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법조인협회 홈페이지 캡쳐.
한국법조인협회 홈페이지 캡쳐.

[법률방송뉴스] 국회에서 변리사법 개정안이 의결된 가운데 한국법조인협회가 변호사·재판제도의 체계에 위반된다며 폐기하라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지난 4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법안소위는 ‘소송실무교육을 이수한 변리사가 특허권 등의 침해에 관한 민사소송에 대해 변호사와 공동 소송대리인이 될 수 있고 변호사와 공동으로 재판에 출석하도록 하는 내용’의 변리사법 개정안을 의결했습니다.

한법협은 오늘(6일) 낸 성명서를 통해 변리사법 개정안에 3가지 문제점이 있다며 그 위헌성에 대해 언급했습니다.

한법협에 따르면 변리사법 개정안에는 ▲변호사소송대리원칙과 개별대리원칙 충돌 ▲‘전문지식이 법정에 진술될 필요성’의 문제를 ‘공동소송대리’로 해결 ▲변호사 수 증가 문제를 ‘유사법조직역 통폐합, 변호사 직역 확대’로 대처할 것을 약속한 국회의 정책 기조 등의 문제가 있습니다.

민사소송법의 변호사소송대리원칙은 보수를 받고 타인의 사건을 대리하는 것을 업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변호사뿐이라는 원칙을 말합니다.

한법협은 “각 분야의 전문가에게 법적 사고능력을 훈련시키기는 어렵지만, 법조인에게 전문적 사실관계를 단기간에 이해시키는 것은 수월하다”며 “법조인이 법정에서 당사자를 대리해야 공정한 재판이 이뤄진다는 정신은 변호사소송대리원칙에서도 드러난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민사소송법의 개별대리원칙은 소송대리인이 2인 이상인 경우 각자가 당사자를 대리하며 이에 반하는 약정은 무효라는 원칙입니다.

이에 대해 한법협은 “재판제도는 소송대리권을 신뢰가 있는 자에게만 주는데, 이는 ‘변리사 같은 비변호사가 직업적으로 변호사와의 (공동)소송대리’를 업무로 하는 제도의 존재 가능성을 상정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개정안이 개별대리원칙과 정면으로 충돌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변호사가 아닌 전문가의 지식이 소송과정에서 진술되어야 한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이제와서 전문가의 지식이 소송과정에서 필요하다는 문제의 해결책이 ‘공동소송대리’ 제도라는 것은 재판제도가 상정한 체계와 어긋난다”며 “체계에 맞지 않는 위헌적 대안을 ‘변리사의 이익을 위해’ 궁색하게 끼워 맞춘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지난 2009년 국회가 법학전문대학원 제도를 도입하며 변호사 공급을 기존의 수요 이상으로 증가시킬 것을 예정하면서 그 대안으로 ‘유사법조직역 통폐합, 변호사 직역 확대’를 제시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도 한법협은 “전문지식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오히려 변리사의 이익을 위해 위헌적 공동소송대리권을 부여하는 것은 현재의 법학전문대학원이 가진 정책 방향성과도 어긋난다”고 의견을 냈습니다.

그러면서 “공동소송대리는 허울뿐이며 실제로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변호사들을 장식처럼 끼워 주도하게 될 것”이라며 “변호사제도와 재판제도의 근간을 무시하는 법률 개정을 통해 이권을 추구하는 행태를 중단하라”고 촉구했습니다.

한법협 회장 김기원 변호사는 법률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사회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저마다 해당분야의 공동소송대리를 하게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한 재판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변리사의 공동소송대리 역시 허용되어서는 안 되며 위헌적”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대한변호사협회와 서울지방변호사회 또한 변리사법 개정안이 통과된 것과 관련해 강력 규탄의 의사를 표명했습니다.

변협은 "해당 변리사법 개정안이 민사사법에서 소송대리제도의 존재의의와 취지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향후 특허권 등 침해소송 실무에 큰 혼란을 가져올 수 있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했습니다.

그러면서 근대 사법제도가 정립된 이후 국민들의 권익 보호에 조금이라도 누수가 없도록 하기 위해 우리나라를 포함한 대부분의 국가들이 법률전문가 자격 제도를 엄격하게 관리한다는 점을 언급했습니다.

변협은 "특허·상표침해소송은 권리 다툼의 대상이 ‘특허권’이라는 점만 다를 뿐"이라며 "법률 전반에 대한 전문지식과 종합적인 법해석 능력이 요구되는 전형적인 민사소송으로서 오직 법률전문가인 변호사만이 정확하게 수행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법률사무 처리능력이 전혀 검증되지 않은 변리사에게 소송대리권을 덜컥 허용할 경우 비전문가에 의한 의뢰인의 법익 침해가 심각하게 우려된다"며 "만일 재판에서 기술전문가의 의견 개진이 필요한 경우 이미 현행법에 마련되어 있는 ‘전문심리위원’ 제도가 이들의 진술권을 보장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다양한 분야에서의 양질의 법률서비스 제공을 위해 이공계 전공자들을 포함하여 다양한 전공자들을 선발하여 법률가로 양성하는 선진제도로 도입한 로스쿨제도의 도입한 취지에도 명백하게 역행하는 처사"라고 꼬집었습니다.

한편 서울변회는 “소송대리권은 변호사 고유의 업무이자 본질적 권한으로써 소송대리권을 다른 자격사에게 허용한다는 것은 사법 제도의 골간을 흔드는 위험한 처사”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헌법재판소가 과거 “소송당사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서 변호사에게만 특허침해소송의 소송대리를 허용해야 한다”고 이미 판단했다는 근거를 들며, “사법제도의 근간과 전문자격 제도의 취지를 완전히 무시하고 헌법에 배치되는 개정안 통과를 추진해온 특허청 관계자들의 입법개입 역시 직역이기주의의 발로에 불과하다”고 역설했습니다.

또한 “소송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없음에도 변리사에게 소송대리권을 허용한다면 궁극적으로 모든 폐단은 국민들에게 돌아가게 될 것”이라며 “만약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결코 좌시하지 않고 즉각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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