩 로스쿨에서 졸업자가 나온다. 1800명을 졸업시키고 1800명의 변호사가 되는 시대까지 왔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김명중 변호사(경기북부지방변호사회)는 “참여정부에서 시작된 사법개혁 취지에 대해 저희가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그 취지가 관철될 수 있도록 정책을 위반했을 때의 계획들을 꾸준히 실천해 나가야 한다”며 “지금의 제도와 법학전문대학원의 교과 과정도 면밀히 검토해서 관리를 하고 변호사 배출 과정도 합리화해서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상황이 됐으면 좋겠다”고 제언했습니다.

제11회 변호사시험 응시생들. /법률방송
제11회 변호사시험 응시생들. /법률방송

한편 현장 맞은편에는 이들의 의견에 반대 목소리를 내는 변호사시험 응시생들이 있었습니다.

제11회 변호사 시험 응시생 장모씨는 법률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로스쿨에) 들어와 보니까 선배 변호사들이 자신들의 특권이 내려가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며 ‘다 망했다’고 표현을 하시는데, 실제로는 사실 다른 직역보다 훨씬 많이 받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이제 (로스쿨에) 들어온 사람들을 짓밟아가면서까지 특권을 계속 쥐고 싶어 하시는 선배님들을 보면서 이건 아닌 것 같다”며 “우리는 원래 (로스쿨) 도입 취지대로 돌아가는 것이 맞다는 뜻을 알리기 위해서 왔다”고 덧붙였습니다.

장씨는 “실제로 지금 현장에 와서 선배들을 보니까 저도 모르게 울컥하는 마음이 올라온다”며 “자격시험 수준에 맞게끔 최대한 많은 수를 배출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이걸 통해서 정말로 다양한 변호사들이 배출돼서 서민들을 위해서 각각의 직역에서 활동할 수 있는 상황이 연출됐으면 좋겠다”고 전했습니다.

또 다른 제11회 변호사 시험 응시생 배모씨는 “기득권들의 전형적인 ‘사다리 걷어차기’이다. 수임이 안 된다는 것 말고 명분이 없다”며 “단지 자기들이 가졌던 기득권, 옛날에 1100명, 800명 뽑았던 시대에 받았던 높은 수임료와 권위를 유지하기 위해서 그 수단으로 제일 쉬운 게 신규 변호사 배출 수를 통제하는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그러면서 “일반 국민이 봐도 변호사 수가 너무 많아서 변호사 서비스 질이 낮아지면 국민들한테 위해가 되겠지만 그 정도 수준까지 내려오지 않았다”며 “한 해에 1700명을 뽑는다고 해도 아직도 변호사 수임에 적어도 300~500만원이 든다. 아직까지 모든 국민들이 낮은 비용으로 법률 서비스를 제대로 받았다고 볼 수 있는 지점에 이르지 않았다”고 반박했습니다.

배씨는 변협 측의 ‘변시 합격자 수를 1200명 이하로 결정하라’는 주장에 대해 “근거가 없고 비논리적”이라고 했습니다. 또 이번 집회에 참여한 변호사들이 ‘공익 활동 시간’을 인정받는 것에 비판적 입장을 드러냈습니다.

“(신규 변호사) 1200명을 뽑자는 주장을 하는 집회와 유사 직역을 통폐합하자는 게 어떻게 공익에 부합하냐”며 “저희랑 똑같은 시험을 치렀을 텐데 1200명을 주장하는 것은 어떤 심리가 있는지 냉철하게 짚어줬으면 좋겠다”는 게 배씨의 말입니다.

지난 7일 전국지방변호사회장협의회가 주최한 집회에 홀로 나와 1인 시위를 했던 제11회 변호사 시험 응시생 김모씨는 이날도 과천청사 앞에서 목소리를 냈습니다.

김씨는 “‘최저임금 못 받는 변호사’, ‘업계가 어렵다’, ‘법률 플랫폼에 종속된다’ 이런 문제들을 외치는 곳이 꼭 합격자 발표일, 법무부 앞이어야 하는지 의문이 있다”며 “최저임금 안 주는 것은 변호사협회에서 (임금을 제대로) 안 주는 변호사들을 징계해야 될 문제라고 생각한다. 신규 변호사 수와는 전혀 다른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개인적으로 이번이 다섯 번째 시험인데, 평생 응시 금지 제도는 폐지가 됐으면 좋겠다”며 “군 복무를 제외하고 어떤 사유도 인정이 안 되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을 하고 그 제도도 꼭 철폐가 됐으면 한다. 사람마다 다양한 사정들이 있는데 5번의 시험을 연달아 응시를 해야만 된다는 것은 자격시험 제도의 취지에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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