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 동성군인 성행위 처벌 못한다”... 대법원 판례 바뀐 이유
“자발적 동성군인 성행위 처벌 못한다”... 대법원 판례 바뀐 이유
  • 이혜연 기자
  • 승인 2022.04.22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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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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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방송뉴스] 사적인 공간에서 합의 하에 이뤄진 동성 군인의 성관계는 처벌 대상이 아니라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습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지난 21일 군형법 위반으로 재판에 넘겨진 직업군인 A씨와 B씨에게 일부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고등군사법원에 돌려보냈습니다.

앞서 2016년 A씨와 B씨는 근무 시간 외 영외에서 합의 하에 2차례에 걸쳐 성행위를 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군형법 제92조의6은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이에 따라 2017년 이들은 1심과 2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이 사안에 대해 사적 공간에서 자발적 합의에 의해 이뤄진 점과 군기(軍紀)를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침해한 것으로 보기 어려운 점을 들며 무죄 의견을 냈습니다.

대법원은 해당 법 조항이 만들어지게 된 이유와 법이 보호하고자 하는 이익에 집중했습니다. 전원합의체 판결에 참여한 대법관 13명 중 8명은 ‘성적 자기결정권’과 ‘건전한 생활과 군기’라는 두 가지 보호법익을 침해했다고 보기에는 어렵다고 봤습니다.

전원합의체는 “사적 공간에서 자발적 의사 합치에 따른 성행위 등 군기를 직접적·구체적으로 침해한 것으로 보기 어려운 경우에는 해당 규정이 적용될 수 없다”며 “이를 처벌하는 것은 합리적 이유 없이 군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성적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제한해 헌법상 평등권, 인간 존엄,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동성 간 성행위 혐오에 대해서도 “동성 간 성행위가 일반인에게 혐오감 등을 일으킨다는 평가는 보편타당한 규범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워졌다”고 지적하면서 국내외에서 동성애가 자연스러운 성적 지향의 하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반면 조재연·이동원 대법관은 반대 의견을 냈습니다. 두 대법관은 “사적 공간에서 자발적 합의에 따라 이뤄진 성행위라고 하더라도, 그런 행위를 한 사람이 군인인 이상 ‘군기’라는 사회적 법익은 침해된다”며 처벌대상에 해당한다고 봤습니다.

이 같은 판결에 대해 군 인권센터는 환영의 뜻을 밝혔습니다. 군 인권센터는 지난 2017년 A씨와 B씨가 육군의 성소수자 색출로 재판에 넘겨졌을 당시 이를 폭로한 바 있고, 이에 동성애자 차별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군 인권센터는 “이번 판결은 근무시간 외에 사적인 공간에서 상호 합의에 의해 이루어진 동성 간 성관계는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보았다는 점에서 본 새로운 판례”라며 “성관계의 주체가 성소수자 군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국가가 이들의 사생활을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단은 이 법을 둘러싼 오랜 논쟁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습니다.

또한 “이제 헌법재판소의 역할이 남았다”며 “대법원 등 법원도 유사 사건으로 계류 중인 다른 군형법 제92조의6 사건들에 대해서도 즉시 무죄를 판결하기 바란다”고 당부의 말을 전했습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도 이번 판결에 대해 긍정적인 목소리를 냈습니다.

민변은 성명서를 통해 “우리 모임은 국제인권법적으로나 헌법적으로나 그 위헌성이 명백한 군형법 제92조의6를 제한적으로 해석함으로써 이른바 ‘육군 성소수자 색출수사’로 기소된 피해자들을 구제한 위 전원합의체 판결을 환영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지금까지 법원에서의 군형법 제92조의6 적용이 동성애에 대한 혐오와 차별에 기반하였음을 명확하게 인정하였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대법원의 판시는 2017년 육군본부 중앙수사단의 ‘육군 성소수자 색출수사’가 헌법적으로 허용될 수 없는 위헌, 위법한 수사임을 명백히 확인하였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대법원은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라 대법원의 기존 판례를 바꾸겠다고 했습니다.

지난 2008년과 2012년 대법원은 군형법 제92조의6에 대해 ‘강제성 여부나 시간, 장소 등에 관계없이 군인 동성애 성행위를 처벌하는 취지’로 판단했습니다. 2016년 헌법재판소는 해당 조항에 대해 헌법재판관 5대 4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습니다.

반면 박성제 법무법인 추양 가을햇살 변호사는 “대법원이 전원합의체로 ‘사적공간에서 합의된 동성 군인간의 성관계는 처벌 대상이 아니다’는 판결은 부대 밖의 독신자 숙소를 부대시설이 아닌 '사적 공간'으로 본 점에서 군의 특수성을 잘못 파악한 것”이라고 의견을 달리했습니다.

이어 “‘합의’라는 명목으로 피해를 입을 선임에 의한 신병들에 대한 추행 문제와 군내에서도 동성애가 합법적으로 가능해져 문란해질 군기에 대한 문제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판결”이라고 아쉬움을 표했습니다.

그러면서 “더 이상 동성애에 대한 보건적, 신앙적 문제제기도 허용되지 않을 뿐 아니라 항문성교를 정상적인 성관계로 청소년들에게 교육할 수밖에 없는 폐해가 보여진다”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혜연 기자 hyeyeon-lee@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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